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李 대통령 북미 회담 추진에
트럼프 "매우 슬기로운 제안"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며 미소짓고 있다. 연합스
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의 참석이 사실상 확정됐다. 특히 이번 경주 APEC을 계기로 트럼프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대화 가능성이 수차례 거론되면서, APEC 회의가 한반도 평화의 시작점이 될 지 관심이 쏠린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26일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오는 10월 경주에서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에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하며, 김 위원장과의 만남 추진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도 "매우 슬기로운 제안"이라고 화답했다는 것. 불확실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및 APEC 참석 가능성이 사실상 확정된 것이다.
특히 경주 APEC이 북·미 정상 간 '재회'의 시작점이 될 지 관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재진들 앞에서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에 대해 "올해 그를 만나고 싶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아시아·태평양 일대 정상들이 모이는 다자 협력 회의체를 계기로 자연스럽게 다양한 양자 대화의 장이 열리는 만큼, 북한과의 대화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영접나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기자들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외교계에선 현실적으로 APEC에서의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이미 여러차례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 등을 통해 남·북은 물론 북·미 대화를 거부한 바 있다. 특히 이에 대한 선결조건으로 핵보유국 지위와 두 국가 정책을 제시하고 있어 쉽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APEC 참석을 전제로 김 위원장에게 어떤 형태로든 초청 의사를 전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북한은 APEC 회원이 아니어서 원칙적으로 참석 대상이 아니지만, 의장국 주도로 회원 간 논의를 거쳐 비회원 자격으로 초청할 지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김 위원장이 남쪽으로 내려올 수 있을 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영남일보와 통화에서 "이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 문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역할을 강조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칭찬에 만족하는 상황을 봤을 때 이번 회담이 우리에게는 상당히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APEC을 계기로 한 남·북·미 대화에 대해서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지금까지 다자회담에 참석한 사례가 없다. 직접 참여할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전망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문점에서는 남·북·미 3자가 만난 경우가 있어 가능성이 전혀 없진 않다. 특히 지금은 김정은 위원장과 한·미 대통령 모두 만남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기 때문에 APEC을 계기로 판문점에서 3자가 만날 가능성 배제할 수 없다"라고 했다.
이와 관련,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2025 APEC 정상회의 개최지인 경주는 삼국통일의 기운이 서린 땅으로 이번에 '경주 빅딜'을 성사시키면 우리 경제에 차원이 다른 기회가 열릴 것"이라며 "APEC 정상회의를 외교무대의 장으로 만들려고 했던 것은 APEC 유치 경쟁 때부터 생각했던 아젠다이다. 결국 남북 문제를 풀어야 (침체기에 있는) 국내 경제도 풀릴 것"이라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앞서 이 도지사는 지난 1일 대통령실에서 열린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간담회'에서 APEC 정상회의를 통해 한국과 미국, 북한의 평화 회담의 개최를 끌어내자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이 도지사의 제안에 큰 관심을 보이며 경주 APEC 정상회의가 세계 평화와 번영의 계기가 돼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

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