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로페이 카드
직장인 우민석(40·대구 달서구)씨는 지난 1일 0시15분 미리 맞춰둔 알람이 울리자마자 곧장 대구로페이(지역화폐) 50만원을 충전했다. 그는 평소 지역화폐에는 관심을 두지 않던 아버지와 어머니까지 독려해 각각 대구로페이 50만원씩 충전하는 것을 보고 나서야 안심하고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우씨는 "평소 지역화폐에는 큰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 달부터 역대급 할인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가족들을 모두 동원했다. 다음 달에도 반드시 충전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대구표 지역화폐' 대구로페이의 할인율이 대폭 오르면서 시민들의 충전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아직 남은 충전금액은 넉넉한 수준이지만, 추석과 코리아세일페스타를 거친 연말쯤에는 충전 대란이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일 하루동안 대구로페이 판매액은 총 900억원으로 파악됐다. 이는 대구로페이 판매가 재개된 지난 8월 한 달간 누적 판매량 785억원을 단 하루만에 훌쩍 뛰어넘은 액수다.
이 달부터 할인율을 더 높인 대구로페이 2차 발행이 시작되면서 충전을 서두르는 시민이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지난 1일부터 대구로페이 할인율은 기존 7%에서 13%로 대폭 상향됐다. 1만원권 지역화폐를 8천700원에 살 수 있게 된 셈이다.
대구로페이 2차 발행액은 1천180억원으로, 1차 발행분(2천800억원)과 합치면 총 3천980억원 규모다. 대구시는 대구로페이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9월 한 달 동안 대구로페이 보유 한도를 기존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8월에 이미 7% 할인율로 50만원을 충전한 시민에게도 13%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당초 대구시는 예상 외로 더딘 1차 발행분 소진 속도에 애를 먹었다. 1차보다 2차 발행분의 할인율이 더 높을 것으로 예고된 상황에서 섣부른 2차 발행분 출시가 1차 발행분의 판매 부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행정안전부가 최근 1차분과 2차분의 할인율을 13%로 통합한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이 같은 고민은 기우에 그쳤다.
현재 대구로페이 판매 재고는 2천200억원가량이다. 아직은 여유가 있지만, 10월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과 11월 코리아세일페스타를 앞두고 있어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구시 관계자는 "소비 성향이 강해지는 추석과 코세파를 거친 연말쯤에는 조기 매진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하반기 4천억원에 가까운 대구로페이가 풀리면 민생경제 회복 소비쿠폰과 시너지를 내 상당한 민생경제 붐업 효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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