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국민 플랫폼, 카카오는 몰랐다

  •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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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0-02 15:35  |  발행일 2025-10-02

"카카오톡(이하 카톡)은 국민 메신저다."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던 말이다. 하지만 이번 대규모 개편을 둘러싼 논란은 그 믿음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줬다. 국민이 원한 건 단순한 '연락 수단'이었다. 하지만 카카오는 그것을 억지로 소셜미디어로 만들려 했다. 결국 이 괴리가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개편된 카톡은 메신저가 아니라 'SNS 흉내'였다. 친구탭을 피드형으로 바꾸며 인스타그램을 닮으려 했지만, 이용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메신저 본질을 잃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앱스토어와 플레이스토어엔 1점 리뷰가 줄줄이 달렸다. 온라인에선 '카톡 롤백 방법'까지 공유됐다. 결국 카카오는 일주일 만에 손을 들고 "친구 목록을 되돌리겠다"고 발표했다.


왜 인스타그램은 즐기면서 카톡은 거부감이 컸을까. 답은 '맥락'이다. 인스타그램은 애초에 사진과 일상을 공유하는 공간이다.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선택해 들어가고, 노출 또한 즐기기 위해 감수한다. 하지만 카톡은 달랐다. 사람들은 그것을 '연락망'이자 '업무용 도구'로 인식해 왔다. 원치 않는 사생활이 강제로 노출되는 순간, 카카오는 일상의 필수품에서 불청객으로 전락했다.


기자 역시 마찬가지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울리는 카톡 알림이 반갑지 않다. 업무 메시지일 확률이 높아 일부러 카톡을 꺼두기도 한다. 심지어 한두 번 통화한 사람까지 '친구'로 묶여 내 얼굴과 프로필을 본다는 사실은 불편을 넘어 공포에 가깝다.


국민들이 원치 않았던 건 'SNS 기능을 억지로 끼워 넣는 메신저'였다. SNS 피로감이 극에 달한 시대, 메신저에서조차 남의 사생활을 봐야 한다는 건 강요였다. 카카오는 국민을 이해하지 못했고, 국민은 더 이상 플랫폼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이번 반발은 그래서 격렬했다.


메신저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관계의 거리를 다루는 도구다. 카카오가 놓친 건 기능이 아니라 국민의 감각이었다. 사람들은 SNS에 지쳤고, 메신저에서까지 사생활 침범을 원하지 않는다. 국민은 소셜 확장을 요구한 적이 없다. 오히려 원한 건 '조용히 메시지만 주고받는' 최소한의 공간이었다.


카카오는 '변하지 않으면 사라진다'는 절박감 속에 개편을 밀어붙였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은 '변하지 말았어야 할 본질'을 묻고 있다. 결국 이번 사태는 단순한 서비스 논란을 넘어, 국민 플랫폼이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카카오는 답을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그 답은 기술이 아니라 국민의 일상에서 찾아야 한다. 국민 없는 플랫폼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은 카카오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모두가 '연결'의 의미를 다시 정의해야 한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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