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억 경북도 공항&투자본부장
이남억 경상북도 공항&투자본부장
미·중 경제전쟁은 세계 경제질서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 관세와 수출통제, 기술패권 경쟁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은 국가와 권역별로 분절되고 있다. 기업들은 생산과 조달, 기술과 시장을 한 곳에 집중하기보다 복수의 거점으로 나누며 위험을 관리한다. 중국 역시 과거의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전략산업의 자립도를 높이고, 지역별 산업기능을 분화하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지방자치단체의 투자유치 방식에도 새로운 대응을 요구한다. 해외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산업단지와 지원제도만 제시해서는 부족하다. 기업의 본사 의사결정, 자본 조달, 공급망, 연구개발, 물류, 시장 진입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투자 생태계를 보여줘야 한다. 경북이 칭다오, 베이징 등 중국 여러 도시와 연계해 투자유치 활동을 펼치는 이유도 각 도시가 가진 산업·정책·자본의 기능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경상북도는 지난 6월 10일부터 13일까지 중국 칭다오와 베이징에서 포스트 APEC 투자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경북의 산업기반과 투자환경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중국 기업이 경북을 거점으로 한국과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중국 현지 언론도 경북의 투자유치 전략과 포항영일만항, 대구경북신공항, 첨단 제조기반을 연계한 발전 구상에 관심을 보였다.
칭다오는 산둥반도의 대표적 항만·제조 도시다. 한국과의 지리적·경제적 접근성이 높고, 항만물류와 조선·해양장비, 스마트 제조, 자동차, 식품·바이오 산업이 발달해 있다. 베이징은 중국의 정책·금융·기술 네트워크가 집중된 곳이다. 주요 국유기업과 대기업 본사, 투자기관, 대학·연구소가 밀집해 있다. 실제 투자의 의사결정이 대부분 여기서 이뤄진다.
현지에서 시작된 교류는 이제 경북 방문과 투자 검토 단계로 이어지고 있다. 칭다오와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여러 도시에서 만난 기업과 투자기관, 산업협회 관계자들은 지난 8월 31일부터 9월과 10월 국내에서 열리는 투자포럼과 연계 행사에 참석한다. '2026 경상북도 미래전략 산업혁신 투자포럼'이다. 이는 단발성 해외설명회가 아니라 현지 상담, 방한, 현장 확인, 투자 검토로 이어지는 후속 과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분명하다. 방한 기업이 경북의 산업단지와 지역기업, 대학·연구기관, 항만과 공항을 직접 확인하고 실질적인 사업계획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상담 건수보다 중요한 것은 공동 연구개발, 합작법인 설립, 생산시설 투자와 지역기업의 수출 확대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그 중심에는 포항영일만항과 대구경북신공항을 연결하는 랜드브릿지 전략이 있다. 항만과 공항, 산업단지, 연구개발 인프라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으면 경북은 동북아 물류와 첨단 제조를 연결하는 복합 투자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다. 중국 기업에도 경북은 한국 시장 진입의 종착지가 아니라 동북아와 세계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미·중 경제전쟁과 공급망 재편은 위기이지만, 준비된 지역에는 새로운 기회가 된다. 칭다오와 베이징, 나아가 중국 도시에서 협력 대상을 발굴하고 정책·자본·기업 네트워크를 연결하며, 경북의 산업기반과 랜드브릿지를 통해 실제 사업을 실행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포스트 APEC 투자포럼에서 시작된 논의가 중국 기업의 경북 투자와 지역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더욱 촘촘하고 지속적인 후속 투자유치 활동이 요구된다.
박재일
30년 현장 경험을 자양분 삼아 사설과 칼럼을 집필합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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