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10味 로드] <6> 농가실험이 만든 별미 ‘논메기매운탕’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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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2-13 09:34  |  발행일 2025-12-13
대구 10미 중 하나인 논메기매운탕. 이나영기자 2nayoung@yeongnam.com

대구 10미 중 하나인 논메기매운탕. 이나영기자 2nayoung@yeongnam.com

대구 10미 중 가장 색다른 메뉴를 꼽으라면 단연 '논메기매운탕'이다. 민물고기를 이용한 매운탕은 흔하지만, '논메기'라는 말은 낯설다. 이름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논메기매운탕은 어떻게 대구를 대표하는 10가지 음식 중 하나가 됐을까.


◆ 논메기 매운탕의 탄생


대구도시철도 2호선 종점인 문양역 앞 달성군 다사읍 부곡리 일대는 지금 '논메기 매운탕 마을'로 불린다. 20여 곳의 식당이 성업 중인데, 이 목가적인 농촌 마을이 '매운탕의 성지'로 자리잡기까지는 30여 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논메기 매운탕은 1990년대 초 달성군 일대 농가 소득을 늘리기 위해 농촌지도소가 제안한 실험이 출발점이었다. 논 중앙을 파내서 메기가 살 수 있는 작은 웅덩이를 만들고, 치어를 약 3천마리씩 방류해 키워보는 식이었다.


논에서 메기를 키우다 보니, 메기를 잡던 낚시꾼들이 자신이 잡은 논메기를 직접 식당에 들고 와 매운탕을 끓여달라는 요청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한 냄비, 두 냄비 끓이다 보니 부곡리 주민들도 너도나도 매운탕집을 열게 됐다. 어느 순간 논메기매운탕은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산정논메기매운탕집을 운영하는 임영숙(70) 사장도 1995년부터 30년 넘는 시간 이곳에서 매운탕을 끓여왔다. 임 사장의 식당이 주택 같은 분위기가 나는 것도, 원래 살림집으로 지은 공간에서 장사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구 10미 중 하나인 논메기매운탕. 이나영기자 2nayoung@yeongnam.com

대구 10미 중 하나인 논메기매운탕. 이나영기자 2nayoung@yeongnam.com

◆ 논메기매운탕…어떤 게 특별해?


손님층은 대부분 어르신이다. 손님들은 주말 나들이 오듯 이 동네를 찾는다. 지하철을 타고 문양역에서 내리기만 하면 각 식당의 차량이 직접 픽업을 나간다.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하는 어르신에게도 훌륭한 외식 코스인 셈이다. 논메기매운탕 한 그릇이면 "집 나간 입맛이 돌아온다"는 어르신도 많단다.


지금은 환경규제로 인해 논에서 직접 메기를 기르지는 못하지만, 매운탕은 여전히 '논메기의 맛'을 그대로 구현한다. 맛을 좌우하는 가장 큰 비결은 조리 방식에 있다.


핵심 비법은 두 가지다. 먼저 메기의 끈끈한 액을 모두 걷어낸다. 이 액을 제대로 제거하지 않으면 국물 맛이 텁텁해진다. 다음으론 양념과 재료의 조화다. 마늘을 듬뿍 넣고, 된장과 제피·초피가루를 더해 풍미를 살린다. 여기에 10년 동안 간수를 뺀 소금을 사용해 깊고 뜨끈한 맛을 완성한다. 이 소금을 넣으면 쓴맛이 사라지고 단맛이 도는 것이 특징이다. 임 사장은 "좋은 재료가 가장 기본"이라고 말했다.


지역성도 맛을 더한다. 달성군 달천 일대는 '부추 주산지'다. 메기(따뜻한 성질)와 부추(찬 성질)는 궁합이 잘 맞는다고. 그래서 지역산 부추를 아낌없이 듬뿍 넣는다. 메기와 채소, 당면이 함께 어우러진 매운탕은 얼큰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자극적인 매운 맛은 없다. 사장님이 살코기를 직접 발라주는 손맛도 특별함을 더한다.


대구 10미 시식단으로 나선 외국인 크리스티안(왼쪽)과 타지인 서영현씨 논메기매운탕을 시식하면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나영기자 2nayoung@yeongnam.com

'대구 10미 시식단'으로 나선 외국인 크리스티안(왼쪽)과 타지인 서영현씨 논메기매운탕을 시식하면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나영기자 2nayoung@yeongnam.com

◆ 시식단 평가는?


경기도 출신 직장인 서영현씨는 논메기매운탕에서 가장 인상적인 요소로 '제피 향'을 꼽았다. 서씨는 "첫 숟가락부터 제피 향이 확 올라오는데 제피가 비린 향을 잡아줘서 깔끔했다"며 "보통 다른 매운탕집은 제피가루를 따로 주는데, 여기처럼 국물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곳은 드물다"고 했다.


무엇보다 메기를 미리 발라 제공한다는 점을 큰 장점으로 평가했다. 그는 "일반 매운탕은 가시 사이에 붙은 살코기를 발라 먹으려고 애쓰다가 맛을 놓칠 때가 많은데, 여기는 살을 다 발라서 끓여줘서 고기를 마음껏 건져 먹을 수 있다"며 "살도 정말 부드럽고 담백한데다 국물 간도 딱이다"고 덧붙였다.


칠레 출신 크리스티안씨는 논메기매운탕의 첫인상을 '부드러움'이라고 표현했다. 크리스씨는 "메기 살이 정말 부드럽다. 아주 조금만 건드려도 살이 자연스럽게 떨어질 정도"라며 "가시도 거의 없고, 사장님이 미리 손질해 주시니까 먹기가 훨씬 편하다"고 했다.


시각적인 매력도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냄비에 메기의 얼굴과 몸 형태가 그대로 보이는데, 그게 정말 흥미로웠다"고 평가했다. 특히 부추 맛을 두고 "향이 꽤 강해서 처음에는 놀랐는데 먹다 보니 아주 잘 어울렸다"며 "마지막에는 이 조합이 정말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매운맛 강도도 외국인 기준에서도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대구 10미 중 하나인 논메기매운탕 한상. 이나영기자 2nayoung@yeongnam.com

대구 10미 중 하나인 논메기매운탕 한상. 이나영기자 2nayoung@yeongnam.com

◆ 집에서 즐기는 논메기매운탕 레시피


식당의 깊은 맛을 완벽히 재현하긴 어렵지만, 집에서도 '대구식 논메기매운탕' 기분은 충분히 낼 수 있다.


1. 재료 준비 : 메기, 부추 등 채소, 당면, 마늘, 된장, 고춧가루, 제피가루, 소금 등


2. 메기 손질 : 메기의 지느러미, 내장을 제거하고 깨끗이 씻은 뒤 소금으로 문질러 점액을 제거한다.


3. 양념 준비 : 된장·고춧가루·마늘·제피가루를 섞어 매운탕용 양념장을 만든다.


4. 국물 내기 : 멸치·다시마 등을 넣고 육수를 우려 기본 맛을 잡는다.


5. 끓이기 : 양념장을 육수에 풀고, 손질한 메기와 채소를 넣고 푹 끓인다.


6. 부추·당면 투하 : 마지막에 부추와 불린 당면을 넣어 한 번 더 끓인다.


7. 완성 : 얼큰·담백한 논메기매운탕 완성!


※ 팁 : 매운탕이 완성되면 바로 맛보기보다, 메기 살을 먼저 발라 국물·당면·채소와 함께 한 숟가락에 올려 먹어보자. 이렇게 먹으면 매운탕의 깊은 맛이 가장 잘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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