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시대 작은 위로 ]<3>허기 진 대학생 배를 채워준 식당 ‘왕추’

  •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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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8-12 17:36  |  수정 2025-08-12 19:44  |  발행일 2025-08-12
대구 북구 경북대 서문에서 찜닭을 판매하는 식당 '왕추'를 24년째 운영하고 있는 지영조 사장.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대구 북구 경북대 서문에서 찜닭을 판매하는 식당 '왕추'를 24년째 운영하고 있는 지영조 사장.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대구 북구 경북대 서문 인근에 자리잡은 착한가격업소 식당 '왕추'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가성비' 맛집이다. 개업 후 24년째 허기 진 대학생들의 배를 책임지며 '든든한 한끼'를 내어주는 곳이다.


지난 6일 오후 3시30분쯤, 브레이크타임으로 손님을 받지 않을 시간이었지만 '왕추'에는 찜닭을 시킨 모녀가 한 테이블에서 식사중이었다. 과거 추억을 생각하며 모처럼 식당을 찾았다는 모녀 손님을 헛걸음하게 할 수 없어 브레이크타임에도 선뜻 음식을 내어준 것이다.


왕추 지영조(59) 사장은 경북 안동이 고향이다. 젊은시절 사업에 실패한 후 고향 음식인 안동찜닭 레시피를 전수받아 2001년 경북대 후문에서 찜닭전문점을 개업했다. 대학교 앞 장사라는 점을 고려해 학생들의 의견를 담아 1인분 순살찜닭부터 꼬면, 꼬탕과 같은 다양한 메뉴를 선보였다.


지 사장은 "과거 일본에서 공부하던 때 한 라멘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당시 레시피를 떠올리며 메뉴를 개발하고 선보여 시그니처 메뉴로 자리 잡았다"며 "학생들이 빠르게 먹고가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주문 후 10분 이내에 음식이 나올 수 있도록 했다. 바쁜 학생들도 든든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어 사랑받고 있는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주 고객층이 대학생인 만큼 학생들과 추억이 가게 곳곳에 녹아 있었다. 가게 한 켠에 위치한 하얀 현수막은 학생들이 남긴 메모와 메시지로 빼곡했다. 그 만큼 지 사장도 학생들이 함께 한 추억이 셀 수 없이 많다는 의미다. 그는 "'최고의 힐링음식'이라며 매일 두 번씩 찾아온 학생도 있었다. 1천번째, 2천번째 방문 때는 선물을 줄 정도로 자주 온 학생이었다"며 "지금은 졸업 후 수도권에서 사회생활을 하고 있지만, 대구경북으로 출장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찾아와 인사하고 밥을 먹고 간다. 학생들과 추억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고 전했다.


경기가 어려워 자영업자들이 힘든 상황이라 왕추 역시 가격 인상을 고민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격을 올리기보단 제반비용을 최대한 줄임으로써 학생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애쓰고 있다. 지 사장은 "학교 장사라는 게 학생들이 졸업하면 볼 수 없어서 아쉽지만, 음식 맛을 잊지 못한 손님들이 다른 지역에서 또 찾다보니 온라인 판매로까지 이어지고 있어 감사한 순간들이 많다"면서 "생계를 고민해야하다보니 더 저렴한 가격에 주지 못해 아쉬운 마음도 있다. 앞으로도 가성비 좋은 맛있는 메뉴를개발해 학생과 함께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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