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날 대구 달서구 월암동의 한 도로 모습. 차선이 흐릿하게 보인다. 영남일보DB.
대구지역 최근 3년(2023~2025년) 노면표시 등급변동 현황.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제공>
대구 도심 곳곳에서 밤이나 악천후 시 차선이 희미해져 운전자 안전을 위협하는 이른바 '스텔스 차선' 문제가 심각하다. 운전자의 방향 감각을 흐트러뜨리는 이 현상은 대구지역 야간 교통사고 비율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스텔스 차선의 근본적 원인은 차선 시공 방식에서 발생하는 한계와 예산 구조에서 나타나는 '안전 불감증'이 빚어낸 복합적 문제로 보인다.
29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3년간 대구 동구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4천584건 중 17.4%가 야간이나 악천후에 집중됐다. 주간보다 차량 통행량이 적음에도 교통사고의 상당수가 밤, 악천후때 발생하는 핵심원인은 스텔스 차선때문이다.
스텔스 차선은 재귀반사도(휘도), 즉 차선 도료 위에 뿌리는 미세한 유리알 '글라스 비드'가 차량 헤드라이트 불빛을 반사하는 기능을 잃으면서 발생한다. 현재 현장에서 주로 활용하는 융착식 도색 방식과 시공 과정이 안정적인 휘도 확보에 부적합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교통안전시설 전문업체 화진개발의 최태복 대표이사는 "도료가 충분히 굳기 전에 유리알이 침투하지 못하고 표면에 얹히는 경우가 많아 접착력이 떨어진다. 이로 인해 유리알이 쉽게 떨어져 나가면서 휘도가 급격히 저하된다"고 지적했다.
총 연장이 1만600km(폭 20m 이상 도로 기준)인 대구시내 차선의 관리 주체인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은 노후 차선 상태를 5개 등급으로 나눠 관리중이다. 보통 3등급(제한 수명)부터 재도색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구시의 도로 차선 보수 예산은 2023년 15억원에서 올해 6억원으로 대폭 삭감됐다.
재정 여건상 공단은 가장 시급한 5등급(재도색 시급)과 4등급(초기 불량) 위주로만 보수를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운전자가 상대적으로 덜 위험해 보이는 3등급 구간은 장기간 방치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안전을 최우선해야 할 도로 관리가 '예산 절감 틀'에 갇혀, 잠재적 사고 유발 요인이 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장 관리가 어려운 측면도 있다. 이성배 공단 도로시설팀장은 "내구성을 확보하면서 도색할 수 있는 '최적의 날씨'를 감안하면 시공 가능한 날이 많지 않다. 보수 공사로 인한 교통 정체 민원이 발생해 도료 건조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고 했다.
지역마다 차선 도색 공사 발주시기가 겹치는 문제도 곱씹어봐야 한다. 최태복 대표는 "인력을 안정적으로 보유하려면 공사를 시기별로 나눠야 한다. 그런데 예산 운용 시스템 탓인지 공사가 한 기간에 집중되는 탓에 인력 운용이 불안정하다. 시공이 부적절한 날에도 공사를 하기도 한다"고 했다.
스텔스 차선 문제를 해결하면 시스템 혁신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진욱 대구 동구의원은 "AI기반 마모도 측정 시스템 등 과학 정비를 도입하고, 고성능 장수명 차선도료의 시범 도입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공 후 품질관리 강화를 위해 감리 체계를 보완하는 등 예방 중심의 예산 운용도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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