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강덕 포항시장이 미국 등 해외 방문의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준혁기자>
이강덕 포항시장이 현지시각으로 지난 1일 미국 백악관 앞에서 한국 철강산업의 어려움을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해 주목받은 가운데, 이번 해외 방문의 의미를 '절박함'으로 풀어냈다. 그는 포항의 주력산업이자 대한민국 기간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철강산업을 지켜내기 위해 시장 자격으로 어떠한 일이든 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12일 이강덕 시장을 만나 이번 해외 출장 방문의 성과와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계속 두드리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어떤 의미인가.
지금 상황에서 가만히 서 있으면 문이 열리지 않는다. 누군가 열어주기를 기다리기보다, 우리가 직접 두드리고 또 두드려야 한다. 철강산업은 포항의 뿌리이자 대한민국 산업의 심장이다. 미국의 고율관세로 수출길이 막히면 포스코나 현대제철뿐 아니라 수많은 중소기업, 그리고 지역민들의 일자리가 한꺼번에 흔들린다. 결국 포항의 생존이 달린 문제다. 포항은 철강산업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수출이 막히면 연쇄적으로 지역 상권, 서비스업, 부동산 시장까지 침체가 찾아온다. 인구 유출도 가속화될 수 있다. 이는 곧 공동화 현상으로 이어지고, 도시의 활력이 사라질 위험이 있다.
▶미국 방문의 성과를 설명하자면.
현재 트럼프 정부의 미국은 한국과 다르다. 논리와 데이터만으로는 부족하다. 인맥, 로비, 정치적 이해관계가 훨씬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번에 교민 사회, KOTRA, 로비 기관 등 다양한 채널과 접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백악관의 정책 기류와 의회의 분위기를 바꾸려면 직접 찾아가 설득하고,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세력과 손잡는 것이 필요하다. 더구나 내년 연말에 미국에서도 선거가 있기 때문에 물가와 경기 상황, 유권자들의 반응에 따라 철강 관세 정책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 따라서 단발성 협상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다각적인 설득과 압박이 필요하다. 버지니아 한인회와 체결한 협약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교민 사회는 미국 정치권과 산업계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연결고리다. 앞으로 다양한 한인 단체와 교류를 확대하고, 캐나다·멕시코 등 다른 철강 도시들과도 연대할 계획이다. 포항만이 아니라 세계 철강 도시들과 힘을 합쳐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낀다.
▶향후 계획은 어떤가.
죽기살기로 어떠한 것이든 계속 노력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바위에 계란치기라도 계속해야 우리가 살길이 생기는 것이다. 답답한 건 우리라 가만히 정부나 쳐다보고 이렇게 있지 말고 함께 노력도 하면서 같이 성과를 내야 한다고 본다. 또한 시의회와 논의해 협의가 된다면 정식으로 예산을 편성해 유력한 로비 기관 등을 이용해 우리의 의견을 트럼프에게 직접 전달할 체제를 갖추는 생각도 하고 있다. 국익에 배치되지 않는 선에서 시장으로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겠다.
▶철강산업만으로는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철강은 반드시 지켜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번에 영국과 독일도 방문했는데, 전통산업이 무너진 후 대학을 유치하고, 스타트업과 AI 산업, 문화산업을 키우며 새로운 활로를 찾았다. 포항도 이제 철강이라는 뿌리를 지키면서 동시에 새로운 줄기를 키워야 한다. 포항에는 이미 과학 인프라와 연구개발 역량이 있다. 이를 기반으로 AI, 바이오, 문화콘텐츠, 에너지 신산업 등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 청년들이 떠나지 않고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는 도시로 만들도록 하겠다.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철강산업은 포항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다. 자동차·조선 등 국가기간산업이 철강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포항의 위기는 곧 대한민국 산업의 위기이다. 저는 시장으로서, 그리고 한 시민으로서 이 위기를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 우리가 얼마나 어려운가, 우리가 얼마나 절실한가에 대해 전 국민이 공감대를 마련할 수 있도록 계속 움직이겠다.

전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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