대한민국 전력산업 이끈 보국전기공업 창업주 곽종보 명예 회장 타계…향년 92세

  • 강승규
  • |
  • 입력 2025-08-07 16:23  |  발행일 2025-08-07
전기 수리공 출신…국산 기술로 40개국 진출 이끌어
장남 곽기영 회장 중심으로 경영 승계…신재생에너지 사업 확장 중
“좋은 품질, 적정한 가격이면 세계 어디든 통한다”는 철학 남겨
보국전기공업<주> 창업주 임계 곽종보 명예회장.<보국전기공업 제공>

보국전기공업<주> 창업주 임계 곽종보 명예회장.<보국전기공업 제공>

전기 수리공에서 출발해 한국 발전기 산업을 세계 무대에서도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헌신한 보국전기공업<주> 창업주 임계 곽종보 명예회장이 6일 별세했다. 향년 92세.


7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고(故) 곽 명예회장은 1961년 대구 동인동의 한 허름한 작업장에서 '보국전공사'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6·25 전쟁 직후 전기가 귀하던 시절, 폐기된 미국산 발전기를 주워서 이를 분해하며 기술을 익혔다. 학력은 고교 중퇴가 전부였지만, 손끝으로 배운 기술과 근면성실을 자산으로 삼아 '공업보국(工業報國)'의 뜻을 이루려고 평생 노력했다.


'기술이 곧 국력'이라는 신념을 갖고, 고인은 전력기기 국산화에 매진했다. 1970년대부터 일본 기업과 기술 제휴를 통해 직물공장용 룸모터 국산화에 성공했다. 1980년대엔 발전기 제조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1988년 고향인 대구 달성군 구지공단에 공장을 확장 이전했다. 이곳에서 소형 발전기부터 열병합 발전시스템까지 자체 개발에 나섰다.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이 불가피했지만, 기술연구소만큼은 지켜냈다. 당시 전체 직원 80여명 중 절반이 연구인력이었다.


고인은 현장을 떠나지 않는 경영인으로도 유명하다. 70대 중반까지도 매년 10차례 이상 해외 출장을 다녔다. 한쪽 눈을 잃고도 생산현장을 지켰다. 사업은 1989년 일본 수출을 시작으로 미국·대만·인도네시아 등 40여개국으로 확장됐다. 특히 진입 장벽이 높은 일본 방재시장에서도 품질 경쟁력으로 수십 년간 거래를 이어왔다. 경영철학은 단순했다. "좋은 품질의 제품을 값싸게 만들면 된다." 이를 실현하고자 매출의 5% 이상을 꾸준히 기술 개발에 투자했다. 실제 8천kW급 발전기까지 자체 설계가 가능한 기술을 확보했다.


2017년도엔 법정관리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고인의 장남이자 현 대표이사 회장인 곽기영 회장을 중심으로 1년만에 졸업했다. '정도(正道) 경영' 전통은 굳건했다. 생전에 곽 회장은 "절망보다 희망을 먼저 보는 정신이 회사를 버텨낸 힘"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보국전기공업은 창립 60주년을 기점으로 태양광·가스터빈·ESS 등 신재생에너지 시장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고인이 생전 개발에 힘을 실었던 '스마파(SMaFA)' 태양광 시스템은 실시간 고장 분석 기능을 통해 효율을 높이는 독자적인 기술이다. 그는 평소 번듯한 간판보다 '품질', 빠른 확장보다 '책임'을 중시했다.


빈소는 계명대 동산병원(백합원) 장례식장 9호실. 발인은 9일 오전 8시. 장지는 달성군 현풍읍 선영. 유족은 장남 곽기영(보국전기공업 대표이사 회장)씨 등 3남이 있다.



기자 이미지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