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영상인 줄 알았는데…” 대구 네팔인들, 고국 대홍수에 십시일반 ‘팔 걷어붙여’

  • 조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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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9-07 19:17  |  수정 2026-09-08 11:42  |  발행일 2026-09-07
네팔인 리더 5명 100만원 모아 고국에 기부
한 달치 월급 260만원 내놓은 이주노동자도
“국가 재건 위해 국제사회 관심·지원 절실”
지난 6일 오후 대구 달성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에서 네팔 근로자들이 지난달 고국에서 발생한 대홍수 피해 상황을 취재진에게 전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부터 가네스 림부, 힘시커, 반다리 햄라즈, 구릉부팔, 파우델 산토스씨. <달성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제공>

지난 6일 오후 대구 달성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에서 네팔 근로자들이 지난달 고국에서 발생한 대홍수 피해 상황을 취재진에게 전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부터 가네스 림부, 힘시커, 반다리 햄라즈, 구릉부팔, 파우델 산토스씨. <달성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제공>

"틱톡에서 처음 대홍수 영상을 봤을 땐 AI로 만든 건 줄 알았습니다. 믿기지 않는 일이 고국에서 벌어졌다는 게 너무 참담합니다."


지난 6일 오후 1시쯤 찾은 대구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이하 센터·달성군 다사읍)는 분위기가 숙연했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네팔인 가네스 림부(30), 힘시커(27), 반다리 햄라즈(28), 구릉부팔(44), 파우델 산토스(33)씨는 지난달 26일 자국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 피해에 대한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대홍수 발생 후 일을 할 때 좀처럼 집중하지 못했다고 한다. 틈만 나면 고국의 피해 영상을 찾아봤다. 힘시커씨는 "참사 당일 오전 습관처럼 틱톡을 켰는데 강 상류 수력발전소 위쪽에서 거대한 물줄기가 내려오고, 멀리서 이를 촬영하던 발전소 직원이 하류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을 향해 도망치라고 외치는 영상이 나왔다"며 "처음엔 AI 영상인가 싶어 고향 가족들에게 연락했지만 당시에는 현지 언론에 보도되기 전이라 가족들도 모르고 있었다. 많은 네팔 사람들이 틱톡을 통해 가장 먼저 소식을 접했을 것"이라고 했다.


고국의 참사를 접한 이들은 곧바로 지갑을 열었다. 센터에서 다른 네팔 출신 노동자들의 한국 생활 적응을 돕는 '리더' 역할을 하는 이들 5명은 각자 모아둔 돈과 월급 일부를 보태 약 100만원을 네팔 정부 공식 모금 계좌에 기부했다. 림부씨는 "리더들의 고향이 피해지역과는 떨어져 있지만 결코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각자 할 수 있는 만큼이라도 돕자는 데 뜻을 모았다"며 "제 주변엔 한 달치 월급 260만원가량을 몽땅 내놓은 사례도 있었다"고 했다.


고국에서 실시간 들려오는 피해자 실종 소식에 이들의 마음도 무거웠다. 네팔 재난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네팔 내 사망자는 1천344명, 실종자는 총 5천531명에 달한다. 림부씨는 "지인 가족 10명이 한꺼번에 실종됐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홍수 발생 직후 재난문자가 발송됐지만, 누구도 피해가 이 정도로 클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해 제때 대피하지 못한 이들이 많다고 들었다. 더 빨리 피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고 말했다.


구조와 복구가 늦어지는 것도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산토스씨 고향 치트완의 경우, 이번 홍수가 시작된 지역과는 떨어진 하류지역이지만, 상류에서 떠내려온 희생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시신 수습조차 감당하기 어렵다. 산토스씨는 "워낙 많은 시신이 한꺼번에 몰리다 보니 병원엔 자리가 없고 시신을 수습할 가방조차 부족하다"며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 DNA를 채취하고 번호를 부여한 뒤 임시로 땅속에 매장한다. 나중에 가족이 오면 신원을 확인해 인계하는 식"이라고 했다.


이번 참사를 네팔만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는 "이번 대홍수는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호수 담수량이 급격히 늘자, 이를 견디지 못한 지반이 무너지면서 대규모 피해로 이어진 것"이라며 "지구온난화는 국제사회가 같이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들은 "대구 등 한국에서도 네팔을 돕기 위해 많은 분들이 힘을 보태고 있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어 "네팔은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않아 수습을 온전히 감당하기엔 어려운 점이 많다. 작은 관심이라도 기울여줬으면 한다"고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했다.


한편, 대한적십자사는 네팔 대홍수 피해와 관련해 지난달 27일부터 지원금 모금에 나섰다. 지난 4일까지 총 27억7천300만원이 모아졌다. 담요와 방수포, 매트리스, 위생키트 등 긴급 구호물자를 배포하는 지원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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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화

사회1팀 조윤화 입니다. 중구 동구 시민단체 복지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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