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칼럼] 애덤 스미스에게 묻는다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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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0-16 07:58  |  발행일 2025-10-16
박규완 논설위원

박규완 논설위원

# 보호무역주의 도미노=도미노 현상은 나란히 세워진 도미노 중 하나가 쓰러지면 순차적으로 다 쓰러지듯 특정 사건이 다른 사건을 연쇄적으로 초래해 대규모 사회현상으로 커지는 것을 말한다. 핵 도미노 현상은 한 국가가 핵무기를 개발하면 이웃 국가들도 핵무기를 개발하는 연쇄반응을 의미한다. 인도와 파키스탄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국, 일본, 대만은 동북아 핵 도미노 잠재 국가들이다. 과거 미국이 내세운 베트남 참전 당위성도 도미노 이론이었다. 베트남이 공산화되면 인접국이 연쇄적으로 공산화된다는 논리였다. 환경 분야에도 산림 파괴, 빙하 해빙 등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도미노 이론이 유효하다.


유럽연합(EU)의 철강 관세 인상은 보호무역 도미노 현상의 신호탄으로 비친다. 미국과 대척점에 서야 할 EU의 선택이 똑같이 관세장벽이라니 꽤나 의뭉스럽다. 아시아와 중동산 철강이 미국 대신 유럽으로 몰릴 가능성이 커지면서 EU도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선 모양새다. 미국과 EU는 우리 철강 수출의 양대 시장이어서 한국엔 충격파다.


보호무역 사조는 철강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반도체·배터리·전기차 등 전략산업으로까지 확산할 공산이 크다. '트럼프 트리거'로 인해 세계 교역질서가 자유무역에서 '전략적 보호무역'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진단이 벌써 나온다. 멕시코는 지난달 FTA 미체결국에 대해 50% 관세 부과를 결정하며 보호무역 대열에 올라탔다. 보호무역주의를 점화(點火)한 트럼프의 원죄가 무겁다.


# 애덤 스미스의 절대생산비설=절대생산비설은 국가 간 생산비의 절대적 차이에 근거해 무역의 발생 원인과 이익을 설명하는 고전 이론이다. 영국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저서 '국부론'(1776년)에서 분업과 노동 전문화가 생산성을 높이고, 국가 간 교역이 국부를 증대시킨다고 설파했다. 절대생산비설은 자본·토지 등 생산요소를 고루 반영하지 않았고, 생산비의 비교우위를 포착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무역의 이론적 토대가 됐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를 증명하듯 18세기 말 세계 일인당 소득이 급격히 늘어난다. 자유무역 확산이 변곡점이 됐다. 국제 분업이 생산성 향상과 기술 숙련을 견인한 까닭이다. 절대생산비설은 리카도의 비교생산비설로 진화한다.


21세기의 국제 분업 체계는 더 정치(精緻)하고 촘촘해졌다. 전 산업에 걸쳐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글로벌 가치 사슬이 정교하게 작동하며 분업의 효용성을 창출한다. 헨리 패럴 미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글로벌 가치 사슬을 분업이 낳은 '상호의존 네트워크'라고 정의했다.


한데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폭탄에 더해 세계 공장의 미국 이전과 동맹국의 대미 투자를 강압한다. 상호의존 네트워크를 타격하는 행태들이다. 약탈적 관세가 MAGA의 본령이 아닐진대 속물적 겁박 행위는 미국의 체면만 깎을 뿐이다. 국제 분업의 효용성을 누실하는 보호무역은 '루즈-루즈 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 어떤 저의든 보호무역 사조는 글로벌 성장 동력을 훼손한다. 트럼프는 세계 무역질서를 파괴해 경제 대공황을 가속화했던 스무트-홀리법의 흑역사를 기억해야 한다.


애덤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시장경제의 순기능을 물 흐르듯이 설명했고, 국제 분업 이론으로 자유무역의 상호 이득을 명쾌하게 실증했다. 그 애덤 스미스가 지금의 트럼프를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애덤 스미스에게 묻고 싶다. 트럼프가 촉발한 보호무역 도미노에 대한 해법을. 논설위원



EU·멕시코 관세 장벽 높여


트럼프, 보호무역주의 점화


관세 폭탄에 대미 투자 강압


국제 분업의 효용성 누실해


보호무역 도미노 해법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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