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지방의회 전수조사] 세금으로 다녀온 해외출장, 보고서 제출만 하면 끝?

  • 권혁준
  • |
  • 입력 2026-06-30 11:28  |  수정 2026-06-30 16:42  |  발행일 2026-06-30
■대구경북 지방의회 공무국외출장 보고서 전수 분석
153건 중 81건은 의정활동 연계 확인 안 돼
제출·공개 형식적 절차 그쳐…제도 보완 시급
대구경북 지방의회 공무국외출장 보고서 활용 현황. <각 지방의회 홈페이지, 챗GPT 활용>

대구경북 지방의회 공무국외출장 보고서 활용 현황. <각 지방의회 홈페이지, 챗GPT 활용>

AI 인터랙티브 뉴스 보러가기


예산 유용 논란을 막기 위해 작성되는 지방의원들의 공무국외출장 결과보고서가 실제 정책 반영을 위한 공개 의정활동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장 이후 본회의나 상임위, 5분 자유발언 등에서 연수 결과가 다시 다뤄지지 않으면서 세금이 투입된 국외 연수가 실제 지역 행정에 어떻게 접목되는지 시민들이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30일 영남일보가 대구경북 지방의회 중 27개 의회의 공무국외출장 결과보고서를 회의록, 5분 자유발언, 의원 연구단체활동 자료 등 공개 의정활동과 전수 비교 분석한 결과, 지방의회의 공무국외출장 결과보고서 중 절반 이상이 실제 공개 의정활동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형식적으로 소비되고 있었다.


분석 결과 2022년 7월 이후 현재까지 작성된 보고서 153건 중 보고서 내용이 공개 의정활동에서 직접 다뤄진 사례는 72건(47.1%)이었다. 보고서의 일부 주제만 유사하게 다뤄진 사례는 57건, 공개 의정활동에서 관련 내용을 확인하기 어려운 사례는 24건이었다.


보고서 내용이 직접 다뤄진 것으로 보기 어려운 사례는 81건으로, 전체의 52.9%를 차지했다. 절반 이상이 주제만 유사하거나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없어 제도적 규정에도 불구하고 연수 성과의 행정 접목 여부를 유권자가 확인할 수 없는 실정이다.


각 지방의회는 공무국외출장 관련 조례와 규칙을 통해 결과보고서 제출과 공개, 출장에서 습득한 지식·기술의 의정 분야 활용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공개 기록상 일부 지방의회에서는 결과보고서 제출 후 실제로 어떻게 활용됐는지 확인하기 어려웠다.


영남일보가 대구경북 지방의회 중 27개 의회의 공무국외출장 결과보고서를 공개 의정활동과 전수 비교 분석한 결과, 지방의회의 공무국외출장 결과보고서 중 절반 이상이 실제 공개 의정활동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형식적으로 소비되고 있었다. 사진은 대구시의회 전경 <영남일보 DB>

영남일보가 대구경북 지방의회 중 27개 의회의 공무국외출장 결과보고서를 공개 의정활동과 전수 비교 분석한 결과, 지방의회의 공무국외출장 결과보고서 중 절반 이상이 실제 공개 의정활동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형식적으로 소비되고 있었다. 사진은 대구시의회 전경 <영남일보 DB>

◆ 의회별 직접 활용률 편차 커


의회별 직접 활용률은 큰 편차를 보였다.


대구시의회는 분석 대상 24건 중 18건이 직접 활용 사례로 분류됐다. 직접 활용률은 75.0%였다. 일부 주제만 비슷하게 다뤄진 부분 언급은 6건이었고, 관련 내용을 확인하기 어려운 미언급 사례는 없었다. 반면, 경북도의회는 분석 대상 29건 중 직접 활용 14건, 부분 언급 10건, 미언급 5건으로, 직접 활용률이 48.3%였다.


기초의회 중 예천군의회는 분석 대상 4건 모두 직접 활용된 것으로 분류됐다. 포항시의회도 분석 대상 1건이 직접 활용 사례로 분류됐다. 구미시의회는 8건 중 7건(87.5%), 칠곡군의회는 4건 중 3건(75.0%)이 직접 활용이었다. 대구 동구의회·상주시의회·경주시의회는 각각 66.7%, 대구 수성구의회는 60.0%였다.


직접 활용률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곳도 있었다. 대구 북구의회는 42.9%, 성주군의회는 33.3%, 영주시의회는 28.6%, 대구 중구의회는 25.0%, 울릉군의회는 20.0%, 안동시의회는 16.7%였다. 대구 서구·남구·달서구의회와 봉화·영덕군의회는 직접 활용 사례 없이 부분 언급만 확인됐다. 청도군의회는 5건 중 3건이 부분 언급, 2건이 미언급으로 직접 활용 사례가 없었다.


지방의원들의 공무국외출장 결과보고서가 실제 정책 반영을 위한 공개 의정활동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의회 배지. <영남일보 DB>

지방의원들의 공무국외출장 결과보고서가 실제 정책 반영을 위한 공개 의정활동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의회 배지. <영남일보 DB>

[TK 지방의회 전수조사] 제9대 대구경북 지방의원, 혈세 들인 공무국외출장 보고서 '깜깜이' | 영남일보 | 권혁준 기자 | 정치

[TK 지방의회 전수조사] 제9대 대구경북 지방의원, 혈세 들인 공무국외출장 보고서 '깜깜이' | 영남일보 | 권혁준 기자 | 정치

◆ 미언급 사례 반복된 의회도


여러 차례 공무국외출장을 다녀왔지만, 공개 의정활동 기록상 출장 결과가 정책 논의로 이어진 흔적을 확인하기 어려운 의회도 있었다.


영양군의회는 2022년 귀국보고서, 2023년 귀국보고서 2건, 2024년 귀국보고서 2건, 2025년 베트남 귀국보고서 등 분석 대상 6건 모두가 미언급 사례로 분류됐다. 이는 홈페이지에서 첨부 파일 등 보고서 본문을 확인할 수 없어 보고서 내용과 후속 의정활동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영양군의회 의정팀 관계자는 "홈페이지 오류로 보고서가 확인되지 않았고, 이 같은 오류가 있는지 인지하지 못했다"며 "현재는 수정한 상태"라고 말했다.


대구 북구의회는 2023년 오스트리아·체코·독일 출장보고서와 2025년 말레이시아·싱가포르 출장보고서 등이 미언급 사례로 분류됐다. 2023년 보고서는 빈 가소메터와 슈피텔라우 소각장 도시재생, 프라하 공립요양원, 독일 공병 보증금제, 하벨시장·뉘른베르크의 중앙시장, 이자르강 생태복원 등을 제안했다. 그러나 2023년 6월 보고서 제출 이후 올해 6월까지 공개 회의록에서 가소메터, 슈피텔라우, 하벨시장, 이자르강, 코도프 요양원, 도이칠란트 티켓, 공병 환수금 등의 사례를 직접 언급하거나 정책 요구로 연결한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2025년 말레이시아·싱가포르 출장보고서에서는 스마트팜 시범사업, 마리나 버라지형 금호강 친수공간 재정비, 역사문화 순환벨트 등과 관련한 조례 제·개정 등을 제안했으나, 보고서 발간 이후의 회의록에서 이들을 직접 언급하거나 채택한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서상훈 대구 북구의원은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싱가포르의 고도화된 담수화, 빗물 재활용 시스템이 수자원 부족과 가뭄 우려가 있는 금호강에도 장기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봤다. 때문에 보고서에 담수화 기술 기초 연구·실증사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면서 "하지만 북구에서 추진하기엔 재정 부담이 커 대구시 차원에서 추진해야 할 정책이라고 판단했다. 이런 이유로 공식 의정활동에서 별도의 정책 제언을 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경북 시군의회의장협의회가 공무국외출장으로 간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 방문 당시 모습. <청도군의회 2025년 경상북도 시군의회의장협의회 의장단 공무국외출장 결과보고서 발췌>

지난해 11월 경북 시군의회의장협의회가 공무국외출장으로 간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 방문 당시 모습. <청도군의회 2025년 경상북도 시군의회의장협의회 의장단 공무국외출장 결과보고서 발췌>

청도군의회의 경우 2022년 캐나다 출장보고서에서 현지업체인 T-Brothers·한남체인과의 청도 농특산물 홍보 및 수출 품목 확대 협의, UBC FARM 도시농업과 로컬 오픈마켓·유기농 마켓 견학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보고서 제출 이후 공개된 본회의 5분 자유발언과 일반질문에서 청도 농특산물의 캐나다·북미 시장 수출 확대, 도시농업 견학 사례 등과 직접 연결되는 발언이나 안건은 확인되지 않았다. 또, 청도군의회가 참여한 2025년 경북 시군의회의장협의회 의장단 공무국외출장 결과보고서도 미언급 사례였다. 보고서는 미국 뉴저지주 해링턴 파크 자치구, 뉴욕 브루클린 네이비 야드, 캐나다 나이아가라 폭포 등 방문 사례를 담았다. 그러나 이후 회의록에서 선진 사례를 청도군 정책으로 도입하자는 직접 발언이나 안건은 확인되지 않았다.


◆ 제출·공개 넘어 의정활동 연계해야


공무국외출장 보고서의 제출과 공개가 형식적 절차에 머물지 않으려면, 보고서에 담긴 정책 아이디어를 실제 의정활동과 연결할 수 있는 후속 절차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의원들의 모든 활동이 공개 회의에서 다뤄질 수는 없지만, 세금이 투입된 공무국외출장인 만큼 보고서에 담긴 주요 제안이 상임위원회 회의나 5분 자유발언, 조례·예산 심사 등에서 검토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출장보고서가 출장 이후 절차를 마무리하는 형식적 문서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상임위나 5분 자유발언 등 공식 회의에서 출장 결과를 보고하고, 정책 질의나 제언으로 이어가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지방의회는 조례나 규칙으로 출장 결과를 의정활동에 활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하지만 실제 의정활동으로 연결되는 절차는 부족하다"고 짚었다.


장 교수는 "조례에는 큰 원칙을 두고, 사무규칙에는 출장 결과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보고할지, 상임위나 5분 자유발언에서 어떻게 정책 제안으로 연결할지 구체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며 "개인 의원의 의지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공식 회의에서 정책 형태로 제안하도록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 이미지

권혁준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정치인기뉴스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