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민교 대구대 명예교수·(전)총장직무대행
최근 짝퉁 문제가 주목을 받고 있다. 특검 조사에서 등장한 '반클리프 아펠' 모조품 목걸이가 도마에 올랐고, 넷플릭스 인기 애니 '케데헌' 관련 굿즈가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 불법 유통된 사건도 있었다. 특히, 한류 열풍으로 위상이 높아진 K-브랜드 위조상품이 해외시장에서 대량 유통되어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흔히 짝퉁·위조품·모조품·가품 등으로 불리는 위조상품은 상표권, 디자인권, 특허권, 저작권 등을 침해하는 불법 제품을 말한다. OECD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 세계 위조상품 무역 규모는 약 4천670억 달러로, 전체 교역의 2.3%에 달하며, 그중 60%는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그러면, 짝퉁 생산 및 유통이 줄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비자는 과시적 소비를 위한 명품 소비 욕구와 가벼운 지갑 간의 괴리를 짝퉁으로 채울 수 있고, 위조업자는 낮은 단속 위험과 처벌 수준으로 고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짝퉁은 짝퉁 제조국, 진품 생산자 및 생산국, 짝퉁 소비자 및 소비국 등 모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세계시장에서 진품 시장을 위협하고 브랜드 신뢰를 무너뜨릴 뿐 아니라, 진품 생산국의 국가 이미지까지 훼손시킨다. 심지어 생명도 위협할 수 있다. 예컨대, 화장품과 장난감 짝퉁은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했고, 2000년 짝퉁 부품으로 콩코드 비행기가 추락하기도 했다.
K-브랜드의 위조상품 피해도 심각하다. OECD의 '불법무역과 한국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 세계에 유통된 K-브랜드 위조상품 규모는 97억 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1.5%에 달한다. 이 중 86%가 중국산이며, 위조상품의 절반 이상은 휴대폰·TV·헤드폰·충전기 등 전자제품이었다. 위조품 유통으로 인한 한국 기업의 매출 손실은 7조원, 제조업 일자리 손실은 1만3천855개, 세수 손실은 1조8천억원에 달했다. 특히 최근에는 짝퉁 피해가 온라인 유통 플랫폼을 통해 패션, 뷰티, 식품, 문화 콘텐츠 등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다.
앞으로도 K-브랜드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짝퉁 피해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의 짝퉁 감시 체제 강화와 단속, 법적 조치 강구 등 자체적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더 늦기 전에, 이제 정부와 기업이 함께 K-브랜드 짝퉁과의 전면전을 당장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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