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들어간 축제 입구는 ‘썰렁’, 인삼 냄새 풍기는 강변은 ‘북적’

  • 권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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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0-19 16:41  |  발행일 2025-10-19

겉도는 농특산물축제와 본 축제의 '따로국밥' 운영…방문객들 "첫인상이 아쉽다" 지적

풍기인삼축제를 찾은 방문객이 인삼판매상과 흥정을 하고 있다. 권기웅 기자

풍기인삼축제를 찾은 방문객이 인삼판매상과 흥정을 하고 있다. 권기웅 기자

지난 18일, 대한민국 대표 건강축제인 '2025 영주 풍기인삼축제'가 열린 경북 영주시 풍기읍. 서울 동대문구에서 매년 이곳을 찾는다는 김현숙(62) 씨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인삼축제 분위기를 내려면 입구부터 조형물이든 판매부스든 자리를 잡고 시끌벅적했으면 좋았을 텐데…." 김 씨의 지적대로 약 15억 원이 들어간 풍기인삼축제 출입구로 홍보된 '풍기인삼문화팝업공원'은 축제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한산했다. 철골 구조물에 덩그러니 걸린 현수막과 소규모 컨테이너로 만든 종합안내소가 전부다. 외지인이라면 이곳이 전국 최대 규모의 인삼축제장 입구라는 사실을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였다. 김 씨는 "축제를 알리는 대형 풍선마저 낮게 떠 있어 잘 보이지도 않는다"며 "첫인상이 너무 아쉽다"고 덧붙였다.


방문객들의 혼란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올해 영주시는 '풍기인삼축제'와 별개로 '영주장날 농특산물대축제'를 신설, 축제를 사실상 이원화했다. 풍기인삼도 지역의 대표 농특산물임에도 굳이 약 5억원의 예산을 들여 축제를 나눈 것에 시민들은 의문을 품는다. 한 방문객은 "인삼축제 속에 농특산물대축제를 자연스럽게 녹여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풍기인삼축제가 열리는 남원천 둔치에 축제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권기웅 기자

풍기인삼축제가 열리는 남원천 둔치에 축제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권기웅 기자

하지만 고개를 돌려 남원천 둔치로 발걸음을 옮기자, 풍경은 180도 달라졌다. 이곳은 그야말로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뤘다. 강변을 따라 길게 늘어선 수십 개의 풍기인삼 판매 부스에서는 상인과 손님 간의 흥정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리 와서 한번 맛보이소!" 우렁찬 외침과 함께 홍삼차를 건네는 상인의 손길에 방문객들의 발길이 멈춰 섰다. 고소한 인삼 튀김 냄새가 진동하는 식당가는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고, 저마다 양손 가득 인삼과 특산물이 담긴 봉투를 들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핵심 콘텐츠의 경쟁력은 의심할 여지 없이 증명됐지만, 축제의 '첫인상'인 입구의 부실함과 정체성이 모호한 축제 이원화는 옥에 티로 남았다. 축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내실뿐 아니라 정체성을 보여주는 '얼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축제는 오는 26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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