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여행-밀양 용두산생태공원] 360도 뷰 ‘달팽이 전망대’ 밀양강·영남루가 한눈에 쫙~

  • 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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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8-15 01:09  |  발행일 2025-08-15
용두산의 북쪽 사면의 벼랑에 매달려 천천히 하강하는 잔도가 수변산책로다. 약 300미터의 무장애길이다.

용두산의 북쪽 사면의 벼랑에 매달려 천천히 하강하는 잔도가 수변산책로다. 약 300미터의 무장애길이다.

한 여자가 강에서 빨래를 하다가 산이 강으로 내려오는 것을 보았단다. 용이 되려던 산이었으나, 여자가 알 리가 있나. 그녀는 놀라서 빨래를 하던 방망이로 산을 '탁' 하고 때려 버렸다. 산은 그 자리에 멈추어버렸고, 용이 되지 못하고 머리만 남아 용두산(龍頭山)이 되었다. 새것의 향기가 폴폴 나는 계단을 탁 탁 오르며 양 볼이 꿀렁대는 것을 애써 참는다. 그래도 용의 머리를 밟으면서 웃는 건 예의가 아닌듯하다. 왼쪽에 화장실이 깨끗하게 자리하고 오른쪽에는 무언가 건물이 한창 지어지고 있다. 그리고 정면으로 생태통로가 액자처럼 열린다. 발아래는 족히 100m나 되는 낭떠러지다. 서쪽의 경부선 밀양철교에서 동쪽의 대구부산고속도로까지 밀양의 전경이 부챗살처럼 펼쳐진다. 용두산은 최근에 생태공원으로 새로워졌다.


용두산 생태통로. 오른쪽은 산성산과 달팽이전망대로 가는 길, 왼쪽은 수변산책로와 천경사로 가는 길이다.

용두산 생태통로. 오른쪽은 산성산과 달팽이전망대로 가는 길, 왼쪽은 수변산책로와 천경사로 가는 길이다.

◆ 용두산 생태공원


밀양 시내의 서쪽에는 밀양의 안산인 종남산이 웅장한 산세를 자랑한다. 마주 보는 동쪽에는 밀양 사람들이 사랑하는 산성산(山城山)이 있고 그 서쪽으로 이어지는 산이 용두산이다. 해발 129.5m로 건너편에서 보면 밀양강에 엎드려 물을 들이켜는 용머리를 닮았다고 한다. 용두산은 '밀양아리랑길'에 속해 있다. 밀양아리랑길 중 가장 아름답고 인기 있다는 3코스가 밀양철교에서 출발해 금시당 수변길 지나 추화산성까지 5.6㎞인데, 그 길의 초반부가 용두산이다.


그러다 2020년에 구도심 재생사업을 확대 추진하면서 용두산이 떠올랐다. 용두산 일대는 큰고니, 수리부엉이, 멸종위기종인 수달과 원앙 등이 발견되는 생태적 가치가 높은 곳이었으나 경작지나 묘지 등으로 파헤쳐져 있었다고 한다. 이들의 서식지를 복원하면 국가생물자원의 확보는 물론 지역의 대표적인 생태문화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밀양시의 '용두산 생태공원' 계획은 환경부가 지원하는 '도시 생태축 복원사업'에 선정되었다. 도시 생태축 복원사업은 도시지역의 훼손된 자연환경을 복원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사업이다. 그리고 최근 생물서식지 복원, 생태통로, 수변산책로, 무장애탐방로 등의 조성을 마치면서 일반에 조금씩 입소문이 나고 있다.


달팽이산책로. 지그재그로 난 공중 데크길로 산책로 아래는 생물서식지 복원을 위한 공간이다.

달팽이산책로. 지그재그로 난 공중 데크길로 산책로 아래는 생물서식지 복원을 위한 공간이다.

달팽이 전망대는 나선형구조로, 그리 크지도 그리 높지도 않지만 360도의 전망을 보여준다.

달팽이 전망대는 나선형구조로, 그리 크지도 그리 높지도 않지만 360도의 전망을 보여준다.

◆ 달팽이산책로 따라 달팽이전망대로


생태통로 앞에서 오른쪽 산성산 방향으로 난 산길을 따라간다. 이곳이 큰오색딱따구리, 다람쥐, 장수풍뎅이, 삵 등의 야생동물이 서식하는 생태 보금자리라는 안내판이 있다. 야자매트가 깔린 울창한 숲길은 새소리와 풀벌레소리로 가득하다. 숲속에 배롱나무가 듬성듬성 자란다. 진분홍 꽃들이 화르르 피어 '날 좀 보소' 한다. 숲길에 후루루 깔린 꽃잎들이 있고 아직 앙다문 꽃봉오리들이 있다. 그렇게 피고 지고 앞으로 백일을 어여쁘겠다. 양산을 쓴 여인들, 단단히 등산 채비를 한 사내, 서로의 배낭을 추켜 주는 중년의 부부 등 많은 사람들을 마주치고 스친다. 특히 어르신들을 많이 마주친다. 안녕하세요, 수고하세요, 모두가 먼저 인사를 건네셔서 조금 부끄럽다.


주홍서나물이 자주 보인다. 활짝 핀 꽃들은 모두 고개를 숙였다. 벌써 민들레처럼 하얀 갓 털을 가진 열매가 바람이 불적마다 바짓단이 스칠 때마다 훨훨 난다. 주홍서나물의 꽃말은 가을의 여인이다. 입추가 지났으니, 가을이긴 하다. 미국자리공의 포도송이 같은 열매도 까맣게 익어간다. 짙은 연두의 밤송이들은 주렁주렁 많이도 달렸다. 도토리는 아직 애기다. 달맞이꽃은 왜 대낮에 꽃을 피웠을까. 하늘하늘한 연 노랑의 꽃잎이 태양빛에 타버릴 것 같다.


산딸나무 열매를 딱 2개 발견했는데, 시간이 지나면 좀 더 무성해질까. 숲 속 곳곳에서 새집을 본다. 저렇게 가파른 곳에, 저렇게 높은 자리에, 어떻게 새집을 달았을까. 밤송이 그늘 속에 새 한 마리가 서 있다.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분명 서 있다. 혹시 오색딱따구리세요?


지그재그로 난 공중 데크길이 시작된다. 달팽이산책로다. 천천히 달팽이처럼 올라가라고 달팽이 산책로다. 산책로 아래는 생물서식지 복원을 위한 공간이다. 데크길이 높아 잘 보이지는 않지만 큰 모래와 자갈이 어우러진 길로 여겨진다. 어제의 비 때문인지 가느다란 물길이 나 있다. 모래와 자갈의 공극을 뚫고 촉촉한 어린 생명들이 쑥 자라나는 걸까. 드디어 달팽이 전망대가 나타난다. 나선형구조의 전망대는 그리 크지도 그리 높지도 않지만 360도의 전망을 보여준다. 밀양강이 8자 모양으로 흘러 삼문동과 암새들을 물돌이한다. 삼문동 오른쪽에 보이는 까맣고 조그마한 산은 영남루가 있는 아동산이다. 영남루가 희미하다. 용두산 서쪽자락 벼랑에 걸린 잔도도 보인다.


밀양강이 8자 모양으로 흘러 삼문동과 암새들을 물돌이한다. 용두산 서쪽자락 벼랑에 걸린 수변산책로 잔도도 보인다.

밀양강이 8자 모양으로 흘러 삼문동과 암새들을 물돌이한다. 용두산 서쪽자락 벼랑에 걸린 수변산책로 잔도도 보인다.

◆ 용두산 잔도길 수변산책로


생태통로를 통과해 왼쪽으로 가면 용두산 수변산책로다. 밀양강은 용두산과 산성산이 이어지는 지점에서 크게 원호를 그리며 곡류한다. 그래서 용두산의 북쪽 사면은 급경사의 벼랑인 하식애를 이루고 그 아래에 깊은 소가 형성되어 있다. 그 벼랑에 매달려 천천히 하강하는 잔도가 수변산책로다. 깊은 소는 용두연이라 부른다. 먼 옛날 비가 오지 않을 때 기우제를 지내던 곳이라 한다. 곡류하는 밀양강의 반대쪽 활주사면에는 하중도와 범람원 평야가 펼쳐져 있다. 영남루 맞은편의 삼문동 지역이 범람원 평야이고, 수변산책로에서 강 건너 가깝게 보이는 들판이 하중도인 '암새들'이다.


암새들은 밀양강이 곡선 구간을 휘돌아 흐르면서 흙과 돌이 쌓여 생겨났다. 옛날에는 '암소(巖沼)' 들이라고 했다. 용두산 용두암의 '암(巖)'자를 따고 들 가운데 크고 작은 소(沼)가 많아서 '암소들'이라 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암새들'로 변했다고 한다. 1970~80년대에는 뱃놀이와 은어요리를 즐기려는 연인들의 주요 데이트 코스였다. 당시만 해도 낙동강 하구에서 회귀한 은어가 지천이라 은어 식당이 즐비했고 '용두목에 들어서면 은어가 풍기는 수박 향에 취할 정도'였다고 한다. 지금은 둑과 댐이 들어서면서 은어의 길도 막혔다.


천천히 하강하던 길은 아예 강변으로 내려선다. 용두산의 서쪽 입구다. 이곳을 '용두목'이라 부르는 것 같다. 길가에 밀양아리랑길 이정표가 있다. 용두목에서 금시당에 이르는 강변길은 오백여 년 간 선비들이 오가던 길이었고 학생들의 등굣길이었다고 한다. 사람 떠난 건물 한 채가 커다란 팽나무들과 함께 서 있다. 유리창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은어'라는 이름을 본다. 강변은 걷기 힘든 공사장이다. 가까운 강 위에는 용평제2교가 놓여 있는데 최근 완공되어 아직 출입은 금지되어 있다. 이 다리는 2020년의 구도심 재생사업에 속해 있다. "계속 이런 길인가요? 계단 있나요?" 처음으로 돌아가는 길, 한 할머니가 물으신다. "네. 계속 이런 길이에요." 수변산책로는 무장애길이다.


글·사진=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여행정보


대구부산고속도로 밀양IC로 나가 밀양, 청도 방면 24번 국도를 타고 간다. 교동사거리에서 영남루 방면으로 좌회전해 직진, 밀성 회전교차로에서 영남루, 밀양역 방면 12방향으로 나가 직진, 북성사거리 회전교차로에서 영남루, 밀양역 방면 9시 방향으로 나가 직진, 밀양관아 앞에서 우회전해 밀양교를 건넌다. 계속 직진해 용두교를 건너 약 400m 가면 왼쪽에 용궁사 이정표가 있다. 좌회전해 끝까지 올라가면 용두산생태공원 입구다. 공원 앞 갓길 주차공간과 용궁사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생태통로에서 전망대까지 700m, 생태통로에서 수변산책로는 300m 정도로 그리 힘들지 않은 난이도의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초입의 용궁사와 수변산책길 위쪽의 천경사도 둘러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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