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완의 관광유니버스] 대구의 평범한 하루가 여행이 되는 순간

  • 대구정책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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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1-27 06:00  |  발행일 2026-01-27
대구정책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 박사

대구정책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 박사

최근 관광은 더 이상 '명소를 찾아가는 이동 중심의 여행'에 머물지 않고, '지역의 일상과 생활문화' 속으로 스며드는 방식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2026년 관광 트렌드로 유명 관광지 중심에서 벗어나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하는 로컬 중심 관광이 정착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2024년 외래관광객 조사'에 따르면, 한국여행 활동 1위는 식도락 탐방(80.3%)으로, 유명 명소 방문을 넘어 현지인의 일상을 경험하려는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그간 내륙 산업도시 대구는 바다나 대형 랜드마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관광지보다는 '살아가는 공간'으로만 머물러 왔다. 그러나 관광의 가치가 '얼마나 보았는가'에서 '얼마나 그 도시답게 머물렀는가'로 재정의되면서 상황은 반전되었다. 2025년 대구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는 약 4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서문시장과 동성로 일대가 외국인 방문 상위 지역으로 나타난 점은 유명 관광지 방문을 넘어 도시의 일상적 공간과 활력 자체가 핵심 관광 자원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구의 강점은 인위적으로 연출된 공간이 아니라 도시 전반에 깔린 '일상의 밀도'에 있다. 서문시장은 지금도 삶이 교차하는 생생한 현장이며, 동성로 일대 골목은 시민의 시간이 축적된 생활의 무대다. 대구는 자원이 부족한 도시가 아니라, 단지 관광의 언어로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던 도시다. 이제 대구관광의 과제는 '무엇을 새로 만들 것인가'가 아닌 '이미 존재하는 일상을 어떻게 경험화할 것인가'로 귀결된다. 이를 위해 세 가지 방향을 제안한다.


첫째, 시민의 평범한 하루를 '글로벌 콘텐츠'로 재구성해야 한다. 서문시장의 주전부리나 두류공원의 치맥은 시민에겐 일상이지만 외국인에겐 매력적인 'K-라이프스타일'이다. 가령 시장의 대표 음식을 소량으로 맛보는 'K-로컬푸드 챌린지', 시민들 틈에서 야경을 즐기는 'K-치맥피크닉 패키지'와 같은 기획이 필요하다. 실제로 대구치맥페스티벌은 매년 1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모으며, 약 684억 원의 생산유발효과(2025년)를 거두고 있다.


둘째, 짧은 방문이 반복되는 '데일리케이션' 관광 동선을 구축해야 한다. 관광을 거창한 이벤트가 아닌 2~3시간 단위의 '생활형 루틴'으로 제안해야 한다. 약령시의 족욕과 인근 적산가옥 카페를 잇는 '레트로 워크(Retro Walk)'나, 동성로의 에너지를 짧게 소비하는 '쇼핑&셀피 루트'처럼 시민의 시간표와 맞물린 관광 동선을 개발할 때 대구는 부담 없이 반복적으로 방문할 수 있는 관광도시가 된다.


셋째, 성과 지표를 '관광객 수'에서 '체류와 연결'로 전환해야 한다. 단순 관광객 수보다는 체류시간, 재방문율, 온라인상의 긍정 언급량 등의 핵심 지표로 관리해야 한다. 이는 일상의 밀도가 높은 대구의 가치를 가장 객관적으로 드러내는 관광 지표가 될 것이다.


관광의 기준이 바뀌는 지금, 대구는 '가진 것 없는 내륙도시'에서 '가장 머물고 싶은 일상의 도시'로 반전의 기회를 맞았다. 대구는 관광지가 되기 위해 억지로 화장을 고칠 필요가 없다. 수십 년간 묵묵히 쌓아온 생활의 결을 오늘의 언어로 담담히 번역해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대구의 평범한 오늘이 누군가에게는 가장 특별한 여행이 되는 순간, 대구 관광의 새로운 흐름은 이미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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