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대 외과 세계 수준 끌어올린 황일우 명예교수, 94세로 영면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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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8-10 16:49  |  수정 2025-08-10 20:44  |  발행일 2025-08-10
소아·간담췌·대장항문 등 6개 분과 확립…전문성·경쟁력 동시에 높여
국내 최초 간엽절제·비수도권 첫 신장이식 성공…후배에 길 열어
18년간 주임교수로 교실 이끌며 권위보다 배려의 리더십 실천
9일 별세한 황일우 경북대 의대 명예교수.<경북대의대 동창회 제공>

9일 별세한 황일우 경북대 의대 명예교수.<경북대의대 동창회 제공>

황일우 경북대 의대 명예교수의 1976년 모습. <경북의대 동창회 제공>

황일우 경북대 의대 명예교수의 1976년 모습. <경북의대 동창회 제공>

의과대학 외과학교실의 산증인이자, 분과 체계 확립의 주역인 황일우 경북대 명예교수가 9일 별세했다. 향년 94세.


10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고(故) 황 교수는 경북의대 외과의 체질을 바꾼 '설계자'였다. 1970~1980년대, 외과는 소아부터 혈관, 복부, 암 수술까지 모든 분야를 한 교실에서 맡았다. 수술 전 과정과 결정권을 한 사람이 쥐는 것이 자연스럽던 시절, 그는 "전문화가 곧 경쟁력"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모든 수술을 직접 주관할 수 있는 위치였지만, 의학 발전을 위해 권한을 과감히 나눴다.


그 결과 소아외과(장수일), 유방·갑상선외과(이영하), 간담췌외과(윤영국), 대장항문외과(전수한), 위암(유완식), 혈관외과(김영욱) 등 6개 분과 체계가 경북대 외과에 정착했다. 이는 후배들이 각자 영역에서 깊이 연구하고 더 많은 수술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토대가 됐다. 당시로선 혁명에 가까운 변화였다. 훗날 경북의대 외과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기반이 됐다.


연구와 임상에서도 그는 개척자였다. WHO 면역학연구소(싱가포르)에서 장기이식면역학을 연구하며 국제 의학 흐름을 익혔다. 귀국 후 국내 최초로 간겸자를 이용한 간엽절제술 3례를 성공시켰다. 위암 항암화학요법에 새 방식을 도입했고, 1981년엔 비수도권 첫 신장이식 수술에 참여했다. 이는 경대병원이 장기이식 분야에서 선도적 입지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 '최초'라는 기록은 많았지만, 그의 관심사는 늘 그 성과가 후배들에게 어떻게 전해지고 환자에 어떤 변화를 주는지에 있었다.


그의 리더십은 권위보다 배려에 가까웠다. 주임교수로 18년간 강단을 이끌면서도 후배들에게 과감히 수술 기회를 주고 새로운 시도를 독려했다. 퇴임 후에도 의국과 동문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해 제자들의 고민을 들어주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첫 여성 전공의에게 "외과의 길을 당당히 걸어가라"는 격려를 전한 일화는 지금도 유명하다.


경북의대는 2023년 창립 100주년을 맞았다. 그 한 세기 역사 속에서 황 교수의 이름은 교실 운영 철학과 시스템, 그리고 '환자 중심·미래 지향'이라는 가치로 남았다. 제자들은 "황 교수 유산은 단순히 제도와 업적이 아니라, 의학이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믿음"이라고 말한다. 그의 분과 체계와 교육 철학은 지금도 수술실과 연구실, 그리고 후배 의사들의 마음속에서 오롯이 살아 숨 쉰다.


유족은 황윤진 경북대 의대 명예교수, 황윤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 며느리 김숙영 대구가톨릭대 의대 교수, 이미경 랩지노믹스 진단검사의학과 원장이 있다. 황문주 대구의료원 내과과장, 황정필 계명대 동산병원 내과 전임의가 손자다.


발인은 12일 오전 8시, 빈소는 대구가톨릭대병원 장례식장 특2호( 053-650-4444), 장지는 국립영천호국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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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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