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APEC 정상회의 회의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접견에 앞서 국내 기업 대표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젠슨 황, 이재명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연합뉴스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이 글로벌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다. 엔비디아,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조(兆) 단위 투자를 약속하면서 수도권을 넘어 경북 동해안 등 지방 거점이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주목받고 있다.
◆ APEC 계기, 韓으로 쏟아지는 글로벌 투자
경주 APEC 정상회의 기간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단연 AI 인프라 투자 유치다. 맷 가먼 AWS 대표는 2031년까지 인천·경기 일대에 7조원(한화 약 50억달러) 이상을 추가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SK그룹과 울산에 추진중인 데이터센터 투자를 포함한 것으로, AWS는 이미 인천 서구와 경기 고양시 등지에 하이퍼스케일급 데이터센터 구축을 진행중이다.
'AI 칩 선두주자'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밝힌 최첨단 블랙웰 GPU(그래픽처리장치) 26만장 공급 계획은 우리나라 컴퓨팅 파워의 대도약을 가져올 사건으로 평가 받는다. 엔비디아는 향후 삼성·SK그룹·현대차그룹 및 정부에 각각 최대 5만개의 GPU를, 네이버클라우드에 6만개의 GPU를 공급할 예정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블랙웰 5만장으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면, 테슬라와 비슷한 수준의 AI 연산 능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SK그룹 또한 오픈AI와 손잡고 국내 서남권에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AI 인프라 전쟁에 가세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국내 통신업계도 AI 데이터센터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2027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경기도 파주에 신규 데이터센터를 건설 중이며 , SK브로드밴드도 서울 구로 지역에 신규 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은 "확보량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세계 3위가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컴퓨팅 인프라가 전례 없이 확대되면서 신규 데이터센터 건립 수요 역시 급증할 전망이다. 새로 도입되는 칩을 기존 시설에 수용할 지, 신규 센터를 지을 지는 각 주체가 전력 수급 환경 등을 고려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포화 상태 수도권…대안으로 떠오른 '경북'
몰려오는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처가 경북 등 지방이란 점도 눈에 띈다.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데이터센터 공실률은 7% 미만이며, AI 서버에 필수적인 고밀도 전력과 고효율 냉각을 지원하는 공간은 전체의 5%도 채 되지 않는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 GPU 5만장을 설치하는 데 112㎿ 이상의 전력이 필요할 정도다. 이 때문에 전력 인프라가 풍부한 지방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원자력 발전소와 인접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한 경북 동해안이 최적지로 꼽힌다. 삼성이 SK와 함께 미국 주도의 초대형 AI 인프라 사업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지난 달 초 삼성전자는 오픈AI와 공동으로 포항에 데이터센터를 건립하기로 헀다고 발표했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오픈AI가 소프트뱅크, 오라클과 함께 5년간 5천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입해 미국 전역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향후 3년간 투자금의 80%를 조기 집행하겠다"고 밝히며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협약으로 삼성과 SK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생산량을 두 배 이상 늘려 오픈AI에 공급, AI 반도체 시장에서 '초격차'를 더욱 벌려 나갈 발판을 마련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전남 지역에 오픈AI와 데이터센터를 공동 건립하며 국내 AI 인프라 확장에 힘을 보탠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28일 경주 APEC CEO 서밋의 '퓨처테크 포럼: AI' 기조연설에서 "오픈AI와 함께 추진 중인 '스타게이트' 협력은 인공지능(AI) 생태계를 확장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빅테크와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이 손잡고 추진하는 이번 프로젝트로 경북 등 지방이 AI 데이터센터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르면서, 향후 지역 산업 생태계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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