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흉내 대신 ‘가벼운 일탈?’…전자담배로 향하는 여학생들

  • 김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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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2-19 17:23  |  발행일 2026-02-19
중2가 첫 관문…전자담배 경험 연령 갈수록 낮아져
단속보다 상담 필요…여학생 흡연엔 불안·관계 결핍 그림자
“덜 해롭다”는 착각이 위험…니코틴 의존 더 빠르다
대구지역 학생 흡연 실태 현황 <대구시교육청 제공>

대구지역 학생 흡연 실태 현황 <대구시교육청 제공>

대구지역 청소년 흡연율이 수년째 감소세지만, 여학생의 전자담배 사용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남학생 흡연 인원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과 달리 여학생은 학령인구 감소 속에서도 비슷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자담배를 찾는 여학생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청소년 흡연의 양상이 성별과 형태 면에서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구시교육청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지역의 흡연 청소년은 1천719명으로 전체의 0.74%였다. 2021년 0.97%에서 꾸준히 낮아진 수치다. 남학생 흡연자는 4년 사이 1천971명→1천313명으로 3분의 1가량 줄었지만, 여학생은 416명→ 406명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비율로도 매년 0.16~0.17% 수준에서 정체돼 있다.


일선 학교 현장에선 전자담배가 사실상 표준이 됐다는 말이 나온다. 달서구의 한 고교 교사는 "적발되는 학생 대부분이 전자담배를 사용하고, 특히 여학생 비중이 높다"며 "과거처럼 어른 흉내를 내는 분위기보다는 가벼운 기호품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여학생들이 전자담배를 택하는 이유는 비교적 분명하다. 냄새가 약해 노출 위험이 적고, 다양한 향을 선택할 수 있어 일반 담배보다 부담이 덜하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스마트 기기에 익숙한 세대 특성도 전자기기 형태의 흡연 도구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대구 동구지역 한 고교 2학년 여학생은 "중학교 때 친구를 따라 처음 전자담배를 피워봤는데, 독하다는 느낌이 적었다"며 "남학생 일부만 연초를 피우고 여학생은 대부분 전자담배를 쓴다"고 말했다. 그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혼자 잠깐 사용하는 물건"이라며 흡연을 또래 문화라기보다 개인적 습관이라고 했다.


질병관리청 조사에서도 전자담배를 처음 접하는 나이는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 첫 경험 연령은 2020년 만 14.3세에서 2025년 13.5세로, 궐련형은 같은 기간 15.2세→14.3세로 내려왔다. 이른바 질풍노도의 시기인 '중학교 2학년 전후'가 사실상 입문 시기가 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흡연을 둘러싼 상징 체계의 변화에 주목한다. 과거에 흡연은 성숙함을 과시하는 수단이었다. 하지만 지금 세대에겐 여러 자기표현 방식 중 하나로 의미가 적잖이 옅어졌다는 설명이다. 경북대 노진철 명예교수는 "정보 환경이 확장되며 청소년이 어른 문화를 모방하는 통로가 다양해졌다"며 "담배가 지녔던 '어른의 증표' 이미지는 약화되고, 전자담배는 마치 가벼운 소비재처럼 인식된다"고 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강해진 개인주의 성향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계명대 김대현 교수(가정의학과)는 "흡연은 대개 또래 권유로부터 시작되지만 대면 교류가 줄면서 집단적 흡연 문화가 약화됐다"며 "혼자 짧게 사용할 수 있는 전자담배가 학생들 사이에서 확산된 배경"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조기 흡연의 위험성이다. 니코틴 의존이 빠르게 형성돼 성인이 된 뒤 금연이 어려워지고, 성장기 신체에 심각한 부담을 남긴다는 연구가 잇따른다. 전문가들은 "전자담배가 덜 해롭다는 인식이 가장 위험하다"며 경고한다.


학교와 가정의 대응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속 중심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고, 여학생 특유의 심리 요인을 고려한 상담과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 교수는 "흡연 행위는 일탈보다 정서적 결핍이나 불안의 신호일 때가 많다"며 "관계 회복과 스트레스 관리가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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