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정도 원불교 대구경북교구 사무국장
어느날 한 사람이 와서 '지식'과 '지혜'가 어떻게 다른지 물었다. 불교에서 말하는 지식은 '분별지(分別智)'이고, 지혜는 '무분별지(無分別智)'에 가깝다고 설명했지만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이를 좀 더 쉽게 풀어서 지식은 인간이 끊임없이 욕망을 채워가려는 노력의 결과로 얻어지는 것이고, 지혜는 오히려 그 욕망을 덜어내는 노력의 과정에서 얻어지는 것이라고 정리해 주었다.
그런데 '그럼 욕망을 채워가는 것은 무조건 잘못된 것이고, 오직 비우는 삶만이 바른 것이냐'는 되물음에 필자는 선뜻 답하지 못했다. 이미 무한한 경쟁으로 대학 진학과 취업의 문턱을 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이 일상이 된 이 사회에서 무조건 '내려놓음'만이 진리라는 것을 말하는 것은 쉽게 공감을 얻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대부분 사람은 자기 삶을 무언가로 채우고자 노력한다. 아니 채우지 않으면 도태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삶의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쌓는 것이 당연시되며, 또 그러한 성과를 바로 자기 삶 그 자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세상 사람들은 남보다 더 많은 통장 잔고 또는 더 긴 가방끈이나 사회적 직책과 명예를 얻는 것이 성공된 삶이며, 그것을 성취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참가치라고 가르친다. 그런 속에서 비우거나 내려놓음은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것이니, 악착같이 싸워서 쟁취해야 한다는 '신자유주의' 이념이 뼛속 깊이 새겨지고 있는 모양새다.
물론 경쟁사회에서 무조건 경쟁을 피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정당하게 경쟁하고 그 속에서 결과를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다만 그 속에서 자신만을 위한 과한 욕심을 내세워 채우고 쌓는 일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이다. 과한 욕심은 곧 '독'이다. 아무리 좋은 음식도 과하게 취하면 몸에 독이 되어 쌓이고, 독이 쌓이면 병이 되고 고통이 된다. 그러므로 독소를 몸 밖으로 배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초에 그러한 독이 몸에 쌓이지 않게 하는 것이 더 긴요하다.
'지식'과 '지혜'는 사실 공존의 관계라 말할 수 있다. 무언가로 채워지지 않은 것은 비울 수 없고, 또 비워지지 않으면 채울 수 없듯이, 우리의 삶은 항상 무언가를 채우고 또 그것을 비우면서 살아가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인간은 욕망에 치우쳐 비우는 것에 익숙하지 않기에 부처님은 자꾸 비우고 내려놓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인간이 '조화로운 삶'을 살아가도록 가르쳐주신다. 그러므로 진정 지혜로운 삶이란 욕망이 없는 삶이 아니라, 욕망을 잘 조절하며 그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는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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