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경북에 불법적으로 개설한 병·의원과 약국이 수십억 원에 달하는 부당이득 징수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1일 공개한 '불법 개설 기관 고액 체납자 현황' 자료를 보면, 지역 내 병원 1곳과 약국 2곳이 총 23억1천100만원을 체납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적으론 58명이 1천742억원을 체납했다. 서울(635억원), 경기·인천(486억원), 부산·울산·경남(422억원)에 비하면 대구경북지역 체납액은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안심할 순 없다. 대구경북에서 조차 불법 개설 병·의원과 약국이 여전히 버젓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지역 의료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 이는 공적 보험재정을 갉아먹는 구조의 일부이기도 하다.
특히 약국 체납액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면대 약국(면허 대여)'이 지역 의료 생태계의 취약 고리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 입증돼서다. 이는 환자를 상대로 한 과잉 조제 및 허위 청구가 단순 금전 문제를 넘어 건강보험 재정을 잠식하고, 결국 지역민의 의료 신뢰를 해치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더욱이 의료 자원이 수도권에 비해 부족한 대구경북에서 불법 개설과 체납 문제가 확인된 건 건강보험 재정 잠식 우려를 키울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심화되면 지역민들은 신뢰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가려내 이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길 수 있다. 공단 재정 측면에서도 한정된 자원이 새어 나가 지역 의료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대구경북 체납자들은 재산을 은닉하거나 납부 능력이 있지만 일부러 버티고 있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다. 실제 일부는 아파트와 빌라를 타인 명의로 돌려놓는 등 체납 회피 정황까지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민건강보험공단 대구경북지역본부는 최근 의약단체들과 협약을 맺고 불법개설기관 근절에 나섰다. 지역 의료계가 자정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적잖은 의미가 있다.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