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미 작. <우손갤러리 제공>
이명미 작. <우손갤러리 제공>
'제26회 이인성미술상' 수상자인 이명미 작가의 개인전 '얼마나 많은 이명미가 필요한가'가 오는 5월9일까지 우손갤러리 대구와 서울에서 열린다.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을 시작한 이 작가는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으며 이인성미술상 수상을 계기로 지역 미술계는 물론, 한국미술사에서의 성취를 다시 한번 인정받았다. 이번 대구·서울 동시 개인전은 수상 이후 처음 마련된 전시다.
'얼마나 많은 이명미가 필요한가'는 그동안 반복돼 온 '놀이' '동심' '유희' 중심의 해석을 넘어 보다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한다. 화면 위의 즉흥적인 붓질과 과감한 색채, 문자와 기호의 개입은 제도화된 완성도에 대한 의식적인 거리 두기이자 하나의 태도 표명이다. 그의 회화에서 중요한 것은 매끄러운 마감이 아니라, 회화라는 매체를 대하는 방식과 사유의 방향성이다. 이번 전시는 특히 하나의 화면 안에 공존하는 여러 감각과 상반된 충동, 구축과 해체의 긴장을 면밀히 살핀다. 이를 통해 작가에게 회화가 어떻게 성립하는지, 또 어떠한 태도로 화면을 조직해 왔는지 등 작업 방식의 본질을 관통하는 다층적 관계의 역학을 드러내고자 한다.
대구 전시에서는 화면을 거침없이 점유하는 텍스트 콜라주와 도상이 두드러지는 작업, 확장된 스케일의 연작을 선보여 이명미 회화가 지나온 예술적 여정을 보여준다. 서울 전시에서는 원색의 소품 및 연작을 중심으로 삶에 대한 강렬한 생명력과 새로운 가치 기준을 암시하는 작가의 주요 시리즈를 소개한다.
이 작가의 밝으면서도 낯선 화면 앞에서 관람자들은 당혹감을 느낄 수 있다. 흔히 한 작품에는 하나의 의도와 주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이명미의 회화를 읽어내는 출발점이 된다. 이 작가의 회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익숙한 전제를 흔든다. 화면 위에서는 세움과 허묾, 채움과 비움, 진지함과 경쾌함이 동시에 존재하며 어느 하나로 쉽게 묶이지 않는다. 색면은 단단히 구축되는 한편, 낙서 같은 선, 문자와 기호들, 서로 다른 재료의 흔적 등은 평면 회화의 질서를 흔들어 놓는다. 이처럼 상반된 요소들이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긴장 속에서 관람객은 여러 '이명미'를 마주하게 된다.
'Follow Me' 'Landscape' 등 30여 년에 걸친 작품과 최근작을 함께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서는 과거의 이명미와 현재의 이명미가 경계 없이 공존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작가는 하나를 선택해 나머지를 지우기보다, 모두를 남겨 두는 방식을 택해 구축하는 힘과 교란하는 힘, 명랑함과 상처의 감각을 함께 담는다. 이 화면의 격렬함은 형식적 실험에만 머물지 않고, 작가가 지나온 삶의 시간과 감정의 층위가 켜켜이 스며 있다. 예기치 않게 들이닥친 삶의 굴곡과 상실의 기억, 신체의 연약함에 대한 감각은 두텁게 올려진 안료와 덧붙여진 천의 경계 사이에 흔적으로 남는다. 과거의 자아와 현재의 자아가 하나의 화면 위에서 나란히 존재하고, 서로 다른 시간들이 겹쳐지며 공명한다.
전시장에 놓은 작품들은 저마다의 긴장을 품고 있으며, 작품과 작품 사이에서도 또 다른 관계와 충돌이 발생한다. 결국 '얼마나 많은 이명미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은 하나의 답변으로 수렴되지 않은 채 수로 헤아릴 수 없는 물음으로 남는다.
우손갤러리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이명미 작가의 대표작과 최근작을 함께 선보이며 작가의 회화 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망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전시 제목처럼 하나로 환원할 수 없는 다양한 '이명미'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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