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공천헌금’…투명경선이 해답이다

  • 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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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1-28 06:00  |  발행일 2026-01-28

강선우 1억원 공천헌금 의혹

개인 비위 아닌 시스템 문제

공천이 거래의 통로가 아닌

경쟁의 출발선이 되도록

이제 그 답을 내놓을 차례

동부지역본부 박성우 차장

동부지역본부 박성우 차장

'공천헌금' 파동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무소속 강선우 국회의원의 이른바 '1억 원 공천헌금' 의혹은 단순한 개인 비위 논란을 넘어서 한국 정치가 오랫동안 외면해 온 공천제도의 구조적 취약성, 시스템의 문제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특히 특정 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을 의미하는 지역 정치 구조 속에서 왜 공천 비리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질문에 정치권은 이제 답해야 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과거 공천심사위원으로 활동할 당시 공천헌금 제안 사례를 거론했다. 그는 2004년 17대 총선 공천심사위원 시절 TK(대구·경북) 지역의 중진 의원이 재공천을 대가로 15억 원을 주겠다고 제안했으나, 이를 즉시 공심위에 보고하고 해당 의원을 컷오프했다고 밝혀 파장이 커지고 있다. 공천 비리가 특정 시점이나 특정 인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불편한 진실인 공천헌금은 은밀한 거래이기 때문에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경북 지역의 한 예비후보는 "공천에 자신 있다"는 말을 흘리고 다닌다. 근거 없는 자신감인지, 아니면 믿는 구석이 있는것인지는 알 수 없다. 또 다른 후보는 강선우 의혹이 불거진 이후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공천헌금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워 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 속에는 불편한 안도와 체념이 동시에 묻어 있다.


지역에 떠도는 이른바 '카더라 방송'도 그런 분위기를 보여준다. 지난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경북 지역 모 후보가 공천권을 행사하는 윗선을 만나 "양쪽 호주머니를 다 털어주고 왔더니 단수공천을 받았다"는 소문이 돌았고, 다른 후보는 "한쪽 호주머니만 내놓았다가 공천에서 탈락했다"고 하는 소문이 돈다. 공천에서 탈락한 후보는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결국 고배를 마셨다고 한다. 공천헌금보다 더 많은 비용을 썼다는 말도 들렸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러한 '썰'이 반복되는 것 자체가 지역 정치의 민낯을 보여준다.


공천이 곧 당선인 대구·경북에서는 선거 경쟁이 유권자 사이가 아니라 정당 내부에서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공천을 받는 순간 승패가 결정되는 구조 속에서 후보 검증은 형식으로 전락하고 능력과 정책은 뒷전으로 밀린다. 대신 충성 경쟁과 줄서기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사회로 돌아온다. 대구·경북은 산업 전환, 인구 감소, 지역 소멸이라는 중대한 과제 앞에 서 있지만 지역 정치권은 이를 둘러싼 치열한 정책 경쟁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신공항 이전이나 대구경북행정통합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흔히들 세상에는 공짜가 없으며, 비밀은 없다고 한다. 공짜가 없어야 할 대상은 공천권자가 아니라 유권자여야 한다. 유권자로부터 공짜가 없어야 비로소 유권자를 위한 정치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강선우 1억공천헌금 의혹이 불거진 것은 비밀 없음을 보여준 사례다.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필요한 것은 구호가 아니라 제도다. 형식이 아닌 실질적인 경선제도 도입과 경선의 투명한 공개 없이는 이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정치권이 답해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공천이 거래의 통로가 아니라 경쟁의 출발선이 되도록 어떤 장치를 마련할 것인가. 그 답을 내놓을 차례다.


동부지역본부 박성우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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