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 기후변화 재앙을 막을 수 있는 마지노선

  • 정재학 영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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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9-11 06:00  |  발행일 2025-09-10
정재학 영남대 교수

정재학 영남대 교수

지난 8월30일 오후 7시, 극심한 가뭄 피해를 겪고 있는 강릉시에 처음으로 '재난 사태'가 선포되었다. '재난 사태'는 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긴급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행정안전부 장관이 선포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현지를 방문하여 생활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국가 소방동원령까지 추가로 지시했다. 강릉시 주요 상수원인 오봉 저수지의 저수율이 15%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재난 선포 사례는 2005년 강원 양양 산불, 2007년 12월 충남 태안 기름 유출 사고, 2019년 강원 동해안 산불, 2022년 경북 울진·강원 삼척 산불 때 재난 사태가 선포되었다. 일주일 후, 9월7일 전북·충남 지역은 극한 호우로 KTX 철길조차 물에 잠기어 운행 중단이 생기는 물난리를 겪었다. 전북 군산은 시간당 152㎜의 물 폭탄을 맞았고, 이는 기상관측 이래 시간당 가장 많은 비가 내린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같은 날, 강릉의 오봉 저수지 저수율은 12%로 떨어져 단수 조치가 취해졌고 2차 국가 소방동원령이 발령되었다. 강릉 시민들은 인근 지역으로 '원정 빨래'와 '원정 목욕'에 나서기 시작했고 아이들 때문에 단기 이사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지구의 0.02%도 안 되는 조그마한 나라에서 지역별 날씨가 극과 극으로 치닫고 있어 한쪽은 가뭄으로, 또 한쪽은 물난리로 재난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기후가 더워지면 수분의 증발량이 많아지고 대기 중 수분이 많아지면 수분끼리 뭉쳐지는 효과로 한쪽은 유례없는 큰 비가 오고 또 다른 쪽은 가뭄이 일어난다는 것을 오래 전부터 기상학자들이 경고한 바 있다. 2015년 파리에서 전 세계 국가원수들이 모여 지구 온도를 기후변화 이전보다 평균 2℃까지 오르는 사태를 막아야 인류가 살 수 있다고 하여, 1.5℃ 이하로 막자고 뜻을 모은 바 있다. 2℃ 이상 지구 평균 온도가 오르게 되면 얼어있던 땅이 녹아 잠자고 있던 메탄가스가 발생하고, 빙하가 녹아 태양 복사열을 반사하지 못해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기후를 되돌릴 수 없고, 지구 평균 온도는 저절로 3℃, 4℃ 이상 오르게 되어 인류가 경험해 보지 못한 기후 재난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중론이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1.5℃ 상승 방어선이 2024년에 이미 무너져 1.55℃ 상승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해 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강릉과 전북의 극단적 재난이 예측 불허의 기이한 현상이 아니라 지극히 당연한 사건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와 국민은 매우 안일하다. 누구나 다 알고 있다고는 하지만 구체적인 노력은 하지 않고 있다. 재생에너지 비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9%대에 머물고 있고, 그나마 설치된 재생에너지 전기를 수요처로 공급하는 송전 선로도 부족한데 이것마저 증설은 뒷전이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책이 뒤집어져 일관성을 찾아볼 수 없고 그러다 보니 정부산하 기관이나 전력공기업은 눈치만 살피기에 급급하다. 재난이 닥쳐오면 그저 재난지역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지원 대책이 최선이다. 2025년 7·8월은 기상관측 이래 가장 더운 여름이었다고 한다. 폭염은 유럽, 아시아 할 것없이 전 세계 모든 지역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누가 보아도 내년은 더욱 더울 것이며 제2, 제3의 강릉·전북 사태는 또다시 반복될 것이다. 아직도 정부는 겉으로만 계획을 세우고 있는 듯하다. 우리 국민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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