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진 시조시인·대구문인협회 부회장
도시는 바쁘다. 사람도 바쁘다. 하루의 일과에 쫓기다 보면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늘 걷는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된다. 내가 사랑하는 도시 대구에는 마음을 어루만지는 산책길이 곳곳에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대구는 참으로 걷기 좋은 도시다. 남쪽의 앞산 둘레길, 북동쪽의 팔공산 능선, 역사의 숨결이 서린 가산산성길, 그리고 도심을 가로지르는 신천과 금호강, 강정보 디아크와 낙동강 물길까지 자연과 도시가 조화롭게 맞닿아 있다. 자동차로 한티재를 넘는 드라이브길 또한 또 하나의 산책이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계절의 풍경은 잠시 삶의 무게를 내려놓게 한다.
지친 날, 일상의 무거움이 유난히 크게 느껴지는 날이면 나는 가까운 산책길을 찾는다. 그중에서도 가산산성길은 내게 특별한 위로의 길이다. 성벽을 따라 걷다 보면 마음을 짓누르던 중압감이 어느새 바람에 흩어진다.
문학을 하는 내게 산책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다. 시를 만나는 창작의 시간이다. 산길을 걷다가 문득 들려오는 바람소리, 나뭇가지 사이를 스치는 새소리, 계곡물 흐르는 청아한 음률, 멀리 숲이 일렁이는 풍경은 모두 시상이 된다. 걸음은 곧 사유가 되고, 자연은 내 마음속 깊은 곳의 영감을 깨운다.
아내와 함께 걷는 집 근처 신천은 가장 가까운 쉼의 길이다. 도심 한가운데 흐르는 신천은 이제 생태가 살아 숨 쉬는 하천으로 변모해 왜가리와 물고기, 수달까지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 되었다. 대구시는 신천을 생태하천으로 꾸준히 정비해 왔고, 수달이 서식하는 도심 하천으로도 잘 알려져 또 하나의 자랑이 되었다.
봉무공원 단산지 둘레길은 계절의 변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피고 지는 야생화와 풀꽃은 자연이 들려주는 달력과도 같다. 손주들과 함께 나비생태공원을 걸을 때면 자연은 곧 살아 있는 배움의 교실이 된다. 달성군 옥포 벚꽃길과 옥연지 송해공원, 두류공원과 수성못, 그리고 맨발 흙길이 있는 대구수목원 역시 마음을 맑게 하는 소중한 쉼터다.
앞산 정상에 올라 바라보는 대구 시내의 전경은 늘 새롭다. 계절마다 다른 얼굴로 다가오는 도시의 풍경 속에서 나는 대구가 참 아름다운 도시임을 새삼 느낀다. 봄에는 벚꽃이 흩날리고, 여름에는 짙푸른 숲이 숨 쉬며, 가을에는 단풍이 도시를 물들이고, 겨울에는 고요한 하늘이 마음을 비춘다.
걷기 좋은 봄날이다. 이번 주말, 가벼운 운동화 한 켤레 신고 가족과 함께 길을 나서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자연과 도심이 함께 숨 쉬는 이 도시에서 우리는 몸의 건강뿐 아니라 마음의 평안도 함께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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