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직구 핵직구] 한국의 잭 스미스는 누구인가

  • 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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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9-03 06:00  |  발행일 2025-09-02
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트럼프 미 대통령은 예상보다 한국의 사정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었다. 지난 8월26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특검(special prosecutor)이란 단어가 나오자마자 곧바로 '잭 스미스'란 이름을 언급했다. 한국 측 통역이 "현재 (한국) 국회에서 임명한 특별검사가 사실 조사중입니다. 특별검사는…" 이라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에 말을 끊으며 "그 특검의 이름이 혹시 정신나간 잭 스미스인가요? 언제 그 미친 자를 한국으로 데려간 거죠?"라고 물었다. 이때 미국의 JD밴스 부통령 등이 웃음을 터뜨렸다.


트럼프는 "그(잭 스미스)는 정신나간 병든 사람입니다. 농담입니다. 아닐 수도 있고요"라고 말했다. 뼈있는 농담이었다. 그는 이어 "나는 오해라고 확신하지만 교회를 압수수색했다는 루머가 있으니 그 문제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겁니다"라고 넘겼다.


트럼프가 말한 잭 스미스(Jack Smith)는 누구인가. 조 바이든 민주당정부 때인 2022년 11월 법무부 특별검사로 임명돼 2020년 대선결과 뒤집기시도 및 백악관 기밀유출 의혹 사건을 수사해 트럼프를 세차례나 기소한 인물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며 특검수사와 법원재판은 중단됐고, 올해 1월 특검직에서 사퇴했다. 트럼프측은 잭 스미스 특검의 수사를 '정치적 마녀사냥'이라고 비난해왔다. 정치보복의 악순환이라고나 할까. 잭 스미스는 현재 연방 감찰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다.


한국에도 1999년 도입된 특별검사는 정규 검찰이 맡기 어려운 대형사건이나 고위공무원 부정 사건을 주로 수사해왔다. 그중에서도 2016년 국정농단 사건은 지금까지 우리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특검수사가 아닌가 한다.


국정농단사건 수사는 수백명의 정치인, 공무원, 기업인이 구속되고, 5명이 수사도중 자살한, 한마디로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참혹한 '보수궤멸' 수사였다. 박근혜 전대통령은 당시 윤석열 특검 수사반장이 고안한 '경제적 공동체'라는 이름 하에 최순실 뇌물죄의 공범으로 낙인 찍혔다.


불똥은 이재용 삼성그룹 당시 부회장에게 튀어 박대통령에게 그룹 승계작업을 부탁했다는 혐의로 뇌물공여죄로 구속됐다. 여기에도 '묵시적 청탁'이란 기발한 법논리가 동원됐다. 귀신처럼, 직접적인 말이나 행동 대신 은연중에 청탁의 뜻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이재용 회장은 2017년 특검에 의해 구속된 이래 10여년 동안 법원을 오가는 시련을 겪었고, 삼성그룹도 침체기에 빠져 해외 경쟁자들의 추격을 허용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48개 혐의를 썼지만 1심 재판에서 모두 무죄를 받았다. 하지만 사법부는 70년 역사상 처음으로 대법원장이 구속되는 치욕을 견뎌야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국정농단 사건의 박영수 특검은 대장동 사건으로 지난 2023년 구속됐고, 윤석열 수사반장은 불법계엄을 저지른 전직 대통령의 몸으로 부부가 함께 수감되는 운명을 맞고 있다.


최근 한덕수 전총리에 대한 특검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국민의 힘 측은 "내란특검의 미국 이름이 혹시 잭 스미스?"라고 꼬집었다. 교회와 미군기지에 대한 특검의 압수수색이 과잉수사가 아니냐는 비판이었다.


정의를 바로세우겠다는 특검의 수사는 환영한다. 현재 특검은 불법계엄 과정뿐아니라 윤석열정권 출범의 정당성까지 검증하겠다는 의욕이 엿보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억울한 희생자가 없도록 신중의 신중을 기할 일이다. 훗날 잭 스미스 특검처럼 조롱을 받아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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