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계마스터즈육상] “가슴의 태극기를 생각하며 뛰었다”…‘3관왕’ 신행철 인터뷰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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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8-27 15:34  |  수정 2026-08-27 22:40  |  발행일 2026-08-27
71세의 마스터즈 육상선수…10㎞, 800m 이어 5천m도 金
50 넘어 유럽 출장서 ‘러닝 문화’ 접하고 본격 달리기의 세계로
“미국의 딸·손주도 자랑스러워 해…달리기, 체력·자존감 높여줘”
27일 경산시민운동장에서 열린 5천m 달리기 남자 70세 이상 부문에서 1위 차지한 신행철 선수(사진 중간)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신 선수는 2026 대구세계마스터즈육상경기대회에서 3관왕에 올랐다. 신행철 선수 제공

27일 경산시민운동장에서 열린 5천m 달리기 남자 70세 이상 부문에서 1위 차지한 신행철 선수(사진 중간)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신 선수는 2026 대구세계마스터즈육상경기대회에서 3관왕에 올랐다. 신행철 선수 제공

달리기만 하면 '금메달'이다. 엘리트 육상선수 출신이 아닌, 평생 직장인과 사업가로 살아온 한 한국인 70대 남성의 이야기다.


2026 대구세계마스터즈육상경기대회에서 27일 현재까지 세 경기에 출전, 세 개의 금메달을 거머쥔 신행철 선수(71)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10km 달리기에 800m, 5천m까지 금빛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영남일보 취재진이 신 선수에게 금메달 소감과 달리기를 시작한 계기, 매력 등에 대해 물어봤다.


"오늘 금메달은 전혀 예상 못했다. 트랙 경기는 개인적으로 경험이 적어 확신을 못했고, 1초 차이로 갈리는 게 승부니까. 그냥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뛰었다. 마지막엔 숨이 넘어갈 정도로 온 힘을 다했다. 그래서 간발의 차이로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신 선수가 이날 오전 열린 남자 70세 이상 5천m 달리기 우승 소감을 쑥스러운 듯 전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만 벌써 세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955년생인 신행철 선수는 70세가 넘은 나이에도 장거리와 트랙 종목에 도전하고 있는 마스터즈 육상 선수다.


특히 올해 열린 2026 서울 마라톤에서 2시간54분10초를 기록하며, 70대 마라톤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인물이다.


신 선수는 50대 중반의 나이에 달리기의 세계로 본격 입문한 '늦깎이 러너'다. 젊은 시절엔 대기업에 근무했고, 지금은 경기도 분당에서 건설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과거 비즈니스차 해외 세미나에 갔던 것이 그의 삶을 바꾼 계기가 됐다.


신 선수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취미로 축구나 야구 등의 스포츠를 즐기긴 했지만, 내가 러닝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 안 했다"며 "그러다가 50 넘어 일 때문에 유럽에 갔다가 만난 사람들이 아침에 조깅하는 것을 보게 됐다. 거기선 달리는 게 일상적인 문화 같았다. 나도 한 번 같이 뛰어봤는데, 그곳 사람들이 내가 소질 있어 보인다며 '한국에 돌아가면 달리기를 해보라'고 권유를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된 달리기는 본인의 성격과도 잘 맞아떨어지며,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


그는 "내 성격이 원래 꾸준함과 루틴을 중요시하는 스타일이다. 지금 나의 루틴이 수십년 뒤의 나를 만든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며 "그런 부분이 달리기와 합쳐지니까 재능이 발휘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26 대구세계마스터즈육상경기대회에서 10㎞, 800m 이어 5천m도 금메달을 따내며 3관왕에 오른 신행철 선수. 신행철 선수 제공

2026 대구세계마스터즈육상경기대회에서 10㎞, 800m 이어 5천m도 금메달을 따내며 3관왕에 오른 신행철 선수. 신행철 선수 제공

이번 대회에서 경기를 치르며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없었을까. 베테랑 러너에게도 달릴 때마다 고비가 찾아왔다.


신 선수는 "장거리 경기는 솔직히 뛸 때마다 포기하고 싶다. 오늘 5천m 경기 때도 날씨가 너무 더워서 힘들었다. 그래도 내가 태극기를 달고, 국가를 대표해 출전했다고 생각하며 참아냈다"며 "또 나만 덥고 힘든 게 아니라, 같이 뛰는 외국인 선수도 같은 조건에 있었다. 조금만 더 가면 '유토피아'가 있다고 되뇌면서 끝까지 뛰었다"고 했다.


그에게 달리기의 매력에 대해 물었다.


"내 자존감을 높여주고, 체력을 보장해주는 고마운 운동이다. 달리면서 몸이 더 건강해지고, 스트레스가 사라져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라며 "또 나와의 싸움에서 이기면 자존감도 올라간다"고 답했다.


그의 금메달 소식이 들릴 때마다 자녀와 손주들이 가장 기뻐한다고. 가족들에게 신 선수는 '나이와 한계를 극복한 자랑스러운 아버지, 할아버지'였다.


그는 "미국에 사는 딸과 손주가 멀리서도 대회 소식을 듣고 정말 좋아했다. 손주가 다니는 미국 학교에서도 내가 금메달 딴 것을 안다고 하더라"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아직 하프마라톤과 1천500m, 6㎞ 크로스컨트리 경기가 남은 신 선수는 잠시 여유시간이 있을 때 대구 여행을 할 계획이다.


그는 "하루 경기가 없는 날이 있어서, 대회 조직위에서 소개해 준 관광프로그램을 참고해 짧게라도 대구 여행을 할 예정"이라며 "스케줄이 괜찮다면 팔공산과 서문시장 등을 가보고 싶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동년배들이 자신처럼 '육상의 매력'을 알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


신 선수는 "간단한 복장만 갖추면 즐길 수 있는 것이 바로 달리기다. 권력도, 재력도, 명예도 건강 앞에서는 숙연해질 수밖에 없다"라며 "육체와 정신의 건강을 위해 많은 분들이 달리기에 도전해봤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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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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