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국민배우 안성기 별세…삶의 출발점은 ‘대구’였다

  • 강승규
  • |
  • 입력 2026-01-05 17:55  |  발행일 2026-01-05
1952년 한국전쟁 한복판, 대구 신암동서 태어난 안성기
피란민 도시 대구가 품은 한 생, 한국 영화사의 얼굴로 성장
170편 넘는 작품으로 반세기 넘게 스크린을 지킨 국민배우
국민 배우 안성기가 5일 별세했다. 향년 74세. 1957년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로 데뷔한 안성기는 2020년대 초까지 60여년 동안 140여편에 출연한 국민 배우다.<연합뉴스>

국민 배우 안성기가 5일 별세했다. 향년 74세. 1957년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로 데뷔한 안성기는 2020년대 초까지 60여년 동안 140여편에 출연한 '국민 배우'다.<연합뉴스>

국민배우 안성기가 5일 지병으로 별세한 가운데, 그의 삶과 연기 인생을 관통하는 출발점의 의미가 재조명되고 있다. 반세기 넘게 한국 영화사의 중심을 지켜온 국민배우의 첫 장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아닌, 전쟁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한 도시에서 열렸다. 그 시작은 대구였다.


5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안성기는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1월 5일 대구 동구 신암동에서 태어났다. 당시 대구는 전쟁의 직접적인 피해지가 아닌 탓에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피란민들로 북적였다. 생존을 위한 마지막 버팀목이자 사실상의 임시 수도 기능을 했던 곳에서 국민배우는 처음으로 세상 빛을 보았다.


당시 신암동 일대는 피란민들의 판잣집과 임시 거처가 밀집해 일명 '6·25촌'으로 불렸다. 철길과 맞닿은 주거지, 비좁은 골목과 언덕은 전쟁의 급박함을 여실히 보여줬다. 피란민들은 시장과 철도, 군수 관련 일자리를 중심으로 생계가 이어갔다. 대구는 피란민에게 '버틸 수 있는 도시'였다.


신암동은 배우 안성기에게 단순한 출생 이력 한 줄을 넘어선다. 전쟁이라는 비극 속에서도 일상은 멈추지 않았고, 한 도시는 사람들의 삶을 품어냈다. 훗날 한국 영화사를 대표하는 명배우로 이름을 날리기까지 어떤 식으로든 정신적 영감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안성기는 이후 일찍 상경해 배우의 길을 갔다. 다섯 살에 영화계에 데뷔한 그는 성인 배우로 복귀한 뒤 '바람불어 좋은 날'을 기점으로 한국 영화의 중심에 섰다. 만다라·꼬방동네 사람들 ·고래사냥·칠수와 만수·하얀전쟁·투캅스 등으로 스크린의 황제 자리에 올랐다. 2000년대에도 무사·실미도·라디오스타 등에 출연했다. 그의 마지막 작품은 '노량: 죽음의 바다'였다.


아역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69년간 17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했다. 19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40년간 주연상을 받은 유일한 배우였다. 2013년엔 은관문화훈장을 받았고, 2024년엔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선출됐다. 명배우는 영면에 들어갔지만 대구는 그를 잊지 않을 것이다.



기자 이미지

강승규

사실 위에 진심을 더합니다. 깊이 있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기록하겠습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