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서] 고객 없는 사업

  • 추현호 (주)콰타드림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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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1-07 06:00  |  발행일 2025-11-06
추현호 (주)콰타드림랩 대표

추현호 (주)콰타드림랩 대표

30대 대부분을 창업 현장에서 보냈다. 다양한 창업 기업의 아이템과 비즈니스 모델을 함께 기획하고 다듬었고, 실패와 성공을 가까이서 함께 경험했다. 모든 것이 예측대로 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운과 타이밍이라는 변수는 늘 결과와 예상을 뒤엎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가지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은 고객이 없는 사업은 망한다는 원칙이다. 아이디어와 기술, 열정은 넘치지만 정작 '고객'이 없는 사업은 시작해선 안 된다. 무수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과 보조금, 교육이 제공되지만, 그 끝에서 시장 문 앞에서 멈춰 서는 팀들을 수없이 보았다. 이유는 단순하다. 고객 검증 없이 사업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고객이 없는 사업의 결말은 실패다.


창업은 문제 해결이다. 그러나 많은 창업자들은 자신이 만든 솔루션에 지나치게 몰입한 나머지, 정작 시장이 존재하는지 확인하지 않는다. "좋은 제품만 만들면 고객은 따라온다"라는 환상에 기대어 개발과 브랜딩, 발표 준비에 모든 시간을 쏟는다. 하지만 시장은 냉정하다. 기술도, 열정도, 발표 자료도 비용을 지급해 주지 않는다. 고객만이 사업을 지속시키는 유일한 힘이다. 그래서 고객 검증은 이론이 아니라 생존의 최소 조건이다.


고객은 누구인가, 그 고객이 실제로 불편을 겪고 있는가, 그 문제 해결에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가. 이 질문에 답을 갖지 못하면 사업은 모래 위에 세운 탑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고객입니다"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이미 위험 신호다. 모두를 위한 제품은 결국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니다. 초기에는 단 한 명의 핵심 고객을 찾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많은 창업자들이 말한다. "고객 인터뷰를 30명 했고 다들 좋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 서비스가 있으면 쓰실 건가요?"라는 질문에 "좋네요"라는 답을 얻는 것은 검증이 아니다. 고객은 공짜라면 무엇이든 좋다고 말할 수 있다. 진짜 검증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고객이 지금 어떤 대안을 쓰고 있는가, 그 대안을 위해 이미 시간과 비용을 쓰고 있는가, 그리고 기꺼이 돈을 지불할 것인가. 이 세 가지가 명확하지 않다면 아직 고객을 만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 첫째, 최소 50명 이상의 잠재 고객을 직접 만나야 한다. 가능하다면 고객이 실제로 문제를 겪는 현장에서 만나야 한다. 둘째, 고객이 이미 어떤 방식과 비용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실제 고통이 있는 고객은 이미 돈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개발을 늦추고 검증을 서둘러야 한다. 사전 예약, 간단한 시연 영상, 랜딩페이지 신청만으로도 실제 수요를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이 최소 기능 검증, 즉 MVP(Minimum Viable Product)다. 중요한 것은 기능이 아니라 '확인'이다.


고객 검증의 핵심은 칭찬이 아니라 거절에서 배움을 얻는 데 있다. 왜 쓰지 않을지, 무엇이 불편한지, 어떤 이유로 지갑을 열지 않는지에 답을 얻어야 한다. 반대 의견을 귀하게 여길 때 비로소 사업의 방향이 보인다. 고객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창업은 고객 중심이 아닌 창업자 중심의 자기만족일 뿐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화려한 아이디어가 아니다. 더 명확한 고객, 더 뚜렷한 문제, 더 정직한 검증이다. 기술과 열정만으로는 버틸 수 없다. 시장이 인정해야 사업은 존재한다. 창업은 확신의 예술이 아니라 검증의 과학이다. 사무실이 아니라 시장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단 한 명의 진짜 고객을 먼저 찾아야 한다. 그것이 창업가가 살아남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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