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철수기업’ 오해받는 롯데, ‘타임빌라스 수성’ 工期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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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1-07 07:32  |  발행일 2025-11-07

롯데그룹에는 '철수(撤收)기업'이란 오명이 따라다닌다. 투자 및 사업 철수를 반복했다는 시선이다. 롯데가 이런 오명을 뒤집어쓸 만큼 철수를 과도하게 반복한 구체적 사례가 확인된 바는 없다. 경기변동 및 기업 환경에 따라 사업과 투자를 조정하는 건 여느 기업도 다 하는 일이다. 롯데 측도 효율화와 비용 절감을 추진하되 투자는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롯데의 오명이 오해이길 바란다.


그런데 이 논란이 다시 제기되는 건 롯데가 대구 수성IC 인근에 짓고 있는 복합쇼핑몰 '타임빌라스 수성' 때문이다. 제2의 판교를 꿈꾸는 수성알파시티의 핵심 시설이다. 내년 6월까지 준공해야 하는데 10월말 현재 공정률이 20%에 그친다. 할 의지가 있는 건지 말자는 건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부지를 분양받은 지 10년째다.


2023년 홍준표 전 대구시장 시절에도 하세월로 공사를 하다가 이행 담보를 위해 지연보상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합의각서까지 체결한 바 있다. 당시에도 부지를 헐값에 사들인 뒤 사업을 지체시킨다는 비판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합의각서'를 억지춘향격으로 쓴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지연보상금은 건설사의 입주 지체 보상금과 비슷한 개념이다. 시공사 사정으로 공기가 지연될 경우 막대한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유동성 위기설에 놓인 롯데가 그 지경에 이른다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10년 넘게 울산 시민들의 기대를 모았던 KTX 울산역 복합환승센터건립 사업이 지난달 최종적으로 백지화된 것도 우려를 키운다. 롯데쇼핑이 이 사업을 주도했었다.


사업을 관리할 대구시의 책임방기(放棄)도 질타를 피할 수 없다. 사태가 이 지경인데 사업 진행을 위해 구성한 '3자(대구시-롯데쇼핑-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 협의체' 회의가 지난해 4월 개최 후 1년 반 동안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무책임의 극치다. 대구시가 사업 관리에 손을 놓지 않고서야 이럴 수 없다. 대구시는 "준공까지 문제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롯데 측의 소극적 태도와 한파로 작업이 어려운 동절기를 감안하면 내년 6월 완공은커녕 2027년 개장도 장담 못한다. 롯데 내부적으로 타임빌라스 수성을 개발 우선순위에 두고 있지 않다는 설까지 나돈다. 롯데의 태도 전환을 압박할 수밖에 없다. '합의각서' 같은 정책적 강제수단이 다시 동원돼야 할 상황이다. 홍 전 시장이 각서 체결과 함께 세금 철퇴나 부지 몰수와 같은 행정적 제재카드까지 내놓자 당시 롯데가 겨우 움직였다. 정책적 수단이 수반돼야 기업이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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