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모기자<사회1팀>
엘리베이터 안에서 처음 보는 이웃과 마주치면 잠시 어색해진다. 인사를 할지 말지 망설이는 사이, 그 낯섦을 잠시 견디고 먼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순간 어색함은 이내 안도감으로 변한다. 이름은 몰라도 "아, 저 사람"이라는 인식이 생기는 것. 낯섦이 일상적 풍경으로 편입되려면 이처럼 찰나의 용기와 최소한의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갈등 현장엔 그 인사를 건넬 시간이 허락되지 않았다. 같은 도시 내에서도 서구 비산동 사원은 조용히 자리를 잡았지만, 대현동 사원은 수년째 공사가 멈춘 채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시작은 주차와 소음 같은 평범한 생활 민원이었다. 하지만 행정이 허가를 내줬다가 번복하고 다시 법적 강제력을 동원하는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 사이 , 문제는 종교와 혐오라는 '가치의 전쟁'으로 변질됐다.
갈등을 키운 건 행정의 '일관성' 여부였다. 허가가 적법했다면 그 판단을 지키고, 문제가 있으면 분명한 기준을 제시하면 된다. 그러나 공사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는 과정에서 행정은 스스로의 결정에 대한 책임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 공백으로 생활권 갈등은 정체성 논쟁으로 확대됐다. 취재 현장에서 확인된 불만도 특정 종교에 대한 거부감보다 판단을 번복하며 갈등을 키운 행정이 발단이 됐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은 250만명을 넘어 섰다. 전체 인구의 5% 수준이다. 이 중 대구는 외국인 주민이 5만명 안팎이다. 산업단지와 대학가를 중심으로 외국인 근로자와 유학생이 지역 경제의 핵심축을 이루고 있다. 일부 학교에선 학생 10명 중 1명이 다문화 배경을 가질 만큼 다양성은 이미 우리 곁의 '상수'가 됐다.
미국의 사회학자 제임스 홀리필드는 국가의 성격이 군대국가와 무역국가를 거쳐 오늘날엔 '이민국가'로 전환됐다고 했다. 한국도 그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주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국가 운영의 기본 조건이 됐다. 산업 및 인구 구조를 떠받치는 한 축이 이주민이라면, 갈등을 단순히 배제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선택지는 현실적이지 못하다. 이민사회로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고, 되돌릴 수 없다.
남은 숙제는 '일상의 축적'이다. 같은 골목을 오가고, 같은 가게를 이용하며 쌓이는 데는 '시간의 힘'이 요구된다. 대현동 이슬람 사원 갈등은 특정 종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앞으로 마주하게 될 수많은 '다름'에 대한 예고편이다. 거부할 수 없는 변화의 흐름 속에서 새 이웃들을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만 볼 것인지, 아니면 기꺼이 인사를 건네며 함께 살아갈 동반자로 받아들일 것인지. 이제 그 대답과 선택은 온전히 우리의 몫이다.
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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