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28일 대구 북구 함지산 자락에서 산불이 번지는 가운데, '산불조심'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영남일보DB
대구 북구 함지산 대형 산불사건의 용의자로 특정된 60대 남성(영남일보 8월 28일자 9면 보도)이 발화 지점에서 담배를 피운 사실을 경찰에 시인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산불 당일 지역 내 산림사업 관련 위반 행위들을 관리·감독하는 업무를 수행하던 중 실제 산불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흡연 행위'를 한 사실이 알려져서다.
28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산불발생 직후 경찰이 함지산 산불 발화 지점에서 담배꽁초를 수거해 분석한 결과, A씨(60대)의 DNA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경찰은 '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A씨를 용의자로 특정해 산림보호법 위반 혐의로 지난 18일 검찰에 송치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담배를 피운 사실은 인정했지만, 산불 발생 원인 제공 등 범죄 혐의에 대해선 전면 부인했다.
문제는 A씨가 함지산 중턱에서 행한 '흡연' 자체가 '불법 행위'는 물론 '도덕적 해이'까지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경북에 소재한 산림사업 감리 관련 B업체는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대구 북구청과 수의계약을 맺고 함지산 일대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사업에 대한 관리·감독 업무를 위탁받았다. 이에 A씨는 산불 발생 당일인 지난 4월28일 함지산에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사업' 감리를 위한 관리·감독 업무(일용직)를 수행했다. A씨 말대로라면 일용직이라하더라도 산불 등 산림재해 위험성을 인지해야 할 업체 근무자가 버젓이 산 중턱에서 흡연을 한 셈이다.
현행 산림보호법 제34조에 따르면 산불 예방을 위해 산림 또는 인접 지역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담배꽁초를 버리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두고 북구청 측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북구청 측은 "현행법에서 규정한 감리자의 역할에 따라 현장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며 "산림 작업자들의 관계 법령 위반 행위를 감시해야 할 감리업체 근무자가 오히려 부적절한 행위를 일삼았지만, 흡연 같은 행위까지 관리 범위에 포함되는지는 법령에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아 책임 범위가 애매하다. 지자체가 별도 지침을 마련해 감리 업체를 또다시 감독하는 구조를 만들기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구보건대 백찬수 교수(소방안전관리학과)는 "벌목한 소나무가 쌓여 있는 근처에서 담배를 피운 것은 단순한 부주의가 아니라 사실상 방화에 가까운 행위"라며 "산불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흡연 등 위반 행위가 적발되면 강력한 페널티를 부과할 수 있는 제도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경찰은 B업체 대표 C씨와 감리책임자 D씨도 관리의무 소홀을 이유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특별법' 위반 혐의를 적용, 검찰에 송치했다.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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