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이날 오전 코스피는 약보합으로 출발해 전날에 이어 다시 장중 4,600선을 넘었다. 연합뉴스
"요즘은 빨간색만 보면 괜히 즐거워져요." "부장님이 혼내시는데도, 슬프지 않아요."
난생처음 보는 코스피 숫자에 투자자들의 탄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주식 시장에서는 '가즈아'가 다시 등장했다. 말도 안 된다고 여겨졌던 코스피 5000에 이제는 진지한 기대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 분위기의 시작은 새해 첫 거래일부터였다. 지난 2일 코스피는 사상 처음 4300선을 넘은 뒤 4400, 4500선을 연달아 돌파했다. 상승 흐름은 4거래일 연속 이어졌고, 8일도 4600선을 웃돌며 기록을 또다시 갈아치웠다.
지수가 빠르게 오르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해온 '코스피 5000시대'도 더 이상 먼 구호처럼 들리지 않는 분위기다. '가능하냐'에서 '진짜 오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시장 전반에 번지고 있다.
이 기대에 불을 지핀 건 반도체 대형주였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0만원을 넘어선 뒤 상승세를 이어가며 7일 장중 14만4천400원까지 치솟았다. SK하이닉스도 장중 76만원대를 찍은 뒤 74만2천원에 거래됐다. 현대차 역시 36만2천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다시 썼다.
글로벌 투자은행의 전망도 시장의 흥분을 키웠다. 맥쿼리는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17만5천원에서 24만원으로, SK하이닉스는 80만원에서 112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가 기름을 부었다. 삼성전자는 8일 지난해 4분기(10~12월) 연결 기준 매출 93조원, 영업이익 20조원의 잠정 실적을 공개했다. 분기 영업이익이 20조원을 넘긴 것은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이다.
삼성전자가 '국민주'라는 점도 기대를 키웠다. 누구나 한 번쯤은 보유했거나, 적어도 계좌에 담아볼까 고민했던 종목이기 때문이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코스피 4500 돌파 글에 달린 댓글 캡처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와 SNS에는 코스피 4600선 돌파 화면을 캡처해 공유하는 글이 잇따랐고, "삼성전자가 하루가 다르게 오른다" "이 정도면 5000도 가능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주식을 하지 않는 이들 사이에서는 "지금이라도 들어가야 하나"라는 고민이 고개를 들었다. 옆자리에서는 하루에 수백만원을 넘어 수천만원까지 벌었다는 이야기가 들리는데, 막상 지금 들어가면 고점일 것 같고 안 들어가자니 또 뒤처지는 것 같은 마음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5000은 무리다. 지금이 고점" "최근 상승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며 조정을 걱정했다.
전문가들은 들뜬 분위기 속에서도 조건을 짚었다. 메리츠증권의 애널리스트 A씨는 "이런 차트는 전무후무하다. 이번 코스피 4600선 돌파는 정부의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 영향이 크다"며 "물적분할 억제, 주주가치 제고, 상법 개정 등 결단력 있는 정책들이 자본시장 전반의 신뢰도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코스피 5000선을 기록하려면 환율이 안정돼야 하고, 현재 주목받는 기업들이 실제로 우수한 실적을 내야 한다"며 "이번 상승을 주도한 반도체주는 외부 요인에 민감한 만큼 향후 경기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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