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전 대구 동구 주택가에서 영남일보 구경모 기자가 음식물 쓰레기통을 수거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대부분이 잠든 새벽, 대구 곳곳의 골목은 이미 누군가의 발걸음으로 이른 하루를 시작한다. 주택가와 상가 앞 음식물쓰레기를 거둬내는 문전 수거원들이다. 이들은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시간부터 골목을 누비며 무거운 음식물 수거통을 옮긴다. 문전 수거원의 노고가 없다면 깨끗하게 열린 골목을 상상하기란 어렵다. 영남일보 취재진이 음식물쓰레기 문전 수거원의 하루를 따라가 봤다.
지난 12일 오전 대구 동구 주택가에서 영남일보 구경모 기자가 음식물 쓰레기통을 수거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어둠 속 차고지에서 시작된 하루
지난 12일 오전 5시쯤 찾은 대구 동구자원재활용센터.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센터 안은 출동을 준비하는 수거 차량들로 가득했다. 형광 작업복을 입은 문전 수거원들은 차량 상태를 살피고 장비를 챙기며 분주히 움직였다.
음식물쓰레기 문전 수거팀은 통상 3인 1조로 운영된다. 새벽 시간대 좁은 골목과 도로에서 차량 이동과 수거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안전사고를 막고 작업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날도 차량 운행과 현장 지휘를 맡는 기사 겸 팀장 1명, 직접 수거 작업을 하는 인원 2명으로 팀 구성이 이뤄졌다.
취재진이 이들과 처음 동행한 곳은 인근 한 버스회사였다. 이날 첫 수거지에서부터 120ℓ 대형 수거통 4개를 비워내는 작업이 진행됐다. 음식물로 가득 찬 수거통을 직접 옮겨 보니 성인 2명이 함께 들어도 팔이 빠질 듯이 버거웠다.
상가와 주택가 골목으로 접어들자 현장은 더 분주해졌다. 수거차가 멈춰 설 때마다 팀원들은 제각기 맡은 방향으로 흩어져 수거필증을 확인했다. 이후 통을 끌어내고 비운 뒤 다시 제자리에 놓았다. 말 한마디 길게 주고받지 않아도 골목 폭과 경사, 주차 차량 위치에 따라 어느 방향으로 수거통을 빼고 어디에 수거차를 세워야 할지를 순식간에 판단했다. 차량과 인력의 동선은 톱니처럼 맞물렸다.
수거원들의 눈썰미도 빛났다. 취재진이 차마 눈여겨보지 못했던 골목 안쪽과 건물 모퉁이의 수거통까지 이들은 빠짐없이 찾아냈다. 이날 취재진과 함께 동행한 4년차 문전 수거원 박모(34)씨는 "이 일은 오랜 경험으로 축적된 숙련도가 필요하다"며 "처음엔 길을 외우는 게 가장 힘들었다. 근무지가 바뀔 때면 퇴근 후 골목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지리를 익히곤 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오전 대구 동구 주택가에서 영남일보 구경모 기자가 음식물 쓰레기통을 수거 차량 리프트에 적재하고 있다.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여름엔 악취·겨울엔 얼어붙은 통…"깨끗해진 골목 보면 보람"
문전 수거원들이 밝힌 작업 강도는 상당했다. 수거통을 들고, 끌고, 밀고, 비우는 동작이 반복되다 보니 허리와 어깨, 손목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작업 과정 중 수거통 주변에 흘러내린 음식물 잔여물까지 정리해야 할 때면, 단순 수거 업무보다 청소에 가까운 작업도 비일비재하다. 음식물을 수거함에 쏟아붓는 과정에서 내용물이 얼굴이나 옷에 튀는 일도 잦다. 계절은 또 다른 변수다. 여름철엔 수거통 뚜껑을 여는 순간 올라오는 강한 악취와 들끓는 날벌레를 견뎌야 한다. 반대로 겨울엔 매서운 추위가 가장 큰 애로사항이다.
어두캄캄한 새벽 시간대 골목길과 도로에서 업무를 하다 보니 안전사고 예방에도 늘 신경을 쓴다. 행여나 운행 중인 차량과 부딪히지 않게 이동·작업 중에도 시선은 '전후좌우'를 주시한다. 차량 리프트에 걸어 놓은 음식물 쓰레기통이 깨지거나 추락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이들의 새벽을 경험하고 나서야, 동행 취재 전 "우리가 수거를 놓치지 않고 팀원들끼리 안전하게 작업하는 것 자체가 맡은 구역에 대한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문전 수거팀장 임모(46)씨의 뜻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깨끗한 도시를 책임지는 '다크 나이트' 문전 수거원, 그들이 흘린 땀방울 하나가 대구를 환하게 비치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구경모(대구)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단독인터뷰] 한동훈 “윤석열 노선과 절연해야… 보수 재건 정면승부”](https://www.yeongnam.com/mnt/webdata/content/202603/5_한동훈_인터뷰_썸네일.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