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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우린 촉법이라서 걸려도 경찰서 안 가요." 대구의 한 중학교에서 실제로 들린 말이다.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이 지역에서 빠르게 늘고 있다.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와 지역사회 현장에서 체감하는 분위기마저 달라지고 있다.
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구의 촉법소년은 2022년 741명에서 지난해 1천50명으로 41.7% 증가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증가율이다. 경남이 47.9%로 가장 높았고, 부산(39.1%), 서울(35.9%)이 뒤를 이었다.
촉법소년은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청소년으로, 형사처벌 대신 보호관찰·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을 받는 대상이다. 전국적으로도 2022년 1만6천435명에서 지난해 2만814명으로 26.6% 늘었다. 범죄 유형별로는 강간 및 추행(58.5%↑), 절도(32.3%↑), 폭력(19.6%↑) 등 대부분 범죄가 증가세다.
대구에서도 실제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7월 대구 남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차량을 훔쳐 무면허 운전을 한 13세 중학생 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경찰조사에서 "우린 촉법소년이라 괜찮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현장에서는 '형사처벌이 안 된다'는 인식이 아이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고 한다. 대구 수송규 헌 중학교 교감은 "SNS에서 시작된 다툼이 폭력이나 절도로 번지는 일이 잦아졌다"며 "법적 처벌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아이들 간 경계심이 옅어지고 있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예전엔 절도나 단순 폭력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엔 디지털 성범죄·협박 등 온라인 연계 범죄가 늘고 있다"며 "보호처분만으로는 재범을 막기 어렵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제도적 미비보다 사후 관리의 부재를 더 큰 문제로 본다. 최수진 의원은 "촉법소년의 연령 기준 조정과 함께 맞춤형 교화·교육 제도, 디지털 범죄 대응체계 등 종합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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