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창성 동부지역본부장
포항과 영덕을 잇는 동해고속도로 구간이 이르면 다음달 개통된다. 착공 9년 만이다. 포항에서 영덕까지 40~50분 걸리던 이동 시간이 20분대로 단축됨에 따라 물류비 절감효과와 함께 관광객 증가도 기대된다. 무척 반가운 일임에는 틀림없으나, 완벽한 축포를 쏘아올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부산에서 속초까지 연결되는 동해고속도로의 핵심 연결축으로 주목받고 있는 영일만대교건설 사업의 올해 예산이 전액 삭감된 것도 모자라, 당초 계획된 해상 횡단 노선을 대신하는 계획이 검토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황스럽기도, 황당하기도 하다. 영일만대교는 단순한 교량이 아니다. 남쪽의 부산~울산~포항 고속도로와 북쪽의 포항~영덕고속도로를 직결하는 국가 기간도로망의 마지막 고리이자, 동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환동해권 경제축의 관문이기 때문이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영일만을 직접 횡단하는 당초 노선 대신 형산강 둑을 따라 건설하는 대안 노선(칠성천~형산강~여남)을 검토 중이다. 대안 노선이 상대적으로 공사비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긴 하나, 국가 균형발전이나 동해안 관광 활성화 등 국가 전략 차원에서 접근하면 이는 매우 근시안적 선택이다. 영일만을 가로지르는 해상 노선이야말로 지역과 국가 모두를 살리는 상생의 길이다.
우선, 해상 노선은 국가 균형발전에 기여한다. 그동안 동해안은 서해안·수도권에 비해 교통 인프라 투자가 상대적으로 열악했기에 발전이 더뎠다. 해상으로 건설돼야만 동해안 남북축이 온전히 이어지고, 해오름동맹(포항·경주·울산)을 비롯한 환동해 경제권의 성장기반이 마련된다.
이와 함께 해상 노선 건설은 관광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영일만은 드넓은 동해바다와 탁 트인 조망을 자랑한다. 만을 가로지르는 다리는 그 자체가 새로운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한다. 부산의 광안대교나 인천대교처럼 거대 교량은 도시의 랜드마크이자 관광객 유입의 동력이 된다. 하지만 대안 노선의 경우 그냥 단순한 도로에 불과한 만큼, 이러한 파급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포항이 관광과 산업을 아우르는 복합 도시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해상 노선 건설은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다.
게다가 국가 안보는 물론, 물류 측면에서도 해상 노선의 가치가 크다. 동해안은 북방 교역의 거점이자 에너지·자원 물류의 중요 통로다. 영일만항은 이미 환동해권 국제항으로 성장 중이며, 교량이 연결되면 항만·철도·도로가 결합되는 완성형 종합 물류 체계를 갖출 수 있을 전망이다. 이는 단순한 지역의 SOC가 아니라, 국가적 전략 자산이다. 해상 노선은 대안 노선보다 건설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그러나 SOC 투자는 비용 외에 장기적 안목과 비전이 요구된다. 영일만대교는 2008년 국가 선도 프로젝트로 선정됐을 정도로 그 필요성이 인정된 사업이다. 예산 삭감과 건설방식 논란 속에 사업을 표류시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국가적 손실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부의 결단이다.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오래 전부터 영일만 해상 노선을 주장해왔다. 국토교통부가 눈앞의 비용 절감에 매달려 내륙 노선을 선택한다면, 이는 또 하나의 지역 차별이자, 홀대로 기록될 것이다. 영일만을 가로지르는 대교가 모습을 드러낸다면, 이는 동해안 발전의 새로운 기폭제이자, 국가 균형발전의 상징으로 기억될 것이다. 동해고속도로의 완성은 단순한 길 잇기가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의 국토 균형, 환동해 경제권의 성장, 그리고 지역민의 오랜 염원을 풀어줄 모범답안이다.

마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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