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같았던 6·3지방선거가 끝났다.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를 비롯해 대구·경북의 새로운 4년을 책임질 단체장들과 지방의원들이 확정됐다. 당선인들은 승리의 기쁨에 도취하기보다 유권자의 지지에 어떻게 보답할 것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지금 대구·경북이 마주한 현실은 축배를 들기에는 너무도 절박하다. 특히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당선인은 오늘부터 당선증의 무게가 곧 시도민의 생존이라는 무거운 책임감을 뼈저리게 인식해야 한다. 지역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강력한 리더십이 절실하다.
역대 시장과 도지사 모두 '경제 살리기'를 1호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33년째 대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전국 꼴찌이고, 일자리가 없어 고향을 등지는 대구·경북 청년들의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이번에도 후보들은 화려한 청사진을 내걸었다. TK 통합신공항, AI 로봇수도, 대기업 유치 등의 메가 프로젝트가 유세장을 채웠다. 문제는 구호가 아니라 설계다. 그동안 수많은 공약이 '말잔치'로 끝난 이유는 재원 조달과 복잡한 이해관계 조율이라는 설계도를 치밀하게 짜지 않은 채 예산만 따오면 된다는 행정 편의주의에 갇혀 있었던 탓이다. 당선인들은 임기 시작과 동시에 메가 프로젝트를 정치가 아닌 정밀한 행정적 설계로 완성해야 한다.
거대 담론에 취해 바닥 민심의 요구도 외면해선 안된다. 지역민들은 전월세, 물가 등 먹고 사는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 벼랑 끝에서 신음하는 지역민에게 10년 뒤에나 실현될 장밋빛 미래는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 조 단위 메가 프로젝트가 미래의 환상으로 치부되지 않으려면 청년들과 서민들을 위한 미시적 민생 대책이 세포막처럼 촘촘히 얽혀 있어야 한다. 선거는 끝났지만, 책임은 오늘부터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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