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퐝여행 레시피-포항을 즐기는 10가지 방법] (2) 힐링과 휴식의 코스 〈칠포해수욕장~해오름전망대~동해안연안녹색길〉
넓고 넓은 모래밭이다. 넓고 넓은 바다다. 아이들은 모래밭에서 또 가까운 바다에서 저들만의 세상을 논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세상을 지키고, 그것이 자신의 세상인 듯 뿌듯한 얼굴이다. 어떤 이들은 나무처럼 서서 먼먼 바다로 낚싯줄을 던진다. 또 어떤 이들은 벼랑 속으로 타박타박 걸어간다. 그리고 어디에서나 하늘 저 끝과 바다 저 끝의 경계선에서 가느다랗게 사라지는 수직적인 삶을 본다. 그것은 공기처럼 가벼운 휴식, 수고로이 일하는 사람들의 평온한 꿈이다. 왕복 2㎞ '연안녹색길' 멋진 풍광 간직뱃머리 형상 전망대, 동해 물살 가를 듯드넓은 칠포해수욕장 물놀이 장소 최적특색있는 숙소·캠핑장도 곳곳 자리잡아◆곤륜산 자락의 소나무 숲, 칠포해수욕장 곡강천이 바다와 만나는 모퉁이에서부터 긴 칠포해수욕장이 시작된다. 칠포해수욕장의 모래밭은 폭이 70m, 길이는 2㎞나 된다. 총넓이 9만7천평에 하루 1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동해안 최대의 해수욕장이다. 바닷물은 깨끗해 밑바닥이 보일 정도고, 수심은 평균 1m로 서서히 깊어져 다양한 연령층이 물놀이를 즐기기 좋다. 7월에서 8월 즈음 해수욕장이 개장하면 모래밭의 가장자리를 따라 푸드 트럭과 물놀이 대여점 등이 줄줄이 들어서고 이 너른 모래밭은 사람들과 색색의 파라솔로 가득 찬다. 바닷가에서 한가로이 낚싯줄을 던진 이들은 여름 내내 가자미나 보리멸 따위를 기다리고, 농어가 시작되는 6월부터 피크를 이루는 9월까지는 왕모래 밭이나 갯바위마다 밤낮을 잊은 낚시꾼들이 바다만 본다. 뜨거움이 슬쩍 사그라지는 9월 즈음이면 이 모래밭에서 재즈 페스티벌이 열린다. 2007년부터 개최해온 칠포재즈페스티벌은 국내외 최정상 뮤지션과 음악 애호가들이 만나는 축제다. 지난해 9월에 열린 2023칠포재즈페스티벌에는 류복성 재즈 올스타즈, 웅산, 다이나믹듀오, 장기하, 카더가든, 이무진, 비, 이적 등이 출연했으며 축제기간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1만여 명의 방문객이 몰렸다고 한다. 칠포해수욕장 주차장의 일부 구간 도로명은 '칠포재즈길'이다. 칠포재즈페스티벌을 기념해 명명했다. 칠포 해수욕장 뒤로는 곤륜산 자락의 소나무들이 숲을 이룬다. 해풍에 몸 전체가 기울어진 무성한 솔숲은 사계절 내내 넉넉한 품으로 캠핑족을 맞이한다. 칠포해수욕장의 노지 캠핑장은 아주아주 넓어서 자리싸움이 필요 없는 곳으로 유명하다. 해수욕장 앞에 큼직하게 자리한 파인비치호텔은 침대에 누워 일출을 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름난 오션뷰를 자랑하고 호텔 내 중식당은 칠포 맛집으로 이름 높다. 곤륜산 뒤편, 해수욕장과 도보 20분 거리에도 캠핑장이 있다. 골프장을 개조해서 만든 드넓은 칠포 오토캠핑장, 애견 동반이 가능하고 프라이빗한 숲속의 드림 캠프야영장, 넓은 부지에 캠핑장, 카라반, 펜션까지 갖추고 있는 그린로즈캠핑장 등이 있다. ◆발 아래 옻칠한 듯 검은 바위, 칠포해오름전망대 칠포해수욕장에서 해안로를 따라 언덕을 넘으면, 길가의 좁고 긴 밭 위로 수평선과 함께 칠포리의 집들과 칠포항 방파제가 떠오른다. 칠포는 조선 말 수군만호진이 동래로 옮겨갈 때까지 군사 요새였던 곳으로 7개의 포대가 있어 칠포성(七砲城)이라 했다. 또 바다와 바위가 옻칠한 듯 검어 칠포(漆浦)라고도 했다. 그러다 1914년에 칠포(七浦)가 되었다. 지금 칠포리는 전형적인 어촌마을이다. 항구에는 고깃배가 줄지어 정박해 있고 각종 어구가 저마다의 질서로 쌓여 있다. 마을 앞길에는 횟집이 즐비하고 활어를 실어 나르는 트럭들이 분주하다.칠포항 북 방파제를 지나 마을 끝자락에 다다르면 저기 벼랑 사이에서 출항을 준비하는 듯한 범선의 뱃머리가 보인다. '해오름 전망대'다. '해오름'은 2016년 포항~울산 간 고속도로의 완전 개통을 계기로 포항, 울산, 경주 3개 도시가 함께 맺은 동맹의 이름이다. 세 도시 모두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지역이면서 대한민국에 산업화를 일으킨 '산업의 해오름' 지역이라는 공통점을 살려 대한민국 경제 재도약의 '해오름'이 되겠다는 의미다. 벼랑에 매달린 데크길을 따라간다. 바위들의 정수리와 물살에 씻겨 반드러워진 돌들을 내다보며 해오름전망대에 오른다.뱃머리는 아래가 훤히 보이는 망 구조의 스테인리스 스카이로드다. 발아래 어른거리는 검은 암초들 주변으로 둥글게 여울이 몰려든다. 금방이라도 동해의 푸른 물살을 가를 것 같은 요동을 느낀다. 씩씩하게 뱃머리 서서 가장 먼 바다로 나아간다. 달려드는 바람에 돛대처럼 우지끈거리고 타이태닉의 연인들처럼 두근거린다. 우현 너머로 칠포해수욕장과 크고 작은 곶과 만이 첩첩으로 이어지고, 마침내 호미곶의 푸르스름한 윤곽에서 시선이 멈춘다. 좌현 너머로는 깊이 주름진 해식애와 뾰족뾰족한 시 스택의 풍경 속으로 타박타박 전진하는 길이 있다.◆아카시아 향기 맡으며 걷는 길, 동해안연안녹색길길은 오도리로 향한다. 낭떠러지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들을 스치며 가는 길이다. 달콤한 아카시아 향기를 맡으며, 옥빛 바다를 눈에 담고, 신선한 바닷바람을 피부로 느끼며 가는 길이다. 해안은 기이하거나 멋진 갯바위의 연속이다. 아찔한 벼랑과 툭 내려서 우뚝 선 바위들과 와글와글 낮게 구르는 돌들의 해안이다. 이곳은 과거 군사보호 구역이었다. 해안 경비를 위한 이동로가 있었을 뿐 일반인의 출입은 금지된 곳이었다. 2016년 포항시는 해안의 초병 길을 그대로 살려 '동해안 연안 녹색길'을 열었다. 칠포리에서 오도리까지, 단절되었던 두 마을을 잇는 상생로이자 감춰져 있던 동해안의 멋진 해안풍경과 함께하는 트래킹 길이다. 절반은 데크 길이고 절반은 흙내 나는 오솔길이다. 곳곳에 숨어 있는 작은 해변에는 저마다의 휴식을 즐기는 많은 사람이 있다. 이 길은 영일만 북파랑길이기도 하고 동해안 전체를 잇는 해파랑길의 한 구간이기도 하다. 동해안연안녹색길은 왕복 2㎞ 정도다. 완벽한 산책 후에는 팔다리 뻗고 수평적으로 쉬어도 좋겠다. 칠포의 바닷가에, 언덕 위에, 골목에는 참 다양한 숙소들이 있다. 친구네 외갓집 같은 돌담민박, 놀다가, 철이네 민박, 쉼터민박, 거기우리, 깔끔한 한옥 독채인 욱이네 민박, 오션블루펜션, 스테이앤플레이, 유토피아 펜션 모텔, 창 너머 칠포천과 바다와 빨간 등대가 보이는 마레하우스 등 하루 이틀 쉬어가기에 부족하지 않은 숙소들이 깨알같이 자리한다. 마을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독채 민박집 스테이쉼은 턴테이블과 타자기 등의 소품들이 감성을 자극하는 숙소다. 특히 루프톱은 바비큐장으로, 카페로, 캠핑장으로 어떻게 써도 좋을 다재다능한 공간이다. 풀빌라 독채 펜션인 슬로우스테이는 잡지에도 소개될 만큼 예쁜 숙소로 먼바다까지 내다보이는 옥상과 작은 영화관이 있는 다락이 포인트다. 설바위스쿠버횟집펜션은 이름 그대로 횟집이자 펜션으로 숙박과 조식, 석식, 회가 포함된 1박 2일 스페셜 코스가 있다. 칠포장 횟집도 민박을 겸하고 청우 다이브도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한다. 모두 먼 파도 소리를 자장가 삼아 눈을 붙이고 다시 해 오르는 바다로 나가는데 5분이면 족하다. 글=류혜숙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포항시가 과거 군사보호 구역 내 해안 경비를 위한 초병길을 그대로 살려 만든 '동해안 연안 녹색길'. 칠포리에서 오도리까지 단절되었던 두 마을을 잇는 상생로이자 감춰져 있던 동해안의 멋진 해안풍경과 함께하는 트래킹 길이다.칠포항 북방파제를 지나 마을 끝자락에 있는 '해오름 전망대'는 출항을 준비하는 듯한 범선의 뱃머리 모양을 하고 있다. 아래가 훤히 보이는 망 구조의 스테인리스 스카이로드다.곡강천이 바다와 만나는 모퉁이에서부터 긴 칠포해수욕장이 시작된다. 칠포해수욕장의 모래밭은 폭이 70m, 길이는 2㎞다.
2024.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