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서] 청년이 주인공

  • 추현호 (주)콰타드림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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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9-12 06:00  |  발행일 2025-09-11
추현호 (주)콰타드림랩 대표

추현호 (주)콰타드림랩 대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소셜벤처의 가능성에 매료된 나는 2018년 대구에서 콰타드림랩을 창업했다. 단순히 사업이 아니라 사회적 대안을 만들고 싶다는 열망이 그 출발점이었다. 이후 지난 8년 동안 지역의 청(소)년들과 함께 진로교육, 비전캠프, 멘토링, 창업 프로그램을 이어왔다. 그 과정에서 고등학생이 스스로 학습 앱을 기획하고, 대학생 멘토가 또래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당사자가 정책의 수혜자인 동시에 능동적 설계자일 때 정책은 비로소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누군가는 청(소)년이 능동성을 발휘하기에는 아직 어리고 경험이 부족하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역사를 돌아보면 큰 변화의 불씨는 늘 청년에게서 시작되었다. 프랑스 혁명에서부터 한국의 4·19 혁명, 미국의 민권운동, 1968년 전 세계 학생운동까지 청년은 불의와 불평등에 누구보다 먼저 문제를 제기했고 낡은 질서를 깨뜨리며 새로운 길을 열었다. 변화의 한복판에는 언제나 청년이 있었다.


청년은 미래가 아니라 현재다. 변화의 구경꾼이 아니라 설계자다. 사회와 국가는 청년의 창의적 도전을 지켜보기만 해서는 안 된다. 제도와 자원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핀란드 정부가 청년 스타트업에 초기 자금을 지원하고, 에스토니아가 청년 디지털 시민 교육을 국가 차원에서 운영하는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기에 더해 싱가포르는 청년층을 대상으로 AI 윤리 교육을 강화하고 있고, UN은 청년 창업과 사회혁신 프로그램을 통해 글로벌 차원의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튼튼한 생태계와 든든한 지원이 있을 때 청년의 열정은 개인의 꿈을 넘어 지역과 국가, 나아가 국제 사회 전체를 바꾸는 힘으로 확장된다.


우리가 직면한 디지털 혁명에서 청년의 역할은 더욱 크다. 인터넷, 스마트폰,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새로운 세상에서 청년들은 누구보다 능동적이다. 기술을 두려움이 아닌 기회로 받아들이며, 기술 기반의 새로운 언어로 세상을 해석한다. 미국 실리콘밸리 창업자들만이 아니다. 국내 기초지자체 단위의 인구 소멸 위기 지역에서도 청년들은 교육, 일자리, 문화 문제를 디지털 혁신으로 풀어내고 있다. 다만 혁신의 양면성은 우리가 늘 주의를 기울여야 할 요인이다. 태양 가까이 날아오른 이카루스의 날개는 결국 녹아내려 바다에 추락했다. 그는 아버지 다이달로스가 당부한 경고를 잊고 날개를 붙인 밀랍의 한계를 무시한 채 더 높이 오르려 했다. 무분별한 자유와 비상의 열망이 곧 파멸로 이어진 이 신화는 인간의 도전이 경계와 균형을 잃을 때 어떤 결과를 맞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아무리 강력한 기술이라도 쓰임과 쓸모에 대한 고민 그리고 윤리적 방향성이 없다면 비극적 결말을 맞을 수 있다.


청년이 살아갈 미래는 디지털 혁신을 기초로 하는 세상이다. 그렇기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사용 능력이 아니라 디지털 역량과 책임 있는 활용이다. 디지털 리터러시와 데이터 윤리를 갖춘 청년만이 기술의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직시하며 비극이 아닌 새로운 비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 기술이 인간을 위한 도구로 남기 위해서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보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지금 그 질문을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는 집단이 청년이다. 우리가 청년의 도전을 응원하고 그 길을 함께 걸어갈 때, 지역과 대한민국, 그리고 국제 사회는 더 공정하고 더 포용적인 미래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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