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아이가 아플 때 부모는 '아이를 받아줄 응급실이 없다'는 잔인한 현실에 공포감을 느낀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고갈로 시작된 필수 아동 의료의 공백이 아이들의 생존권이 걸린 전장(戰場)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는 아동생존권의 절망을 증명한다. 지난해 전국 소아과 의원 59곳이 문을 여는 동안 89곳이 간판을 내렸다. 개업 대비 폐업률 150%라는 기록은 전체 진료과목에서 압도적 1위다. 아이가 아플 때마다 응급실을 찾아 헤매는 '오픈런'과 '뺑뺑이'의 늪에 빠지는 주된 원인이다.
지난해 구미 차병원의 '신생아집중치료지역센터'를 찾은 고위험 환아의 절반은 대구로 편입된 군위군과 김천, 칠곡, 문경 지역에서 원정 온 아이들이다. 순천향대 구미병원의 '365 소아청소년진료센터'를 찾은 2025년 응급 환아 6천644명 중 34%가 타지역 출신이다. 국가 의료망의 빈틈을 메우러 나선 구미시가 매년 이같은 소아응급의료에 투입하는 30억원(순천향 20억원, 차병원 10억원)은 아낀 예산을 쥐어짠 결과물이다.
국가 의료 체계의 큰 구멍을 기초지자체가 임시방편으로 메꾸는 '독박 아동 의료' 체계는 누가 봐도 비정상이다. 국가 의료 시스템에서 벗어난 지방의 맹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현 시스템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모래성에 불과하다. 구미시의 외로운 소아의료 질주가 멈추는 순간 아이들의 생명선도 끊어지게 된다. 정부는 소아의료 인력 확보, 근본적인 보상 대책, 응급실 스마트 의료 인프라 구축에 당장 나서야 한다. 아이들의 생명권 수호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책임'보다 '국가의 책임'이 훨씬 크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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