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풍경] “뿔소라를 아시나요”…20여 주민이 차린 울릉도 죽암마을의 늦여름

  • 홍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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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8-29 15:47  |  발행일 2026-08-29
바다에서 건져 올린 해산물에 주민 손맛 더해져…축제 첫날 주최 측 추산 200여 명 찾아
울릉도 죽암마을 주민들이 갓 잡아 올린 뿔소라를 손질하고 있다. 홍준기 기자

울릉도 죽암마을 주민들이 갓 잡아 올린 뿔소라를 손질하고 있다. 홍준기 기자

"뿔소라를 아시나요?" 울릉도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만 육지 관광객들에게는 조금 낯선 이름이다. 경북 울릉군 북면 죽암마을에서는 이 작은 바다 생물이 늦여름 마을에 사람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지난 28일 죽암마을. 푸른 동해를 옆에 둔 마을에 평소보다 많은 발길이 이어졌다. '제3회 죽암마을 작은 뿔소라 축제'가 열리면서 해안도로를 따라 관광객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축제장 안쪽에서는 주민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주민 20여 명이 뿔소라를 비롯한 해산물을 손질하고 음식을 준비하며 관광객을 맞았다.


대형 통에 담긴 해산물을 꺼내 껍데기를 벗기고 깨끗하게 씻는 손놀림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더운 날씨에 이마에는 땀이 맺혔지만 주민들은 손을 멈추지 않았다. 잠수복을 입은 해남이 바다에서 건져 올린 해산물을 가져오면 주민들이 곧바로 받아 손질했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해산물이 얼마 지나지 않아 관광객 앞 접시에 놓였다.


바다와 식탁 사이의 거리가 유난히 짧은 하루였다. 관광객들은 뿔소라와 각종 해산물을 맛보며 울릉도의 바다를 즐겼다. 화려한 음식이나 대형 무대는 없었지만, 갓 잡은 해산물과 주민들의 손맛이 어우러진 밥상 주변에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죽암마을 주민들이 오전부터 음식을 만들며 행사 준비를 하고 있다. 홍준기 기자

죽암마을 주민들이 오전부터 음식을 만들며 행사 준비를 하고 있다. 홍준기 기자

축제 첫날인 이날 죽암마을을 찾은 관광객은 주최 측 추산 200여 명. 준비한 음식과 좌석이 예상보다 빨리 소진되면서 일부 관광객은 자리를 잡지 못해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지난해 2회째에 이어 올해 3회째를 맞은 축제는 주민들이 직접 준비하고 운영한다는 점에서 여느 행사와 달랐다. 마을 사람들이 자신들이 가진 바다와 먹거리를 관광객들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축제의 모습을 만들어갔다.


죽암마을 입구의 'Blue village' 조형물 너머로 푸른 바다가 펼쳐지고, 마을 뒤편으로는 울릉도의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섰다. 관광객들은 식사를 마친 뒤 바다를 바라보거나 마을 곳곳을 둘러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울릉군 북면 죽암마을 전경. 홍준기 기자

울릉군 북면 죽암마을 전경. 홍준기 기자

해가 기울자 축제장에는 음악이 흘렀다. 버스킹 공연과 미니 토크콘서트가 이어지면서 낮 동안 뿔소라를 맛보던 사람들이 다시 자리를 잡았다. 대구에서 온 관광객 이성란(25) 씨는 "유명 관광지를 찾아다니는 것과 달리 주민들이 직접 준비한 축제에 와보니 울릉도의 생활을 가까이서 보는 느낌"이라며 "바다에서 바로 나온 해산물을 맛볼 수 있어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죽암마을 축제는 규모로 승부하는 행사가 아니다. 주민 20여 명이 직접 준비하고, 바다에서 난 해산물을 손질하고, 관광객과 한자리에 앉는 과정 자체가 축제였다. 수십 명의 주민이 움직인 마을의 작은 행사는 이날 200여 명의 관광객을 불러 모았다.


늦여름의 울릉도는 조금씩 여름 관광의 끝을 향하고 있었지만 죽암마을의 하루는 쉽게 저물지 않았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뿔소라와 주민들의 손맛, 그리고 해 질 무렵 울려 퍼진 음악. 화려하지 않아도 사람을 다시 찾아오게 만드는 마을의 풍경이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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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기

발로 뛰는 현장 취재와 심층 기획으로 울릉도와 독도의 가치를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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