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주 이상룡 서훈 논란 이슈’로 들여다 본 서훈 제도 한계와 개선점은

  • 김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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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4-13 17:49  |  발행일 2026-04-13
서훈 도입초기, 정권 따라 달라진 평가 논란
전문가, 공적 평가 불명확·심사 기준 폐쇄성 지적
독립운동 공적 평가 방식 근본 논의 시작돼야
초대 임시정부 국무령 석주 이상룡 선생.<영남일보DB>

초대 임시정부 국무령 석주 이상룡 선생.<영남일보DB>

석주 이상룡 선생(독립장 3등급) 등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독립유공자 서훈 기준(영남일보 2026년 4월 8·10일자 각각 1면)관련 논란이 제도 전반의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지역 역사 전문가들은 서훈 제도가 만들어진 시기와 운영 과정에서 한계가 누적되면서 현재 기준이 시대 변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1962년 출발한 서훈, 초기 설계 한계


경운대 김일수 교수(교양교육학과)

경운대 김일수 교수(교양교육학과)

경운대 김일수 교수(교양교육학과)와 영남이공대 김태열 교수(한국보훈포럼 회장)는 공통적으로 현행 독립유공자 서훈 체계가 충분한 기준 정립 없이 출발했다고 같은 의견을 냈다. 김일수 교수는 "독립유공자 서훈은 정부 수립 직후가 아닌 1962년 군사정권 시기에 본격적으로 정비됐다"며 "해방 직후 이뤄졌어야 할 작업이 늦어지면서 기준이 체계적으로 마련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김태열 교수는 당시 시대상이 반영돼 산업화·국가 기여 중심으로 기준이 빠르게 만들어졌다고 봤다. 그는 "친일 등 역사적 책임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며 "공적 평가 기준이 충분히 정교하게 설계되지 못했다"고 했다.


출발점의 한계가 이후 제도 운영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초기 기준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가 시행되다 보니 이후에도 그 틀이 크게 바뀌지 않고 이어진 측면이 있다는 의미다. 김일수 교수는 "기준이 축적되기보다 관행적으로 유지된 부분이 있다"고 했고, 김태열 교수는 "현재까지 구조적인 문제로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독립유공자 서훈 등급별 인사.<이미지=생성형AI>

독립유공자 서훈 등급별 인사.<이미지=생성형AI>

◆기준 불명확·평가 편차 구조


공적 평가 기준의 불명확성은 현재까지 이어지는 핵심 과제다. 김일수 교수는 "독립운동을 평가할 때 활동 기간, 수형 기록, 공적 영향력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이를 일관되게 적용할 기준이 부족하다"고 했다. 동일한 공적이라도 일관성이 떨어져 평가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됐다. 김태열 교수도 "국가 기여도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량적 기준이 부족해 평가 일관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장 독립운동 범주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가 모호하다. 김일수 교수는 "국내 항일운동, 3·1운동, 문화운동 등으로 분류는 돼 있지만 구분 자체가 절대적인 기준이라기 보다 편의상으로 분류한 것"이라고 했다. 어떤 활동을 중심으로 평가할 경우 공적 무게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기록 중심 평가 방식의 한계도 거론했다. 김일수 교수는 "현재 서훈 심사는 판결문이나 수형 기록 등 공식 자료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모든 독립운동이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게 아니다"고 했다. 공적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태열 교수는 "후손이 없거나 해외에 거주하는 경우 공적이 재조명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이는 평가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경북 안동 임청각 전경. 임청각은 석주 이상룡 선생 본가로  최근 복원공사가 마무리됐다. <안동시 제공>

경북 안동 임청각 전경. 임청각은 석주 이상룡 선생 본가로 최근 복원공사가 마무리됐다. <안동시 제공>

◆정치·이념 영향 논란 반복


정치적 영향 가능성 역시 반복적으로 제기된 문제다. 김태열 교수는 "특정 시기의 정권 가치관이나 정치적 필요가 서훈 과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논란이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고 평가했다. 김일수 교수는 "독립운동 평가는 정권과 무관하게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현실에선 정치적 환경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고 돌아봤다. 특히 이념적 요소가 개입될 경우 평가 기준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보완해야 할 과제다. 김일수 교수는 "독립운동은 당시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 하는데 현재처럼 이념 기준으로 재단하면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정권이나 시대 분위기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법적 안정성·정치 부담에 개편 지연


영남이공대 김태열 교수(한국보훈포럼 회장)

영남이공대 김태열 교수(한국보훈포럼 회장)

이처럼 문제점이 누적됐음에도 제도 개선이 쉽지 않았던 것은 법적 안정성과 정치적 부담이 동시에 작용해서다. 김태열 교수는 "이미 서훈을 받은 인물과 유족의 명예 문제로 직결되기 때문에 기준을 변경할 경우 강한 반발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이미 확정된 서훈을 소급해 조정하는 과정에서 법적 분쟁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김일수 교수도 "기준을 바꾸는 순간 기존 서훈 전체를 다시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제도 개편에 대한 부담을 인정했다.


제도 변경이 개별 인물 문제가 아니라 전체 구조를 흔들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김일수 교수는 "특정 사례를 계기로 기준을 바꾸게 되면 유사한 사례들이 연쇄적으로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치적 갈등으로 확산될 경우, 제도 개선을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김태열 교수는 "서훈 문제는 역사 인식과 직결돼 있어 이념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며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으면 논의가 지속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독립유공자 서훈제도 한계와 개선 과제.<이미지=생성형AI>

독립유공자 서훈제도 한계와 개선 과제.<이미지=생성형AI>

◆기준 재정비 논의 본격화해야


부담이 적지 않지만 최근 제도 전반을 다시 들여다보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국가보훈부와 학계는 서훈 기준을 재검토하는 논의를 진행 중이다. 기존 기준이 현재 역사 인식과 부합하는지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특정 인물의 훈격 문제를 넘어 제도 자체를 재정비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개선 방향과 관련해, 두 전문가는 공통된 인식을 보였다. 김태열 교수는 "공적 평가 기준을 보다 구체화하고 객관적인 평가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친일 행적이나 반민주 행위 등 과거 이력에 대한 검증을 보다 엄격히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또 "심사 과정과 결과를 공개하고 독립적인 심사기구를 운영하는 등 제도 신뢰를 높이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일수 교수는 제도 개선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독립운동을 등급으로 나누는 방식 자체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며 "제도를 보완하더라도 역사적 평가의 균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만약 기준을 손볼 경우 기존 서훈 전반에 대한 재평가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보훈부와 학계도 기준 재정비가 특정 인물을 넘어 제도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을 함께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훈부는 독립유공자 서훈 재조정 문제와 관련해 이미 서훈을 받은 인물 가운데 당시 결정에 대해 아쉬움을 제기하는 사례가 있다고 인정했다. 국회와 지자체, 기념사업회에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만 공정성과 일관성이 핵심인 만큼 우선적으로 원칙과 기준을 정립하는 게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보훈부 대변인실은 "향후 훈격 재조정 문제를 공론화할 계획"이라며 "현행 상훈법 제4조에 따라 기존 서훈을 그대로 둔 채 등급을 재조정하는 데 제도적 제약이 따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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