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정재걸의 오래된 미래교육…나는 누구인가?

  • 김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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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9-11 17:53  |  발행일 2025-09-11
나는 누구인가?
정재걸 대구교대 명예교수

정재걸 대구교대 명예교수

누구나 자신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막상 누군가 '당신은 누구입니까?'라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할까? 대부분 이 질문에 자신의 직업으로 대답한다. 이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가 노동을 중심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당신이 하는 일 말고 당신 자신이 누구인가를 대답해 보라'고 요구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몸이 '나'라고 말한다.


'나'라는 느낌을 자아감각이라고 한다. 자아감각은 세 단계를 통해 형성된다. 그 첫 번째는 육체적인 자아감각이고, 두 번째는 소유로서의 자아감각이고, 세 번째는 관조자로서의 자아감각이다. 육체적인 자아감각은 출생과 더불어 시작된다. 갓 태어난 아기에게는 '나'라고 하는 감각이 전혀 없다. 아기는 엄마와 분리되어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 아기가 최초로 나라는 것을 느끼는 것은 배고픔을 통해서이다. 이 시점에서 아기에게는 아직 심리적인 자아는 없고 단지 자기 내부에서 일어나는 배고픔과 자신을 동일시할 뿐이다. 자아감각의 두 번째 단계는 소유를 통해 이루어진다. 아기는 눈앞에 있는 것이 사라지는 것을 자기의 상실이라고 느낀다. 이러한 소유로서의 자아감각이 좀 더 발전하면 타인에 대한 영향력의 확대로 나타난다. 자아감각의 세 번째 단계는 자기 관조를 통해 나타난다. 아이가 주체로서의 나를 인식하는 첫 번째 단계는 선악의 이미지를 통해 나타난다. 부모나 교사로부터의 칭찬이나 비난을 통해 아이는 그것이 자신의 생존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나아가 자신이 속한 집단, 자신에 대한 기대를 통해 아이는 자신의 이미지를 확대한다.


불교의 유식(唯識)에서는 존재하는 것은 오직 의식이라고 한다. 이를 유식무경(唯識無境)이라 부른다. 유식무경은 우리가 경험하는 심리적 물리적 현상세계가, 그렇게 경험하고 인식하는 우리 자신의 의식을 떠나 의식 바깥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객관적인 실체가 아니라는 뜻이다. 오직 의식만이 있고 그 대상, 즉 경(境)은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서 의식은 물리적 객관세계에 마주한 심리적 주관으로서의 의식이 아니라, 일체의 경험적 현상세계를 형성하는 궁극 원인이다. 인생은 꿈이라는 말과 같이 우리가 바라보는 이 세계, 우리가 우리 밖에 객관적으로 실재한다고 생각하는 이 세계가 사실은 우리 자신의 의식 세계, 우리 자신의 마음이 만든 세계라는 것이다. 그래서 의식은 유일자(唯一者)이다. 그러나 오직 유일자만이 존재할 경우 그 유일자는 모든 곳에 편재해 있는 무한자이기에 그것을 그것 아닌 것과 구분 지을 수 있는 자기 제한선이 없다. 그것의 존재는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존재하는 것은 오직 그것을 그것 아닌 것으로부터 구분 짓는 경계선을 통해서만 확인되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인가'라고 하는 물음에 대한 가장 분명한 답은 '성경' 출애굽기에 있다. 모세가 양을 치다가 호렙산에 이르러 불붙지 않는 떨기나무를 보았다. 하나님이 떨기나무 가운데서 모세를 불러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 땅에서 구해내라고 하니, 모세가 하나님께 '그들이 내게 묻기를 그의 이름이 무엇이냐 하리니 내가 무엇이라고 그들에게 말하리이까?(3:13)'하였다. 이에 '하나님이 모세에게 이르시되 나는 스스로 있는 자니라(3:14).'라고 하였다. 이 구절은 영어로 'I AM WHO I AM'이다. 이 말의 정확한 의미는 "나는 '나는 누구인가'라고 묻는 자이다"라는 뜻이다. "I AM WHO I AM"의 문법 구조는 I AM의 보어가 "WHO I AM"이다. 이는 "WHO AM I"라는 의문문이 보어가 되면서 어순이 본래로 환원된 것이므로, "나는 있는 나이다"가 아니라 "나는 '나는 누구인가'라고 묻는 자이다"라고 해석해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끝없는 질문은 결국 자아감각을 소멸시키기 위한 것이다. 자아감각이 소멸된 자리에 세계와 나의 괴리감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아감각이 소멸되면 우리는 나와 어머니가 구별되지 않았던 아이의 상태로 되돌아간다. 눈앞의 사물을 볼 때, 단지 보기만 하면 그곳에는 지각만이 존재한다. 소리를 들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감각들은 서로 따로 활동한다. 이러한 감각들 사이의 빈틈을 이어주는 것이 생각이다. 생각은 감각들을 서로 연결시켜 '연속된 자아'라는 환상을 심어 놓는다. 만약 우리가 눈에게 보는 것을 맡겨 놓으면 세상을 바라보는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거울처럼 주변의 모든 것을 비추기만 하고 사물에 대한 해석은 내리지 않는다. 보고 있는 대상에 대한 지식도 전혀 필요하지 않으며, 보고 있는 대상과 자신이 분리되어 있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이것이 유일자로서의 의식이고 나는 곧 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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