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윤기자〈체육팀〉
삼성 라이온즈의 2025시즌 가을야구는 마침표를 찍었다. 한국시리즈 일정은 남아 있지만 이번 포스트시즌의 주인공은 삼성이다.
전반기 8위. 2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이 멀어 보였다. 그러나 무더위가 꺾이자 팀은 서서히 제자리를 찾았다. 삼성은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반격에 성공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정규시즌 3위 SSG 랜더스를 상대로 '업셋'을 만들어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1승2패 벼랑 끝에서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리며 마지막까지 투지를 보여줬다. 체력과 집중력 한계 속에 5차전은 패했지만 올가을 삼성은 분명 많은 것을 증명했다.
이 모든 과정에는 박진만 감독의 리더십이 있었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과 함께 세대교체, 팀 리빌딩까지 이뤄냈다. 무엇보다 눈에 띈 건 선수들과의 관계를 기반으로 한 단단한 지도력이다.
박 감독의 '면담'은 시즌 내내 팀을 지탱하는 축이었다. 외국인 타자 르윈 디아즈가 부진할 때도 김영웅이 기복을 보일 때도 박 감독은 질책보다 대화를 택했다. 그 결과 디아즈는 50홈런 158타점을 기록했고, 김영웅 역시 후반기와 포스트시즌에서 해결사로 자리 잡았다.
포스트시즌에서도 박 감독의 면담은 계속됐다. 플레이오프 4차전 0-6으로 끌려가던 상황 박 감독은 선수들에게 "즐기자"고 말했다. 다그치는 말보다 마음을 풀어주는 한마디였다. 결과는 7-4 역전승. 부담을 덜어낸 선수들이 경기를 바꿨다. 자신의 성과나 지위를 앞세우기보다 팀 분위기를 우선한 지도자의 결정이 빛난 순간이었다.
선수 운용에서도 신중함이 돋보였다. 배찬승, 이호성 등 신예 투수는 대부분 1이닝 이하로 기용됐다. 불펜의 연속 등판도 최소화했다. 정규시즌 막판 치열한 순위 싸움 중에도 1선발 아리엘 후라도에게 휴식을 부여하며 컨디션 관리를 우선했다. 당장의 1승보다 팀 전체와 선수 개인의 미래를 함께 보는 시선이었다.
플레이오프 5차전이 끝난 후 박 감독은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선수들을 향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인터뷰에서는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준 선수와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고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모습은 박 감독의 스타일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박 감독의 계약은 만료된다. 아직 다음 시즌 거취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그가 보여준 성숙한 리더십은 분명한 인상을 남겼다. 박 감독이 만든 팀은 단지 한 시즌에 머무르지 않았다. 성장의 방향을 잡고 다음을 준비할 토대를 쌓았다. 그 여정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올 시즌 팀이 보여준 색깔만으로도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다.
정지윤기자〈체육팀〉
정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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