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윤 논설위원
제언 2.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헛짚었다='5극 3특'과 함께 균형발전 정책의 양축을 이루는 게 '서울대 10개 만들기'다. 짧고 선명한 구호다. 이 매력적 슬로건의 운명은 그리 밝지 않다.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수도권에 집중된 현행 대학 서열 체제를 해체할 수 있다고 진정 믿는가. 9개 거점국립대에 대체 얼마를 때려부어야, 얼마를 기다려야 서울대에 버금가는 대학으로 육성할 수 있을까. 더 솔직한 질문을 던져보자.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이긴 한가. 1위에서 10위 대학 모두 서울에 몰려있는 현상을 한치도 변경 못한다면, 서울행은 멈추지 않고 균형발전도 도로무공(徒勞無功)이다.
'돈'에 집착할 줄 진즉 알았다. 정부는 올해 8천700억원 주겠다는데 거점대학들은 3조원 내놓으란다. 연간 3조원이면 10년간 30조원, 그것으로 서울대 10개 만들어진다면야 못할 것도 없다. 그런다고 과연 될까.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 그러나 그 노력이 '서울대 10개'라는 목표에 닿는 건 언감생심이다. 시간과의 싸움도 불가피하다. 짧아도 10년, 길게는 50년 투자를 지속해야 최소한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여러 정권이 바통을 이어 달려야 한다. 장담컨대 임기 끝나면 소멸하는 '5년 몽(夢)'이다. 방향을 틀어야 한다.
대학이 도시를 만든다. 세계 6대 슈퍼브랜드 대학인 버클리대(버클리) 하버드대(미 캐임브리지) 스탠퍼드대(스탠포드) MIT(미 캐임브리지) 옥스퍼드대(옥스포드) 캐임브리지대(영국 캐임브리지) 모두 대학 하나가 지역을 세계적 도시로 성장시킨 사례다. 수도 워싱턴이나 런던, 뉴욕 같은 거대 도시의 풍족한 자원과 인프라에 얹혀 살지 않았다. 최근 세계 대학 1위(2025년 '라이덴 랭킹')에 올라 화제가 된 중국 저장대 역시 베이징에서 1천200km 떨어진 저장성 항저우를 세계 최고의 교육 도시로 등극시켰다. 모두 새로운 도시 창조다. 우리에겐 왜 이런 도전과 대학이 없을까.
만들거나, 옮겨라. 기존에 있던 것을 '육성'하는 건 돈도 시간도 많이 든다. 성공 가능성도 작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보다 '카이스트·포스텍 10개 신설하기'가 훨씬 효율적이다. 다만 이것으론 2% 부족하다. 확실한 탈수도권 정책은 수도권 10대 대학을 몽땅 옮기는 것이다. 쉽지 않다. 실마리를 찾아보자.
광역통합하는 자치단체당 무려 20조원씩 준다. 너도나도 하겠다고 난리다. 그러나 탈수도권·균형발전 시각에서 보면 곁불 쬐기에 불과하다. 정곡 찌르기는 아니다. 행정통합지원금과 서울대 10개 만들기 예산이면 이전 학교당 10조+@는 거뜬히 줄 수 있다. 땅은 공짜로 줄 테니 이전 지역은 마음대로 정하고 덤으로 10조+@씩 주겠다고 대학에 파격 제안해보자. 서울 도심에 남은 '후적지'도 활용 가치 높은 매력적 자산이다. 움직이지 않을까. 반타작은 기대한다. 그 정도여도 균형발전의 중대한 일보다.
'10조+@'는 의미있는 기준점이다. 연초 서울대 이재영 교수가 제안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빗댄 '서울대 10조 만들기'다. 하버드대(76조원) 만큼은 아니어도 도쿄대(13조원)에 버금가는 자산을 만들어야 서울대가 국내 골목대장 수준을 면한다는 주장이다. 공감한다. 수도권 10대 대학이 10조+@씩을 쥐고 지방에 흩어져 연구역량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탈수도권, 균형발전 다 잡을 수 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덤이다. 같은 돈이라도 쓰는 방식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이재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상]영·호남 공동선언…균형발전 위해 한목소리](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601/news-m.v1.20260117.4cf4c263752a42bfacf8c724a96d3b46_P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