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마음만 추웠나?’…31년간 대구 수능 날씨 분석해보니 ‘한파’는 없었다

  •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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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1-10 18:18  |  수정 2025-11-10 18:50  |  발행일 2025-11-10
1994년 수능 도입 이후 시험 당일 영하권은 단 세 번
‘수능일은 춥다’는 속설 실제와는 달라
성적·기온 상관계수 0.2 미만…수학은 소폭 차이
영남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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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날씨 때문인지, 긴장감 때문인지 수험생들은 입을 모아 "춥다"고 한다. 하지만 30년이 넘는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수능날은 그저 온화한 가을날이었다.


그렇다면 '수능 한파'는 정말 존재할까. 영남일보가 1994년 수능 도입 이후 지난해까지 31년간의 수능 당일 대구 기온을 분석한 결과,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해는 단 세 번뿐이었다. 1998년 영하 1도, 2001년 영하 0.7도, 1995년 영하 0.2도에 불과했다. 반대로 영상 10도를 웃돈 '따뜻한 수능'도 세 번 있었다. 2011년 11.5도, 2015년 10.9도, 2013년 10.8도였다.


31년 전체 평균으로 보면 수능 당일 아침 최저기온은 4.1도, 낮 최고기온은 14도였다. 이는 대구·경북의 가을철(9~11월) 평균기온인 14.8도와 큰 차이가 없었다. '수능 한파'라는 말은 대구에서는 다소 과장된 표현으로, 실제로는 한파보다는 일교차가 큰 '늦가을'에 가까웠다.


수능과 날씨를 엮은 속설은 또 있다. "기온이 낮을수록 집중력이 떨어져 점수가 내려간다"는 것. 하지만 이 역시 뚜렷한 상관관계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10일 교육부가 매년 공개하는 수능 성적 분석 자료에서 대구지역 데이터를 추출해 살펴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10년간 수능 당일 평균기온과 과목별(국어·수학·영어) 1등급 비율의 상관계수는 0.2 미만으로 '거의 무관' 수준이었다. 기온과 성적 간의 상관계수는 두 변수의 움직임이 얼마나 비슷한지를 수치로 표현한 값이다. 1에 가까울수록 강한 관련, 0에 가까울수록 무관함을 뜻한다.


실제 대구지역 학생들의 국어 성적을 보면, 평균기온이 5도 이하였던 해의 1등급 비율은 3.4%, 10도 이상이었던 해는 3.5%로 사실상 차이가 없었다.


다만 수학은 국어와 달리 미세한 온도 민감도를 보였다. 평균기온이 5도 이하였던 해의 1등급 비율은 3.0%, 10도 이상이었던 해는 3.3%였다. 따뜻할수록 상위권 비율이 소폭 증가한 것이다. 집중력이 필요한 과목 특성상 온도 변화가 성적에도 미세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15년(평균 14.2도·4.0%)과 2018년(9.2도·4.1%)처럼 비교적 온화한 해엔 수학 고득점자가 눈에 띄게 많았다.


한편, 올해 수능날인 13일 대구의 기온은 아침엔 다소 쌀쌀하겠지만 낮엔 포근한 가을 날씨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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