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대한민국 대전환, 지방시대 .Ⅰ대구경북 소멸보고서] 베트남과 '운명 공동체' 꿈꾸는 봉화군
경북도 최북단에 있는 봉화·영양·청송(일명 B·Y·C) 군민들의 평균 연령은 57.2세로 경북 평균보다 10살가량 많다. 청년들이 농촌을 등지고 도시로 떠나면서 마을 곳곳엔 노인들만 가득하다. 주변이 온통 산과 밭으로 둘러싸인 개발제한 구역이라 변변한 사업체나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 지자체가 돌파구로 삼은 것은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을 적극 수용해 침체에 빠진 지역 경제 활성화를 노리고 있다. 봉화군은 베트남 사람들과 '운명 공동체'를 꿈꾼다. 단순한 이웃사촌을 넘어 국내 최초 '베트남 타운' 조성에 도전하고 있다. 봉화군 봉성면 창평리에 있는 충효당(忠孝堂)은 국내 베트남 이민자들의 '성지'로 손꼽힌다. 봉화군이 베트남 타운 조성을 추진 중인 충효당 일대는 베트남 역사상 최초로 중국의 책봉체제에서 벗어나 장기집권을 이룩한 베트남 리(LY) 왕조(1009~1225)의 국내 유적지이자, 한국에 1천200여 명이 분포한 화산 이 씨의 집성촌이다. 경북도 문화재자료 제466호인 충효당은 오늘날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연결고리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2018년 응 웬 부 뚜 주한베트남 대사가 한국에 흩어져 있는 베트남 선조의 흔적을 찾기 위해 충효당을 방문한 이후 수많은 베트남 특사들이 찾을 정도로 관계가 깊다. 충효당은 정면 4칸, 측면 2칸의 고택이다. 13세기 초 고려시대. 당시 베트남 리 왕조는 외척인 진수도((1194~1264·陳守度)의 역성 혁명으로 나라의 운명이 급속히 기울던 시기였다. 정변 이후 나라의 전권을 빼앗겨 숙청 위기에 몰린 이용상(6대 혜종의 마지막 왕자)은 바다를 건너 고려로 넘어와 화산 이씨라는 성을 하사받고 귀화했다. 고려에 정착한 이용상과 그 자손들은 외적의 침입에 맞서 혁혁한 공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13대손인 이장발(1574~1592)은 19세 나이로 왜구와 싸우다 문경새재에서 전사했다. 그 애국심을 기려 화산 이씨의 집성촌인 봉화군 봉성면 창평리에 충효당이 세워졌다. 2018년 한국으로 귀화한 황선화 씨는 "베트남 왕자를 기리는 유적을 한국이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게 자랑스러워 매달 커뮤니티를 통해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다"라며 "연결고리가 있기에 베트남과 한국 간의 거리가 멀지 않게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베트남 역사를 간직한 충효당을 중심으로 베트남 타운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현재 충효당 주변은 슬레이트 지붕 형식의 오래된 주택과 창평저수지에서 흘러나오는 강줄기가 한데 어우러져 베트남 현지 마을을 연상케 한다. 또 화산 이씨 직계 종손 10여 명이 주변에 거주하는 등 베트남 인구 유입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도옥 루이엔 주한베트남공동체 대표는 "베트남 사람들 역시 열심히 자아를 실현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 마음을 품고 한국에 온다"라며 " 충효당은 베트남 사람들이 꿈꾸는 이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만큼 한국에 살고 있는 베트남 사람들의 정체성을 찾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봉화군은 베트남 타운 조성을 민선 8기 공약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11만 8천여㎡ 규모 부지에 베트남 전통 마을과 리 왕조 유적지 재현 공간, 연수·숙박시설, 문화공연장 등을 조성해 충효당 일대를 관광 명소화하는 목적이다. 2027년까지 총 2천억 원을 투입해 인구 소멸 위기를 벗어나겠다는 입장이다. 봉화군은 지난해 12월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에게 국가정책사업화를 건의했으며, 올해 6월 봉화 베트남 마을 조성사업 용역에 돌입했다. 봉화군은 봉성면 창평리에 베트남 타운이 완공되면 소비 증대에 따른 관광 교류 활성화는 물론 베트남 이주민 증가로 시너지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현국 봉화군수는 "경북도 최북단인 봉화군이 지역의 자립을 위해선 관광 등 부가 사업 확장이 필요하다"라며 "정착 이주민들이 지역의 경제적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라고 말했다. 봉화군이 베트남 사업에 뛰어든 건 베트남의 가능성 때문이다. 현재 베트남은 1억명 이상의 인구에 평균 연령이 32세로 '젊은' 국가다. 급속한 저출산·고령화로, 평균 연령 44.5세인 한국보다 12살이나 어리다. 베트남 출신 엄마와 함께 사는 다문화 가정도 상당한 편이다. 지난해 말 기준 경북의 다문화 가구(1만5천58가구) 중 베트남 출신 다문화 가구는 4천 768가구로 가장 많다. 경북의 일상 깊숙이 베트남이 들어와 있는 셈이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오는 2070년이 되면 한국의 인구 수는 3천 766만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세계 최하위 수준의 합계출산율(2022년 기준 0.78명)을 기록한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수는 2020년 15%에서 2070년 46%로 치솟을 것이란 비관적인 관측도 나온다. 결국 한국의 인구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외국인을 수용하는 자세가 요구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화산 이씨 종친회 이시창 사무국장은 "충효당 일대에서 터를 잡고 사는 주민들 대부분이 80대 이상 노인이다. 그 분들의 빈자리를 한 뿌리인자 친척인 베트남 이민자분들이 채워준다면 경북을 넘어 대한민국의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이 기사는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와 지방시대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경북 봉화군 봉성면 창평리에 있는 충효당(忠孝堂)은 한 베트남 리(LY) 왕조(1009~1225)의 국내 유적지이자 국내 화산 이 씨의 집성촌이다. 오주석 기자경북 봉화군 봉성면 창평리에 있는 충효당(忠孝堂) 모습. 오주석 기자지난 5월 한국-베트남 문화교류 캠프에서 도옥 루이엔(하얀 옷) 베트남공동체 대표와 참석자들이 봉화군 충효당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봉화군 제공〉베트남 타운 조성이 추진되는 경북 봉화군 봉성면 창평리 일대. 봉화군 제공충효당(忠孝堂)이 위치한 경북 봉화군 봉성면 창평리 마을 주변에 빈 집이 곳곳에 방치돼 있다. 오주석 기자
2023.08.13
[대한민국 대전환, 지방시대 .Ⅰ대구경북 소멸보고서] '아시아의 작은 미국' 꿈꾸는 경북
경북도는 인구 소멸 위기가 불거진 지금, 지방 주도 외국인 정책 추진의 '골든타임'이라고 판단한다. 올해 1월 '외국인공동체과'를 신설하고 '외국인 공동체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외국인 유치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법무부의 '지역특화형 비자 시범사업' 에 최종 선정되면서 외국인이 몰려드는 지자체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내 체류 외국인에게 영주권 바로 아래 단계인 '거주 비자(F-2)'를 지급하는 지역특화형 비자 시범사업 지역에 포함됨에 따라 '학사' 자격과 '한국어' 실력을 갖춘 젊은 외국인들이 경북을 찾기 시작했다. 인구 소멸 지역인 영주·영천·의성·고령 등 4개 시·군에 할당된 쿼터 290석은 접수를 시작한 지 7개월 만인 지난 5월 모두 채워졌다. 도지사의 추천을 받으면 거주 비자를 받을 수 있다. 거주 비자의 1회 체류 기간 상한은 5년. 연장이 가능하다. 비자 문제로 어쩔 수 없이 한국을 떠나야 하는 불편함이 일정 부분 해소된 것이다. 도는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 대상 시·군을 올해 15곳으로 확대하고, 이공계 우수 유학생 유치를 위한 광역 비자 제도 구상에도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또한, 지역특화형 초청 장학생 제도(R-GKS)를 마련해 외국인들의 정착 및 취업을 지원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내년에는 1천 명의 외국인 숙련 노동자와 유학생 우수 인재를 유치해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 키워나갈 방침이다. 외국인이 한국 사회에 녹아들 때 큰 장벽인 '언어' 및 '주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지원책도 꾸렸다. 경북형 한글학교와 비자센터를 구축하는 한편, 가족센터와 연계한 희망이음 사업을 통해 1인당 20만원씩 6개월간 주거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철우 도지사는 " 현재 한국은 다문화 국가로 가는 길목에 서 있다"라며 "외국인들을 차별 없이 대우하고, 그들의 꿈이 실현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경북이 '아시아의 작은 미국'이 될 수 있도록 정성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이 기사는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와 지방시대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올해 초 지역특화형 비자 취득과 함께 경북 영주의 사업장에서 근무하게 된 외국인이 장비를 정비하고 있다.지난 3월 대구대학교에서 열린 '지역특화형 비자 취업 박람회'를 찾은 외국인유학생들이 지역특화형 비자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대한민국 대전환, 지방시대 .Ⅰ대구경북 소멸보고서] 지방소멸 위기감에 주목받는 '외국인 이민'
인구소멸, 지방소멸 위기감이 커지면서 '이민 정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이민청 설립으로 대표되는 이민정책 선진화를 추진하고 있고, 대구경북도 외국인 유입정책에 적극적이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은 갈수록 늘고 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은 이미 200만명을 넘었고, 2030년에는 3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경북 역시 가파른 증가세다. 지난 2021년 기준 대구의 외국인 주민은 5만1천140명으로, 10년 전인 2011년(2만8천153명)보다 81.7% 증가했다. 경북 역시 9만8천197명으로 10년전에 비해 93% 늘어났다. 특히 경북은 정부의 국내 체류 외국인에게 영주권 바로 아래 단계인 '거주 비자(F-2)'를 지급하는 지역특화형 비자 시범사업에 선정되면서, 실력과 한국어 자격을 갖춘 젊은 외국인 유입이 활발해졌다. 4개 시·군에 할당된 쿼터 290석은 접수를 시작한 지 7개월 만인 지난 5월 채워졌다. 경북도는 특화형 비자사업 시·군을 15곳으로 확대하고, 초청 장학생 제도(R-GKS)를 마련해 외국인의 취업과 정착을 도울 작정이다. 이를 위해 '외국인 공동체과'를 신설했고, '외국인 공동체 TF(태스크포스)'도 운영하고 있다. 경북도의 목표는 '아시아의 작은 미국'이다. 외국인 공동체 조성을 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인력난을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봉화군은 아예 '베트남 타운'을 추진한다. 베트남 국내 유적지인 봉성면의 충효당 일대에 숙박시설, 문화공연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대구시 역시 다문화가정과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지원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외국인 주민 상담, 사회통합프로그램, 외국인 글로벌라운지 운영 등을 통해 대구 적응을 돕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중심의 외국인 정책을 지방 주도로 전환할 때 한국의 인구 문제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류형철 경북연구원 실장은 "인구 소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외국인의 지방 유입이 필수적"이라며 "지방이 외국인 이주 사무를 주도적으로 펼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이 기사는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와 지방시대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외국인지원사업 중 다문화청소년 대학생 멘토링 모습. 대구시 제공
[별 따라 이야기 따라 영양에 취하다 .4] 죽파리 자작나무 숲과 송하계곡
장파천을 거슬러 간다. 천은 영양군 수비면 송하리의 삼거리마을에서 두 갈래가 된다. 하나는 검마산 남쪽 기슭에서 발원해 죽파리를 적신다하여 죽파천이라 불린다. 또 하나는 오십봉과 백암산 서쪽 기슭에서 흘러든 물이 하나 되어 송하계곡을 만든다. 물이 얼마나 맑은지, 장파천 주변의 마을 사람들이 밤마다 강돌을 씻어놓고 잔다는 소문이 있다.'자작나무 숲' 면적 축구장 40개 크기고도 800m 훌쩍 넘어 전망데크 오르면빽빽하고 독특한 우듬지 장관 펼쳐져◆죽파리 자작나무 숲죽파리 마을회관을 지난다. 마을 이름은 원래 대두들이었다고 한다. 큰 언덕이라는 뜻이다. 마을을 개척한 이는 보부상들이었다. 울진과 영덕의 해산물을 지고 팔러 다니다 이곳에 정착했는데 큰 언덕에 대나무가 많아 죽파라 불렀다고 전한다. 지금 마을 고샅길의 이름은 하죽파다. 마을을 지나 한참을 달린다. 인가도 없고 이따금 작은 밭들만 스치는 9할이 산인 길, 산속에 줄곧 멈추어 있는 것만 같은 긴 길이다. 천을 향해 거대한 몸을 기울인 느티나무와 마주친다. 옆에는 작은 성황당이 있고 맞은편에 장파경로당이 자리한다. 이곳은 상죽파다. 자연부락의 이름은 장파(將坡)로 장파천과 음은 같지만 뜻이 다르다. 조선 인조 16년인 1639년 김충엽(金忠葉)이라는 이가 마을을 개척하면서 장군과 같이 기개와 정기가 높아지라고 붙인 이름이라 한다. 이곳에서 임도를 따라 검마산 남쪽 기슭으로 든다. 이 산에 자작나무 숲이 있다.널찍한 임도 옆으로 죽파천 계곡물이 나란하다. 자작나무 숲까지는 약 4.7㎞, 멀고 깊다. 중간중간 조금 더 멀고 보다 깊게 우회하는 숲 산책로도 있다. 원시림과 같은 숲속에 짧게는 200m 정도, 길게는 600m가 넘는 산책로가 임도와 만났다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물박달나무, 단풍나무, 금강소나무 등 훤칠한 나무들이 울울창창하고 계류는 없는 듯 투명하다. 벤치에 앉아 물소리를 듣고, 쉼터에 기대 다리쉼하고, 포토존에 서서 씽긋 웃으며 힘듦 없이 멀리멀리 가다 보면 어느새 저 앞이 달처럼 환하다. 하얀 몸에 새겨진 검은 옹이들이 수천 개의 눈이 되어 일시에 나를 바라본다. 투명한 공기처럼 솟구친 하얀 나무들의 숲, 절도 있고 순결한 기립 앞에서 그만 먹먹해진다. 자작나무 숲이다.자작나무 숲은 아주 넓다. 전체 면적은 30.6㏊로 축구장 40개 크기라 한다. 숲은 1993년 솔잎혹파리 피해 지역에 12만그루의 자작나무를 심으면서 탄생했다. 자작나무는 강하다. 나무의 높이가 5m 이상이 되면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종자는 가볍고 날개가 있어 멀리 날아갈 수 있다. 내려앉은 자리에 햇볕만 가득하면 곧 발아해 숲을 만든다. 제 몸의 옹이들은 높이 자라기 위해 스스로 잔가지를 떨궈 낸 흉터다. 이제 서른. 30㎝ 크기의 묘목이 20m 높이로 자랐다. 숲속으로 아담한 오솔길이 이어진다. 숲에는 '자작나무 숲길' 1.49㎞의 '1코스', 1.52㎞의 '2코스'가 있고 연접한 '전나무 숲길'과 임도가 있다. 길이 약간 헷갈리지만 상관없다. 그저 발길 닿는 대로 느리고 나태하게 걸으면서 조용히 그들의 존재를 즐기는 것으로 충분하다. 고도 800m를 훌쩍 넘어서는 곳에는 전망 데크가 있다. 조망이 열리고, 산 사면을 빽빽하게 수놓은 자작나무 우듬지의 독특한 형상이 탄성으로 펼쳐진다. 자작나무는 '자작자작' 소리를 내면서 탄다고 해서 자작나무다. 수피는 겹을 이루고 있고 기름기가 많다. 추위를 견디기 위해서다. 자작나무를 뜻하는 한자 '화(樺)'에는 빛날 '화(華)' 자가 들어간다. 촛불이 인간에게 오기 전 자작나무 껍질이 불꽃이었다. 결혼식 날 화촉(華燭)을 밝히는 것이 바로 자작나무에서 왔다. 가로로 얇게 벗겨지는 하얀 수피는 종이로 사용되었다. 자작나무 수피에 연애편지를 써서 보내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자작나무가 가슴에 품은 말은 '기다림'이다. 수십 년을 키워 온 기다림이고, 온 산을 뒤덮은 기다림이다. 하얗게 낮과 밤을 지새우는 기다림이고, 가슴에 검은 옹이가 수없이 박히도록 인내하는 기다림이다. 무진장한 기다림이다. '당신을 기다립니다.' 숲은 먼 곳에 있다. 깊이 숨은 듯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다가가면, 그는 아주 확실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죽파리 자작나무 숲은 국가 지정 국유림 명품 숲이다. 2019년부터 관광자원화를 위해 산림청과 영양군이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추가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탐방안내소를 만들고 길을 정비하는 중이며 주차장에서 자작나무숲길 입구까지 전기차도 운영할 계획이다.손때 묻지 않은 청정자연 '송하계곡'수달·버들치 노닐고 다슬기가 지천얕고 강돌 동글해 물놀이에도 최고◆두메송하마을 송하계곡소나무가 많아 송하리라 이름 지어진 이 마을에는 '두메'라는 수식이 붙어 있다. 산으로 둘러싸여 고추를 4월 말에 심을 정도로 겨울이 길고, 낮과 밤의 온도 차가 커서 한여름 밤에도 서늘한 느낌이 드는 첩첩산중이라 두메송하마을이다. 굽이굽이 흐르는 장파천 물길 따라 논밭과 마을이 들어서 있고 좌우로 봉우리와 기암절벽이 이어지는데, 송하리의 산천을 휘돌아 높고 낮게 끝없이 이어지는 주상절리 적벽 계곡을 송하계곡이라 한다. 송하계곡은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청정 자연 그 자체다. 소나무와 각종 활엽수가 어우러진 울창한 숲에는 수리부엉이와 산양, 담비 등이 살고 달맞이꽃과 갈대밭이 군락을 이룬다. 시리도록 맑은 계곡물에는 수달이 살고 다슬기가 지천이며 버들치, 쉬리, 피라미 등 다양한 민물어류가 서식하고 있다. 물은 얕고 강돌은 동글동글해 물놀이하기에도 그만이다. 송하리 앞산은 매봉산이다. 그 뒤로 투구봉이 고개를 내민다. 송하교 건너 매봉산 등산로 입구에는 당숲이 있다. 졸참나무, 말채나무, 느티나무, 소나무 등으로 이루어진 울창한 숲속에 마을수호신을 모셔 두고 제사를 지내는 자그마한 당집이 자리한다. 당숲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는 졸참나무로 수령이 250년 정도로 추정된다. 이 나무는 1995년에 보호수로 지정됐고 2021년에는 '영양 송하리 졸참나무와 당숲'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매년 정월대보름과 추석에 졸참나무에서 당산제를 올리며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빈다. 등산로를 따라 매봉산을 조금 오르면 소원을 다 들어준다는 '다들바위'가 있다. 사람의 얼굴을 닮아 '송하 자연미륵불'로도 불리고, 신이 빚은 석불이라 해서 '시니비즌 석불'이라고도 한다. 동학의 2대 교주인 해월(海月) 최시형(崔時亨)이 1865년에 영양으로 이사 왔을 때 이곳에서 49일간 기도를 드렸다고 전해진다. 여기저기 바위마다 부처의 얼굴이 보인다. 만인불을 보는 듯하다.송하리 장파천은 2011년 영양댐 건설예정지로 지정되면서, 댐 건설을 놓고 많은 일들을 겪었다. 결국 2016년에 댐 건설 계획이 백지화되었고 멸종위기 생물들을 품고 있는 계곡과 마을은 수장을 면했다. 지금 두메송하마을에는 농산물판매장과 송하연가 펜션, 올레민박, 다들바위이야기 등의 숙소가 마련되어 있고 산채비빔밥과 도토리묵 등 다양한 향토음식도 만날 수 있다. 또한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조성한 장승테마공원, 옛 송하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한 해달뫼 문화예술체험장 등이 있다. 계절에 맞춰 고추 따고 장아찌 만들기, 금잔화와 도라지꽃·천일홍·삼색제비꽃·구절초 등으로 꽃차 만들기, 숲 해설가와 함께 산길을 걸으며 소원도 빌어보는 다들바위 체험, 자연 부산물을 이용하여 꽃·곤충·동물 등의 형상을 만들어 보는 목공예 체험, 천연 재료로 스카프와 손수건 염색하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참고=영양군. 두메송하마을 홈페이지. 한국지명유래집. 한국산림복지진흥원.영양군 수비면 죽파리 자작나무 숲에는 하얀색 수피가 인상적인 자작나무 12만 그루가 축구장 40개 크기 공간에 빽빽히 들어서 있다.장파천이 송하리의 산천을 돌며 만들어 낸 송하계곡은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청정 자연 그 자체다.
2023.08.10
[박한우의 웹3.0과 밈코인] ><15> 소비자 교육으로 웹3 위험요인을 이해하고 대중화도 앞당기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이 바로 직전의 최고 가격을 언제 넘어설지는 요원해 보인다. 그렇지만, 블록체인 기반 웹3의 대중화는 우리 곁에 가까이 와 있다. 여러 사례 가운데에서 최근에 가장 주목해야 할 사항으로 세일스포스의 웹3 프로그램이 있다. (https://www.salesforce.com/products/web3/overview/)세일스포스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고객관계관리(CRM,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를 수행하는 기업이다. 김영국, 김평호, 김지민 등이 2019년에 공저한 '세일즈포스, 디지털 혁신의 판을 뒤집다'를 읽어보자. 세일스포스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15만 고객사를 대상으로 저비용 신속한 정보기술(low costs, fast IT)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웹3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수년째 사라지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과 같은 세계적 대기업도 웹3가 제조와 유통의 미래가 될 것임을 확신하지 못하기에 과감한 투자를 망설이는 상황이다. 세일스포스가 일류 기업들을 위해 웹3 대전환으로 가기 위한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다. 고객사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 웹3를 통한 영업혁신 플랫폼을 제안하고 웹3의 관점에서 고객의 데이터를 수집 및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세일스포스가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웹3 교육콘텐츠는 고객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유용한 가이드북이다. 이번 호는 세일스포스의 웹3 교육내용을 전체적으로 살펴보고 특히, 웹3를 매개로 전개되는 소비시대의 위험요인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목적이다. 세일스포스의 웹3 소비자 교육은 크게 6개의 모듈(module)로 구성되어 있다. 각 모듈의 제목을 보면, 그 내용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되어있다.(https://trailhead.salesforce.com/ko/content/learn/trails/explore-web3)(1) 웹3: 인터넷의 미래. 이 모듈은 디지털 경제를 변화시키는 혁신적인 기반기술로서 웹3을 이해하고 웹3에서 커뮤니티를 만들고 신뢰와 안전 이슈에 대한 맛보기 단계 (2)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의 개념, 작동원리, 역할, 목적 등을 살펴보기 (3) 디지털 지갑: 디지털 자산을 보관하고 지갑의 선택, 설정, 연결하기 (4)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 분산된 자율 조직의 운영방식과 유형 및 교훈 (5) 스스로 통제하기(self-custody)와 디지털 소유권: 정보의 인터넷에서 가치의 인터넷으로 발전하면서 나타난 새로운 상거래 유형과 디지털 지갑 활용법 (6) 디지털 지갑의 보안을 위한 최선의 관행: 디지털 지갑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당신의 자산을 이체하고 관리하기.소비자 관점에서 우려스러운 것은 거래 안전성과 지갑 보안성이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것은 해킹이 가능하다. 잊을만하면 나오는 뉴스가 가상자산 거래소와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해킹이다. 이 소식을 들을 때마다 웹3를 향한 대중의 신뢰는 하락한다. 그런데, 해커가 개별 소비자의 지갑을 소프트웨어를 통해서 직접 해킹하지 않는 편이다. 사기꾼은 코드를 플레이(play)하지 않고 사람들의 심리를 악용해서 조종한다.당신의 신뢰를 얻기 위해 합법적 사이트와 동일하게 보이는 가짜 상황을 만들어서 디지털 지갑의 비밀번호(mnemonic)를 탈취한다. 소비자는 NFT 생성을 위해 스마트 계약에 접속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사실은 사기꾼이 당신이 스마트 계약의 상세한 과정을 보지 않는 것을 악용하여, 소비자 지갑에 있는 NFT를 탈취하는 것이다. 즉 '블라인드 서명'(blind signing)이 발생한다. 사회적 공학 공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확인되지 않은 링크를 주의하고 사이트의 진실성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전체 스마트 계약 세부정보를 표시할 수 있는 '클리어 서명' 시스템을 통해 거래한다.궁극적으로 온라인 상태에서 해킹의 위협에 취약하다. 이 문제는 하드웨어 콜드(cold) 지갑을 사용하여 비교적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콜드 지갑은 여권과 유사하게 보안 칩을 사용하여 레이저 공격, 전자파 변조와 같은 위협으로부터 보호한다. 지갑에 설치된 앱과 디지털 자산 계정이 개별적으로 관리되어, 외부 공격을 통해 침입 된 손상이 격리되어 나머지 부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소비자는 지갑을 구입할 때 복구 기능의 포함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지갑에는 개인 정보가 저장되어 있으므로 지갑을 분실하거나 파손한 경우 온라인으로 복구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하드웨어 지갑의 단점은 구입비용, 물리적 손상, 환경설정의 어려움 등이다. 반대로 핫(hot) 지갑은 인터넷에 연결된 메타마스크와 트러스트월렛 등으로 거래가 편리하지만, 콜드 지갑보다 해킹 공격에 더 취약하다.(https://medium.com/coinmonks/the-best-cryptocurrency-hardware-wallets-of-2020-e28b1c124069)웹3의 잠재력은 엄청나지만 여전히 대중화를 위한 어려움도 많다. 인기 있는 블록체인의 높은 거래 수수료는 대규모 확장의 걸림돌이다. 대중이 암호화폐와 분산형 플랫폼 등에 익숙하기 위해서 능동적 학습도 필요하다. 웹3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부 정책은 규제와 진흥에서 주춤하고 있다. 그렇지만 웹3 기술은 거래의 투명화에서 창작자의 권리 보장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사회와 산업이 직면한 많은 도전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망한 길을 제공한다. 비관론이 있기는 하지만, 웹3 기술을 어떻게 성숙시키고 정부가 민간이 이를 어떤 방식으로 채택하는지에 따라 미래의 많은 것이 좌우된다.세일스포스의 사례에서 드러났듯이, 웹3로의 방향 전환을 위한 시도는 이미 시작되었다. 혁신을 위해서는 가상자산을 둘러싼 크립토(crypto) 대(大)사기극의 프레임을 넘어서야 한다. 웹3 교육과정과 리터러시 함양을 통해서 NFT, 디지털 지갑, DAO, 디지털 소유권 등을 근본적으로 이해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제는 개개인이 소비자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투자하도록 교묘하게 유도하는 사기(scam) 코인 및 토큰을 제대로 탐색하고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하는 시기이다. 그리고 디지털 자산을 매개로 한 거래정보가 고객에게 투명하게 공개되는 신뢰 시스템을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서 구축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남대 교수·사이버감성연구소 소장, nft-korea.eth>박한우 교수는?박한우 영남대 교수는 대구에서 초중고를 보내고 한국외국어대(학사), 서울대(석사), 미국뉴욕주립대(SUNY-Buffalo)(박사)를 졸업했다. 네덜란드 왕립아카데미(NIWI-KNAW)와 옥스퍼드인터넷연구원(OII) 등 글로벌 연구기관에서 근무했다. 영남대 부임 이후에 WCU웹보메트릭스사업단, 세계트리플헬릭스미래전략학회, 사이버감성연구소 등을 주도했다.물리적 경계 속에 한정되어 있던 인간관계와 시대이슈가 온라인을 통해서 그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기존 법칙에 도전하는 과정을 탐구하는 빅데이터 네트워크 방법의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데이터 기반 주요 연구방법론인 과학계량학(scientometrics), 하이퍼링크분석(hyperlink network analysis), 웹계량학(webometrics), 대안계량학(altmetrics), 트리플헬릭스(triple helix) 등을 국내에 소개하고 선도해 왔다. 하이퍼링크 연결망은 INSNA(International Network for Social Network Analysis) Connections가 출판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 목록에 포함되기도 했다.SCImago-EPI Award, ASIST Social Media Award 등 국제 저명 학술상을 공동으로 수상했다.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Quality & Quantity, Journal of Contemporary Eastern Asia 편집위원장(EIC)을 현재 맡고 있다. 최근에는 Scienceasset.com의 웹3 국제학술지 ROSA Journal의 초대 편집위원장으로 위촉되었다.사회연결망과 빅데이터를 통해서 데이터와 정보의 흐름 및 지식생산과 혁신체제 관련 이슈를 계량적으로 분석하는 전문가로서 SSCI급 저널에 100편 이상의 논문을 출판했고, 최근 2023년 5월에 국제커뮤니케이션학회(International Communication Association)가 선정하는 석학회원(ICA Fellow)으로 뽑혔다.글로벌 연구성과에 못지않게, 이미 오래 전부터 수도권과 지방간 격차가 심해지면 우리나라가 지속가능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는 등 국내외 이슈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창의적 지식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 활용에 관한 중앙정부 및 지자체 자문위원으로서 이 분야에서 소외계층의 삶의 개선과 지역발전에 노력하고 있다. 특히 빅데이터로 보는 우리 지역 세상을 탐구하자는 방향에서 '빅로컬 빅펄스(Big Local Big Pulse)' 랩을 운영하면서, 데이터 기반한 이슈탐지와 융합학문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세일스포스 웹3 교육내용. 웹 캡쳐>세일스포스 웹3 교육내용. 판매중인 하드웨어 지갑들.박한우 영남대 교수
2023.08.08
[경산 뉴 파노라마 .4] 국내 묘목 생산 중심지
경산의 산업을 이야기할 때 종묘(種苗)를 빼놓을 수 없다. 경산은 묘목을 생산하는 국내 종묘산업의 메카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알맞은 기후 여건, 농업인들의 축적된 노하우, 행정력의 뒷받침 '세 바퀴'가 맞물려 전국 묘목 생산량의 70%를 책임지는 국내 최대 산지로 자리매김했다. 경산시는 종묘산업특구 활성화와 산업 고도화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심산이다. 무병묘와 포트묘 등 고품질 묘목 생산을 점차 늘려 부가가치를 높이고 국내 종묘산업 중심지로서의 역할도 더욱 공고히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경산 뉴 파노라마' 4편에서는 경산 종묘산업에 대해 소개한다.◆100여 년 이어져 내려온 산업경산 종묘산업의 역사는 1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강점기 한국에 이주한 일본인들이 종묘사업을 벌인 것이 시발점이다. 이들은 경산에서 한국인 책임자들을 두고 상업적 종묘사업을 하며 접목 등 재배기술을 전수했다고 한다. 이후 진량읍 보인리 출신인 조사현(1913~1976년)씨가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상업적 육묘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일본인에게서 육묘기술을 배운 뒤 1930년대 독자적으로 묘목을 재배해 판매했다. 경산의 육묘산업은 차츰 번창해 1950년대에는 전국 유실수 생산을 독점할 정도였다. 묘목 생산에 알맞은 기후와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대규모 상업적 육묘산업이 이뤄지며 경산은 전국 최대 묘목 생산지로 발전했다. 특히 1968년 경북도 육묘장 설립은 경산이 전국 최대 묘목 생산단지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됐다. 1980년대에 접어들며 경산은 화훼, 조경수 등 다양한 품목을 개발해 전국 묘목시장을 휩쓸었다. 종묘산업도 보다 전문화되며 유실수 품목별로 묘목을 생산하는 전문 생산업체가 등장했고, 국외 신품종도 도입됐다. 사과의 경우에는 자근대목 포장을 통해 묘목을 생산하고, 포도는 전열 온상에서 발근·발아시켜 포장 이식하는 방법이 개발되기도 했다.1995년에는 석류, 대추, 감 등의 묘목을 일본에 수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나무를 가꾸는 기술을 알려준 준 국가에 역으로 고품질의 나무를 파는 기념비적인 일을 해낸 것이다. 10년 뒤인 2005년 8월에는 회원 372명으로 구성된 경산과수종묘연합회가 결성됐다.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대응하기 위해 묘목 생산자 단체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경산 종묘산업은 2007년 4월, 또 한번 전환점을 맞는다. 하양읍과 진량읍 일대(415㏊ 규모)가 경산종묘산업특구로 지정된 것이다. 이후 경산은 전국 최대의 종묘생산 중심지로 자리매김하면서 전문·규모화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종묘산업특구 활성화를 위해 이듬해 7월에는 경산종묘클러스터사업단이 출범하고, 경산과수종묘연합회가 경산묘목영농조합법인으로 재출범했다.이어 경산시는 종묘산업특구를 경쟁력 있는 선진화 단지로 발전시키기 위해 경산종묘기술개발센터(대지면적 1만6천947㎡)를 설립했다. 종묘기술개발센터는 우량묘목과 무병묘 생산 및 보급을 위한 기술 연구와 과수 유전자원 보전, 신품종 육성 역할을 맡고 있다. 또 우량묘목 보급을 위한 생산 기술 연구를 비롯해 경산지역에서 생산되는 묘목에 대한 주기적 바이러스 검사 및 우량묘목 생산 지원 등의 기능도 하고 있다. 경산에서 생산된 묘목의 원활한 유통을 위한 거점도 조성됐다. 2014년 11월 문을 연 경산종묘유통센터(대지면적 7천421㎡)다. 경산종묘유통센터는 연중 출하 시스템을 구축하고 우량종묘 자체 품질 보증제 실시 등으로 소비자 신뢰를 높이는 것은 물론 묘목의 유통 가격 안정화 등 역할을 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일본인 종묘사업 시발점조사현씨 1930년대 독자적 재배·판매전국최대 육묘 생산단지로 자리매김하양·진량읍 일대 종묘산업특구 지정종묘기술개발센터·유통센터 문열어지형·토양·기후 알맞고 수자원 풍부3代 걸친 전문기술 축적도 강점으로경산시 종묘산업 경쟁력 강화에 박차 ◆전국 최고 품질의 묘목경산 묘목은 금호강 일대인 하양읍과 진량읍, 와촌면 등을 중심으로 생산된다. 이곳은 국내에서 묘목 생산에 가장 적합한 토양과 자연환경, 기후여건 등을 가진 지역으로 꼽힌다. 금호강 주변의 토양은 비옥한 퇴적 사질양토로 배수가 잘된다. 또 지형이 평탄해 파종, 관수, 굴취, 기계화 작업 등 각종 육묘작업을 보다 편하게 할 수 있다. 경산은 금호강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저수지를 갖고 있어 수자원도 풍부한 편이다.경산의 분지지형 역시 묘목 키우기에 매우 유리하다. 연평균 기온은 13~15℃로 여름 기온이 높은 반면 겨울 기온은 경북 내륙지역보다 온화하다. 연평균 강수량은 850~1천㎜로 한국 평균보다 낮은 편이다. 반대로 일조량은 다른 지역보다 높아 묘목 성장에 도움을 준다. 경산은 겨울이 비교적 덜 추운 곳이라 묘목이 동해를 입지 않으며, 여름에는 태풍이나 장마 등으로 인한 자연재해도 거의 없는 편이다. 사통팔달 교통 인프라도 육묘산업 활성화에 한몫을 한다. 경산은 묘목은 물론 각종 물류 유통에 유리한 지역이다. 이 같은 기후여건과 자연환경에 더불어 종묘생산 기술까지 더해지면서 경산은 전국 최고 품질의 묘목 생산지로 각광받고 있다. 경산에서는 3대에 걸쳐 종묘산업을 이어나가는 가구를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축적된 기술과 전문화된 지식을 갖춘 인적 자원이 풍부한 것은 다른 지역이 따라올 수 없는 경산만의 강점이다. 경산 종묘산업은 사과 묘목을 주종으로 각종 유실수를 비롯해 장미 묘목이 주류를 이룬다. 묘목 재배 농가는 680여 가구로 재배면적은 600㏊에 이른다. 이 가운데 과수가 400㏊, 장미 60㏊, 관상수 등이 140㏊다. 연간 묘목 생산량은 3천만주, 연간 생산액은 600억원 정도다. 경산묘목영농조합법인에 참여하는 농가 수만 540여 가구에 이를 정도로 묘목 생산자단체의 조직률도 높은 편이다.정희진 경산묘목영농조합법인 조합장은 "경산 금호강 주변은 사질양토에 일조량 많고 강수량이 적은 대신 저수지 등 수리시설이 잘 발달해 있어 묘목 생산의 최적지"라고 말했다.◆종묘산업의 미래를 이끈다2000년대 들어 경산 종묘산업은 더욱 체계화되며 발전하고 있다. 특히 경산은 우량 무병묘와 포트묘 등 새로운 묘목을 생산하며 국내 종묘산업의 미래를 이끄는 중이다. 무병묘와 포트묘는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종묘산업 분야다. 무병묘란 총 17종에 해당하는 특정 바이러스와 바이로이드에 감염되지 않은 사과, 배, 포도, 복숭아, 감귤의 묘목을 말한다. 열처리, 생장점 배양 등을 통해 생산하는데 자연 상태에서는 좀처럼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다. 또 15~20년의 재배기간 동안 과실의 생산량이 많고 품질도 우수하다.국립종자원은 2022년부터 과수무병묘목생산공급지원사업을 통해 무병묘목을 본격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 5대 과종(사과·배·포도·복숭아·감귤) 묘목 유통량의 약 6.6%가 무병묘였다. 현재 경산은 전국 무병묘 생산의 60%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작은 화분에 담겨 생산된 포트묘 역시 종묘산업의 미래 먹거리다. 포트묘는 심는 시기 조정이 가능하고, 어릴 때부터 직접 키우므로 가지를 원하는 방향으로 유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흙이 뿌리에 달려 있어 묘목이 죽을 확률이 적고, 이식을 하지 않으므로 뿌리 발근이 좋다. 포도와 사과 포트묘의 경우 경산이 전국 생산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경산시는 종묘를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판단하고 경쟁력 확보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과수무병화관리기관과 조직배양연구실 운영은 물론 △종묘연구포장 운영 △종묘생산자 전문인력 육성 △경산묘목 홍보 행사 △종묘산업특구 우량묘목생산기반 구축 지원 △친환경 접목농자재 지원 △기계접목기 활용 스마트묘목 생산 시범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박철호 경산시 농촌진흥과 종묘산업팀장은 "경산시는 우량하고 균일한 과수 묘목의 대량 생산과 무병묘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무병묘의 안정적 생산 및 공급으로 경산 묘목의 품질 향상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글=김일우〈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경산시 하양읍에 위치한 경산종묘기술개발센터(위쪽)와 경산종묘유통센터. 두 기관은 경산종묘산업특구를 경쟁력 있는 선진화 단지로 발전시키기 위해 각각 조성됐다.경산종묘기술개발센터 사과무병대목모수포장에서 다양한 품종의 사과 묘목이 자라고 있다. 종묘기술개발센터는 과수 신품종 육성과 무병묘의 안정적인 생산 등을 연구한다.경산종묘유통센터에는 경산 종묘산업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홍보전시관이 마련돼 있다.
[노벨문학상 산책] 사뮈엘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오지 않는 구원자를 기다리며… 그래도 그들은 웃는다
1949년에 완성되었으나 1952년에 출판되고, 1953년에 파리에서 초연된 '고도를 기다리며'는 무명 작가였던 사뮈엘 베케트를 하룻밤 사이에 유명 작가로 부상시켰으나 이 극이 쉽게 대중과 만난 것은 아니었다. 이 작품은 텅 빈 시골길 초라한 관목 옆에서 오지 않는 구원자 고도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떠돌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여러모로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워 출판사, 연출가, 배우, 극장을 찾는 것이 어려웠다. 하지만 아방가르드의 선두주자였던 로저 블랭이 연출뿐 아니라 포조 역을 맡기로 하면서 공연이 성사되고, 바빌론느 극장서 초연 후에는 비로소 폭발적인 대중의 반응과 접하게 된다. 이 작품은 바빌론느 극장에서만 400회 공연되었다. 베케트는 '고도를 기다리며' 집필이 소설 쓰기의 고통을 잊기 위한 기분전환용이었다고 토로했지만 꼭 필요한 부분만 남겨놓고 제거해 버린 듯한 미니멀한 스타일과 주제의 심오함은 전 세계 연극 팬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고도를 기다리는 이유·장소 모호인물들 대화 오가지만 오해 반복부조리한 상황·의사소통 한계 강조이해하기 어려운 삶 용기있게 직면현대인의 궁핍함 고양감 얻는 순간이 작품은 여러모로 획기적이다. 인물들이 직면한 문제는 어느 것도 해결되지 않고 등장인물들은 자신이 어디에, 왜 있는지도 잊어버리기 일쑤다. 베케트는 자신의 작품을 부조리극이라고 부른 적은 없지만 에슬린이 저서 '부조리극'(1961)을 발표한 이후 그렇게 분류되고 있다. 에슬린은 부조리란 용어를 카뮈의 '시지프의 신화'에서 가져온다. '부당한 이유를 가지고라도 설명할 수 있는 세계는 친근한 세계다. 그러나 이에 반하여 환상과 이성의 빛을 빼앗긴 우주 속에서 인간은 이방인으로 느낀다. 이 망명지에는 구원이 없다…. 인간과 그의 삶, 배우와 그의 무대 사이의 단절, 이것이 바로 부조리의 감정이다.''고도를 기다리며'는 여러모로 카뮈가 말한 부조리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늙은 방랑자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왜 자신들이 이 쓸쓸한 시골길에서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려야 하는지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을 하지 못한다. 이 불확실한 장소에서 그들은 영원한 이방인이다. 자신의 과거도 현재도 이해하기 어려운 그들은 자신의 삶으로부터도 소외되어 있다.'고도를 기다리며'는 2막으로 구성되는데 시간과 공간 배경은 동일하게 저녁 무렵, 시골길이다. 저녁 무렵이 되면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시골길에 있는 나무 곁에서 고도를 기다린다. 고도가 올지 안 올지도, 자신이 맞는 장소에서 기다리는지도 확실하지 않지만 그들은 고도가 자신들을 구원해줄 것으로 믿으며 나무 옆에서 기다린다. 부조리한 상황을 강조하기 위해서 이 극은 사실주의 극에서 볼 수 있는 현실의 시간과 공간과의 연결 고리를 차단한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살고 있는 시점도 불분명하고 장소도 확실하지 않다. 텅 비어있는 길과 잎이 몇 개 달린 나무는 특정 장소가 아니라 인간의 삶의 은유가 된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의 전기적 정보도 제한된다. 그들의 과거 행적에 대한 정보도 파편적이다. 시간이 경과해도 구원자는 오지 않지만, 인물들은 노쇠해간다. 1막에서 당당하던 포조는 2막에서는 눈이 먼 채 하인인 럭키에게 끌려다닌다. 1막에서는 장시간 장광설을 내뱉던 럭키는 벙어리가 된다. 1, 2막 모두 소년이 등장해서 고도가 오지 않는다고 전한다. 소년이 나가자마자 달이 뜨고 밤이 온다. 고도가 오지 않았음을 확인한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자살을 할까 생각하지만 결국 자살에도 실패한다. 이 연극은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처한 상황의 부조리함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의 한계를 강조한다. 둘은 서로의 말을 오해하기 일쑤다. 언어는 두 친구에게는 의사소통의 수단이 되기보다는 기다리는 지루함을 덜어주는 도구, 유희의 방편이 된다. 언어 희화화의 가장 극단적 사례는 럭키의 장광설이다. 럭키의 장광설에서는 철학적, 신학적 용어들이 변형되고 파편화되어 나열된다. 이는 언어가 진리를 전달하는 기능을 상실했음을 시사한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느끼는 지루한 절망감을 강조하기 위해서 이 극은 1막과 거의 유사한 내용을 2막에서 반복한다. 뿐만 아니라 2막의 끝에서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것을 암시한다. 즉 기다림은 무한히 반복될 것이라는 것이다. 막이 반복될 뿐 아니라 대사도 빈번하게 반복된다. 포조와 럭키의 등장 또한 반복되고, 소년의 등장 또한 그러하다. 1, 2막의 마지막에 고도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전하는 소년은 동일인이다. 하지만 그는 블라디미르에게 그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함으로써 블라디미르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부인하며 그의 존재를 위협한다. 반복이 때로는 위협이 된다.1969년 노벨상 위원회는 베케트에게 노벨 문학상을 수여하면서 선정 취지를 "소설과 연극에 있어서 새로운 형태를 보여주는 그의 글 속에서 현대인의 궁핍함이 고양감을 획득하게 된다"라고 설명한다. 얼핏 보면 베케트의 작품이 고양감을 준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베케트는 대담록 '세 가지 대화'(1949)에서 미술에 대해 언급하면서 "표현할 것이 없으며, 표현의 도구도 없고, 표현의 근원도 없으며, 표현할 힘도, 욕망도 없으나, 표현의 의무만 있는 것의 표현"을 선호한다고 말한 바 있다.베케트는 전달 능력도 없는 인간의 언어를 사용해서 말할 거리도 없는 초라한 인간 세상에 대한 표현 의무를 완수한다. 인용문은 작가의 상황에 관한 것이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그의 인물들의 상황이기도 하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노벨상 위원회가 지적한 '고양감'이 배어 나온다. 구원자 고도가 오지 않더라도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나무 곁을 떠나지 않으며 어떻게든 자신이 존재하고 있음을 표현하고 전달하려고 애쓴다. 따라서 그들은 나름의 영웅성을 지닌다. 그들은 또한 삶이 아무리 이해 불가하고 부조리할지라도 매우 자주 웃음의 원천을 찾아낸다. 그런 점에서 그들은 연금술사와 같다. 절망과 패배의 징후가 농후한 세상에서 그들이 웃음의 원천을 찾아낸다는 것은 부족한 인지력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겉과 속의 다름을, 인간의 정체성의 균열을, 꿈과 현실의 차이를, 육체와 정신의 간극을 간파해내고 그것을 웃음으로 피어 올린다. 그런 점에서 베케트뿐 아니라 그의 인물들도 어두운 현실을 직면해내는 용감한 현대인이다.김소임 교수 (건국대 영어문화학과)공동기획:경북대학교 인문학술원 HK+사업단 김소임 교수는 건국대 영어문화학과에서 '영미 드라마' '미국의 이해' '영화이론의 이해' 등을 가르치고 있다. 미국 에머리 대학교에서 '사뮈엘 베케트 연극의 공간 연구'로 박사학위로 받았으며 인문과학대학장, 현대 영미드라마 학회장, 동화와 번역 연구소장 등을 역임하였다. 베케트의 독특한 가치관과 연극적 구현뿐 아니라 현대 드라마 전반에 나타난 남녀 간의 갈등, 인종 갈등, 신화의 현대화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현대 연극뿐 아니라 고전 연극, 르네상스 연극에 대해 관심을 갖고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최근에는 영화와 페미니즘으로 연구의 폭을 넓혀 다수의 책의 기획과 편집에 참여하였다. 저서로는 '베케트읽기' '아일랜드, 아일랜드'(이하 공저), '퓰리처 상을 통해 본 현대 미국 연극' '영화로 보는 미국 역사' '문화로 읽는 페미니즘' '우리 안의 나쁜 여자' '영화로 보는 영국 역사'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부엌'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뜨거운 양철지붕위의 고양이' '존 왕' 등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사무엘 베케트의 라디오와 텔레비전 드라마' 'Krapp's Last Tape, 베케트 그리고 아일랜드' 외 다수가 있다.김소임 교수 (건국대 영어문화학과)
2023.08.04
[주말&여행] 지금 가면 좋은 8월의 바다 4選…태양이 작열해도 '내 마음은 파랑 !'
뜨거운 태양 아래서 바다를 보면, 선미에 서서, 한없이 뒤처진 채로, 항해를 하는 듯하다. 방파제는 내항의 바다를 주름살 하나 없이 펴놓았고 그 문진 같은 방파제 너머로 갯바위들은 새 떼처럼 앉았다. 도사리고 있는 바위들, 그것은 대범하고도 도도하고, 동시에 파도와 함께 다정하다. 파도와 바위, 모래와 사람들, 바다와 태양, 무엇보다도 태양!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 기대는 시선이 된다. 경청이 되고 호흡이 되고. 급기야 갈증이 된다. 뛰어들지도 몰라! ◆강원 삼척 장호리…유리알처럼 맑고 에메랄드처럼 빛나는 '보석상자'장호리 앞바다는 기암의 군락. 바위가 엇갈리며 물길을 여는 바다의 협곡이다. 알개암, 내독암, 미역너느바위, 독바위와 같은 화강암 괴석들이 오래되어 선명한 주름을 드러내고, 주름을 따라 움푹 파인 해식노치가 곳곳에서 까만 눈을 뜬다.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인 200여m 구간의 해안은 수심이 1m 미만이다. 연중 적절한 수온대를 형성해 다양한 어자원이 서식하고 있다. 훤히 들여다보이는 그 바다는 유리알처럼 맑고 에메랄드처럼 빛난다. 녹주석 같은 해초들이 윤슬에 연마되어 바다는 그대로 보석상자다. 낮은 수역이 넓다 보니 예부터 창경바리로 살아가는 어부들이 있었고 여름이면 먼 데서 온 사람들이 투명 카누를 타고 스노클링을 즐긴다. 방파제가 껴안은 내항은 크고 깊고 잔잔하다. 하늘에는 소나무 울창한 남쪽 곶에서부터 출발한 케이블카가 어판장 위를 지나 내항의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빨간 등대 위를 난다. 장호의 바다는 뛰어들고, 젖고, 만지고 싶은 곳이다. 바다의 윤슬에 몸을 내맡기고, 해초의 보드라운 살결에 뺨을 부비고, 바위의 절리를 손끝으로 쓸어보아도 좋다. 그저 가까이 마주 보아도 좋고, 하늘에서 내려다보아도 좋다. 무엇을 하든, 좋다. ◇ 여행 Tip 대구포항고속도로 포항IC로 나가 동해대로를 타고 계속 북향한다. 강원 삼척에 들어선 후 약 13㎞ 정도 가다 신남교차로에서 장호항길로 우회전해 들어가면 된다. 삼척 해상케이블카는 성인 왕복 1만원, 소인 완복 6천원이며 주변에 카페와 전망대 등의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스노클링, 투명카누 등의 액티비티와 캠핑이 가능하다. ◆경북 울진 나곡리…데크 있는 송림·모래·자갈이 어우러진 평화로운 해변 나곡3리 나실마을에 나곡해수욕장이 있다. 낮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그리 크지 않은 갯마을이지만, 데크가 있는 송림과 모래와 자갈이 어우러진 해변, 크고 작은 갯바위가 선 바다, 그리고 바다로 흘러드는 나곡천이 함께하는 평화로운 곳이다. 모래놀이 하는 아이, 스노클링을 하는 청년, 다이빙을 하는 소년, 낚시를 하는 남자, 바다에 둥둥 떠 있는 누군가, 가만히 바다 멍을 하는 여자. 저마다 가장 좋은 바다를 갖지만 나로서는 나곡천의 끝자락에서 종아리를 담그고 서서 천이 바다가 되는 물살을 느껴보는 것이 가장 좋았다. 나곡1리는 석호마을이다. 크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곳은 드라마 '사랑한다 말해줘'를 촬영한 곳이다. 어린 병수와 영채가 걷던 호숫가 장면을 이곳에서 찍었다. 바다에는 돌섬인 해망산이 있고 백로 떼가 날아든다는 백로암이 있다. 바닷가 남쪽 갯바위에는 전망 데크가 놓여있고 낚싯대 든 청년들의 조잘댐이 끝없다. ◇여행 Tip대구포항고속도로 포항IC로 나가 동해대로를 타고 간다. 죽변항 지나 북면 부구의 언덕을 넘으면 나곡1리 석호, 조금 더 가면 나곡3리 나실이다. 나곡해수욕장에는 샤워실, 식수대, 화장실, 식당, 무인카페 등 다양한 편의시설과 차박, 캠핑이 가능한 데크 등이 마련되어 있다. ◆경북 포항 하정리…일출을 본 사람은 언제나 그곳의 태양을 그리워한다 일출을 보기 위해 호미곶으로 달리던 사람들이 구룡포에서 마음을 바꿔 향하는 곳이 하정리라는 소문이 있다. 그리고 단 한번 하정리의 일출을 본 사람은 언제나 그곳의 태양을 그리워한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소문도 있다. 하정리는 구룡포읍의 남쪽 해안을 따라 길게 자리 잡은 마을이다. 하정1리 임물마을은 하정리에서 모래사장이 가장 너르다. 모래사장의 가장자리에는 여름 물놀이객을 위한 평상구조물들이 줄지어 설치되어 있고 평상대여, 물놀이 용품 대여, 음식 배달 등의 글들이 길가에 가득하다. 하정2리 어촌계 공동작업장에는 해녀들의 고무 옷이 널려있다. 하정1리 당사포에는 모래밭에 꽃들이 피어있고 고흐의 노란 별들과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과 여러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과 활짝 피어난 꽃들이 고샅을 지키고 있다. ◇여행 Tip대구포항고속도로 포항IC로 나가 31번 국도를 타고 구룡포로 간다. 구룡포읍에 도착하기 직전 병포교차로에서 하정리, 감포 방향으로 우회전해 들어가면 좌측으로 처음 보이는 바닷가 마을이 하정3리 당사포다. 남쪽으로 하정2리, 하정1리가 이어진다. ◆울산 주전동…몽돌의 해변, 울산 12경 하나로 울산 사람들의 강추 1번지주전동은 바닷가를 따라 길게 이어지는 동네다. 남북으로 얼추 3㎞가 넘고 하리항, 큰불항, 주전항 등 항구가 3개나 된다. 주전항 북쪽에 몽돌해안이 있다. '울산 12경' 중의 하나로 울산 사람들이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곳이라 한다. 번다한 항구들을 거쳐 검은 몽돌의 해변에 들면 머리와 가슴이 동시에 비워진다. 1.5㎞에 이르는 해안에 까만 몽돌이 가득, 새알같이 둥근 돌은 크기도 제각각이다. 주전의 몽돌은 용암이 천천히 식어서 된 안산암이다. 처음에는 주상절리와 같은 지형이었던 것이 바람과 파도에 깨지고 깎여 돌멩이가 되었다. 걸음마나 자글자글 이를 악무는 소리 들린다. 먼 데서 들려오는 차륵차륵 절도 있게 구르는 소리 위로 알록달록한 파라솔과 시원하게 몸을 드러낸 여인들, 젖은 채 돌아다니는 사내들의 모습이 환영으로 펼쳐진다. 파라솔의 색동 그늘에 몸을 묻은 연인들과 바다를 향해 뛰어드는 아이들의 모습에는 육신만이 가질 수 있는 기쁨이 있다. ◇여행 Tip경부고속도로 경주, 부산 방향으로 간다. 언양 분기점에서 16번 울산선을 타고 울산IC에서 내려 7번국도 북부순환도로를 타고 간다. 연암IC교차로에서 31번 국도 무룡로로 감포, 강동동 방향으로 가다 무룡나들목에서 오른쪽 주전동 방향으로 가면 된다. 해변에 아이들을 위한 무료 물놀이장이 마련되어 있으며 바나나보트, 밴드왜건, 수상마차, 제트스키 등을 즐길 수 있다. 글·사진=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장호리 앞바다는 기암의 군락, 바위가 엇갈리며 물길을 여는 바다의 협곡이다.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인 바다는 수심이 얕으며 유리알처럼 맑고 에메랄드처럼 빛난다.나곡3리 나실마을의 나곡해수욕장. 낮은 산과 송림, 모래사장과 갯바위, 바다와 나곡천이 어우러진 작고 아름다운 해변이다.일출을 보기 위해 호미곶으로 달리던 사람들이 구룡포에서 마음을 바꿔 향하는 곳이 하정리라는 소문이 있다. 하정1리 임물마을은 하정리에서 모래사장이 가장 너르다.주전 몽돌해안은 울산 12경 중 하나다. 1.5㎞에 이르는 해안에 새알처럼 둥글고 까만 몽돌이 가득 펼쳐져 있다.
"청정영양서 솔바람 마시며 계곡물 샤워·별빛 야행 즐겨요"
경북 영양군은 남이 장군의 얼이 깃든 선바위를 비롯해 역사적 가치를 지닌 수많은 명소와 다양한 스토리를 가진 곳이다. 그러나 관광지로서의 경쟁력과 인지도는 낮았다. 가장 큰 이유는 '육지 속의 섬'이라고 불리는 것처럼 접근성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가는 길'이 불편하니, '오는 사람'이 있을 수 없는 구조였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영양에 대한 인지도를 높였다. 코로나 사태로 청정하고 안전한 관광지를 찾으려는 수요가 늘면서 영양이 새삼 주목받았다. 여전히 숙지지 않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잘 알려지지 않던 숨은 명소가 속속 드러나면서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영양군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영양엔 때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청정함이 살아있다. 삶에 지친 현대인에게 최고의 웰빙 여행지라 할 만하다. 사람과 자연, 천혜의 환경에서 자란 제철 음식 등을 테마로 한 멋진 휴식과 힐링의 장소다. 이 같은 영양의 매력을 즐기려면 지금이 최적기다.영양은 하늘, 바람, 별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영양을 찾은 이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감정이다. 빛 공해가 없고, 굴뚝 산업이 없어 마실 수 있는 맑은 공기는 덤이다. 찾는 이들이 감탄을 자아내는 영양의 숨은 명소, 어떤 곳이 있을까.아늑한 주실마을 시인 조지훈 생가이문열의 광산문학관 찾아 문향 음미바닥이 보일 듯 투명한 '수하계곡'언덕 위 숲속 광장엔 새들의 합창밤엔 반딧불이 춤추고 별빛 수놓고…검마산 자작나무숲 거닐며 심신 힐링도◆문향(文鄕)인 영양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영양은 예부터 이름난 문인의 고향이었다. 시인 조지훈, 국민작가 이문열은 영양의 자랑이다. 조지훈 생가인 호은종택이 있는 일월면 주실마을은 400여 년이 넘는 세월을 이어온 아늑한 분위기로 관광객을 매료시킨다. 마을 한복판에 자리 잡은 호은종택뿐 아니라 옥천종택과 같은 숱한 문화자원은 찾는 이의 발길을 절로 멈추게 한다.이문열의 고향인 석보면 두들마을은 석계 이시명 선생과 그 후손인 재령 이씨의 집성촌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문열 외에도 항일 시인인 이병각, 이병철이 이 마을 출신이다. 또 조선시대 양반가 음식조리서인 음식디미방을 저술한 정부인 장씨의 자녀 교육과 덕행에 대한 이야기들도 전해내려 오는 곳이다.낙산 오씨가 400여 년을 살아온 감천마을(영양읍 감천리)에는 마을 한가운데 웅장한 44칸 기와집이 자리한다. 전통가옥의 예스러움과 함께 양반가의 과거 영화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항일시인으로 알려진 오일도 또한 이곳 출신이다.문향의 고장인 영양을 체험하기 위해 안성맞춤인 곳은 단연 영양 산촌박물관(입암면 연당리)이다. 선조의 생활 모습을 볼 수 있는 실내·야외전시장이 있다. 이곳의 자연생태체험장은 저수지를 중심으로 다양한 수생동식물과 야생화를 관찰할 수 있는 자연관찰 코스가 있다. 투방집과 너와집 등 조선시대 산촌마을의 생활상을 체험할 수 있는 문화체험 코스도 있다. 문학에 관심이 있다면 지훈문학관과 이문열의 광산문학관을 찾아 며칠 머물며 문학에 흠뻑 빠져볼 만하다. ◆숨은 명소 '수하계곡'과 '밤하늘공원'수하계곡(수비면 수하2리)은 '청정 영양'을 상징하는 명소다. 하천변을 따라 무성한 솔숲과 물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계곡물이 큰 특징이다. 꺽지, 수달이 살고 은어떼도 물길을 거슬러 올라온다. 이슬을 머금은 반딧불이의 영롱한 자태와 수많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별이 풍기는 아름다움 또한 빛난다.수하계곡은 태백산맥 남쪽의 일월산, 울렬산, 금강산 등에 둘러싸인 깊은 계곡의 땅이다. '물 깊은 마을'로 불리는 지푸내(深川)부터 오동나무 무성한 '오무마을'까지 20㎞의 물길이 장관을 이룬다.이끼 하나 없는 차디찬 계곡물의 가장 큰 특징은 투명함이다. 탁하지 않고 물속이 훤히 보인다. 하얀 화강암으로 이뤄진 크고 작은 소(沼)와 물살에 씻겨 반드러워진 돌들이 그 청정함을 한눈에 보여준다. 기암은 물 밖으로 불쑥 고개를 내밀고 반짝이는 모래톱과 부드러운 자갈밭은 가까운 뭍으로까지 이어진다. 천변의 벼랑 위에는 솔숲이 무성하다. 울창한 숲의 내음이 계곡 전체에 잔잔히 퍼져 있다. 숲 내음 마시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계곡 초입에는 생태숲과 생태공원이 자리한다. 언덕 위로 꽤 넓은 공간에 꾸며놓은 생태숲에는 수생식물 관찰장, 음지식물원, 반딧불이 광장, 숲속 광장, 하늘광장, 솔바람 전망대가 조성돼 있다. 반딧불이는 해가 진 후에야 볼 수 있지만, 여름 한낮의 산책 또한 놓치기엔 아깝다. 생기로운 수목 사이로 이어지는 산책로엔 새들의 지저귐이 멈추지 않는다.최근 이곳은 사계절 캠핑 명소로도 주목받고 있다. 영양군 청소년수련원 캠핑장은 총 34면으로 구성돼 있다. 오는 10일까지는 예약이 가득 찰 정도로 인기다. 이곳은 캠핑장 데크사이트 증설을 비롯해 샤워장·북카페 등 편의시설도 조성됐다. 30m 길이의 야외 수영장은 가족단위 피서객에게 안성맞춤이다.이곳 전체가 아시아 유일 '밤하늘보호공원'이다. 불빛이 자취를 감추면 나타나는 수하의 밤하늘은 은하수를 비롯해 천체의 아름다움을 맨눈으로 볼 수 있다. 반딧불이가 수놓은 장관은 자연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영양의 명품 '자작나무 숲'1993년 조성된 자작나무 숲(수비면 죽파리 검마산)은 국유림 중 최고의 명품 숲이다. 축구장 40여 개에 달하는 총면적 30ha에 빽빽이 들어선 20m 크기의 자작나무 숲은 보고, 느끼는 것만으로 힐링 기회를 준다.자작나무 숲은 죽파리 장파경로당에서 입구까지 약 4.8㎞의 임도다. 도보로 1시간, 차량으로는 15분 정도가 소요된다. 임도를 이용해 차량이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약 1.6㎞ 정도이며 나머지 3.2㎞ 정도는 도보로 이동해야 해 부담이 적지 않다. 최근 영양군은 이곳에 도로 확장, 전기차 배치 등 관광객 편의 제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경북도와 영양군은 자작나무 숲을 국내 최고의 힐링 숲으로 가꾸기 위해 앞으로 자작나무 숲에 힐링센터, 체험원, 안내센터 등 편의시설 확충과 함께 등산 지도사 배치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전통문화체험은 '음식디미방'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석보면 두들마을)은 전통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전국적인 명소다. 350년 전 음식을 맛보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이곳은 다도·서예·연날리기 등의 전통문화도 즐길 수 있다.전통문화체험관광지 10선에 2년 연속 선정된 이곳은 본격 운영에 들어간 2018년 이후 지난해까지 10만명이 넘는 유료 체험객이 다녀갔을 정도다. 전통음식체험공간·전통휴양공간·장계향문화체험교육공간 등으로 나뉘어 있다. 음식, 전통주 만들기와 함께 예절 교육 등도 가능하다.잘 알려진 것처럼 영양은 산나물의 고장이다. 일월산에서 자란 50여 종의 산나물은 연중 식탁에 오른다. 영양군 어디에서나 4계절 산나물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영양 산나물 조리의 비법은 음식디미방에서 나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운철기자 baeuc@yeongnam.com수하계곡 야외 수영장에서 가족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하며 무더위를 식히고 있다. 피서객이 자작나무 숲길을 걸으며 사색의 시간을 갖고 있다.
[떠나요! 포항 전통시장 감성여행 .1] 죽도시장
포항은 동해안을 대표하는 관광 도시다. 바다와 강, 산과 계곡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어 다양한 형태의 관광이 가능하다. 명승지 투어부터 등산, 트레킹, 캠핑, 해수욕은 물론 동해를 무대로 박진감 넘치는 해양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만큼 사계절 내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더욱이 포항 여행에는 재미를 더하는 중요한 요소가 있다. 바로 먹을거리다. 동해에서 갓 잡아 올린 신선한 해산물부터 과메기, 모리국수 등 특색있는 음식들이 여행객의 눈과 입을 즐겁게 한다. '보고 먹고 즐기는' 포항 여행의 삼박자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전통시장 투어를 빼놓을 수 없다. 전통시장은 단순히 상품을 매매하는 장소로서의 기능을 할 뿐만 아니라 우리네 삶의 터전이자 역사의 공간이기도 하다. 그 자체가 하나의 역사성을 지닌 명소인 셈이다. 영남일보는 오늘부터 '떠나요! 포항 전통시장 감성 여행' 시리즈를 6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매일 새벽 어시장 경매로 하루 열어이름 모를 해산물 지천으로 펼쳐져회·과메기·수제비 등 먹자골목까지농산물·전통시장 합쳐 거대한 규모안내도 숙지해도 구역 맴돌기 일쑤대낮처럼 환히 불 밝힌 새벽 5시, 땡그랑 땡그랑 종소리 울린다. 경매 시간을 알리는 경매사의 종소리다. 장대를 쥔 경매사와 숫자가 적힌 모자를 쓴 수십 명의 중도매인들이 마주 서더니 깍듯하고 정중하게 인사를 나눈다. 그들 사이 바닥에는 문어들이 널브러져 있다. 곧장 경매사의 낮고 구성진 읊조림이 시작된다. 이를테면 '상품설명'일 터. 아무리 귀를 쫑긋해 봐도 경매사의 말은 귓바퀴만 스친다. 찰떡같이 알아들은 중도매인들의 옷깃이 들썩들썩, 깃으로 감춘 손들이 쥐락펴락 빨라진다. 순식간에 아! 하는 탄식이 들린다. 음, 하는 만족의 얼굴도 보인다. 흡사 매의 사냥이고 평원의 전투다. 죽도시장은 매일 새벽 수산물 경매로 하루를 연다. ◆바다가 하는 일, 사람이 하는 일죽도시장은 동빈내항 깊숙이 자리한다. 내항에 각종 생선과 해산물들이 부려지면 곧장 코앞의 위판장으로 옮겨진다. 죽도시장의 바다 것들이 유독 '물이 좋은' 이유다. 이맘때 경매의 꽃은 바로 문어다. 작게는 400g에서 큰 것은 20㎏에 이르는 대형문어까지 다양하다. 경매인들의 눈치작전은 치열하고 찰나의 순간에 기쁨과 아쉬움의 승패가 교차한다. 살이 통통하게 차오른 큰 문어들은 순식간에 팔려나간다. 양이 적은 날에는 아무래도 값이 오르기 마련이다. "물에 든 건 알 수가 없거든. 바다가 하는 일을 어찌 알겠나. 오늘 잡았다고 내일 잡는다는 보장도 없고. 물속의 일은 알 수가 없어." 그러니 그저 오늘에 만족하고 내일을 기약한다. 경매가 끝난 위판장은 이제 좌판의 차지가 된다. 포항 연근해는 물론 전국 각지의 해산물이 착착 진열된다. 이름도 모르고 본 적도 없는 바다 것들이 지천이다. 전복은 소쿠리의 얼음 위에서 뒤집기를 시도하고 문어는 좌판을 탈출하려 용을 쓴다. 소라와 고둥은 탑처럼 쌓였다. 엄청나게 많고 다양한 해산물을 보고 있으면 바다의 풍요로움은 영원한 것처럼 느껴진다. 위판장은 좌판과 사람들로 가득해 떼꾼한 자리가 없다. 이 북적한 공간을 수레꾼은 숨도 쉬지 않고 "짐이야! 짐이야! 짐이야! 짐이야!"를 외치며 날쌔게 달리고 부릉부릉 얼음을 실은 오토바이가 쉴 새 없이 좁은 통로를 누빈다. 인사가 오가고, 흥정이 오가고, 돈이 오가는 동안, 토막 내고, 채 썰고, 포 뜨고, 껍질을 벗기는 여인들의 손은 잠시도 쉬지 않는다.◆보고, 사고, 먹고, 해산물에 대한 모든 것위판장 맞은편 포항수협 건물을 지나면 어시장에 닿는다. 대게, 홍게, 꽃게는 물론 독도새우, 꽃새우, 닭새우가 있고 참소라, 뿔소라, 나팔소라가 있다. 고등어, 갈치, 오징어, 문어, 낙지, 전복이 있고 가자미, 조기, 도루묵, 소라, 고둥, 멍게, 해삼, 가리비, 바지락 등 바다에서 나오는 모든 해산물이 펼쳐진다. 손질은 기본, 먹는 방법도 알려준다. 생물 문어는 물론 삶은 문어도 있고 손님들의 취향에 따라 다리만 판매하기도 한다. 생선가게가 문을 열 때 얼음가게도 문을 연다. 어시장 매상이 오르면 얼음집 매상도 오른다. 운이 좋다면 개복치 해체 작업을 볼 수 있다. 개복치는 포항의 전통 별미다. 이제는 죽도시장에서도 개복치를 취급하는 집을 찾아보기 힘들고 개복치를 해체할 수 있는 사람도 드물다. 몸길이 2m가 넘는 개복치는 부위별로 해체해 삶아서 먹는다. 개복치 삶는 날 시식까지 한다면 최고다. 더 운이 좋다면 상어를 해체하는 작업도 볼 수 있다. 진귀한 풍경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절로 멈춰진다. 아직 깜깜한 어시장에 일찍 불을 밝힌 가게도 있다. 손님도 상인도 없는 어시장에서 몇몇 할매들이 회를 썬다. 살아있는 회는 서울 시장에서 취급하지만, 서울 시장에서 쓰는 막회는 전부 죽도시장에서 올라간단다. 손질되고 포장된 참가자미와 숭어, 물가자미 따위가 오전 6시20분 차를 타고 서울로 간다. 강남터미널에 도착하는 시간은 11시 반. 곧바로 퀵 서비스 오토바이가 점심을 준비하는 식당으로 달린다. 그사이 죽도시장 횟집들도 손님 맞을 준비를 끝냈다. 수협 위판장을 중심으로 한 횟집 골목에는 200여 개의 횟집이 밀집되어 있다. 회를 먹을까, 물회를 먹을까. 혼자라도 회를 먹을 수 있고 초장값만 더하면 밥과 매운탕까지 맛볼 수 있다. 회도 물회도 포기할 수 없다면 일단 회를 뜬 다음 물회 양념을 추가하면 된다.어시장 바깥쪽으로는 말린 생선을 파는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물가자미, 참가자미, 조기, 열기, 용가자미, 도루묵, 장어, 대구뽈, 민어, 미주구리 등 햇빛과 바닷바람을 맞은 것들이 짭조름하고 고소한 냄새를 풍긴다. 위판장과 휫집골목 사이에는 고래고기 골목이 있다. 고래고기는 부위별로 12가지 맛이 난다. 죽도시장의 고래고기 원조는 '원조할매고래'다. 1960년부터 가게를 열었으니 벌써 3대, 60년째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고래잡이는 불법이다. 이렇게 맛볼 수 있는 고래들은 모두 피치 못할 사정으로 그물에 걸린 녀석들이다. 가끔 신문이나 방송에 '밍크고래가 걸렸다'며 몸값이 소개되곤 하는데 그들의 다음 행선지 중 하나가 이곳이다. 오가는 사람도 많고 특이한 광경에 사람들의 시선도 맹렬하다. ◆갈대 늪에서 동해안 최대 시장으로 죽도시장 하면 어시장, 회 타운, 건어물시장을 우선 떠올리지만 실제로 이 시장은 죽도시장, 죽도어시장, 죽도농산물시장 등 세 곳이 합쳐진 곳이다. 시장 면적이 약 15만㎢에 이르고 점포 수는 2천500개 정도 된다. 모두 25개 구역이 횟집골목, 건어물 아케이드, 식품 아케이드, 식자재 거리, 신선 닭, 젓갈 거리, 농산물 아케이드, 24시 대게 회 거리, 먹자골목, 과메기 거리, 수제비 골목 등으로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 수산물에서부터 농산물, 청과물, 죽세공품, 한복, 수예, 이불, 주전부리 등 이 세상에 존재할 만한 거의 모든 품목을 만날 수 있는 너른 장터다. 사람들은 '여기에 없으면 아무 데도 없다'며 으쓱한다.죽도시장이 자리하고 있는 죽도동은 원래 섬이었다. 옛날 형산강 입구에는 대도, 상도, 해도, 송도, 죽도 등 5개의 섬이 있었는데 이 중 죽도는 늪지대로 갈대가 우거져 갈대섬이라고 불렸다. 죽도의 갈대밭에 하나둘 좌판이 모여 옹기종기 장터가 형성된 것이 1930년대부터다. 장터는 점점 덩치가 불어났고 6·25전쟁 직전에는 현재 죽도시장의 3분의 1 규모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전쟁으로 시장은 거의 불타버렸다. 전쟁이 끝나고 복구가 시작됐다. 1960년대에는 구획정리사업이 전개되었다. 1969년 포스코가 들어서면서 시장은 엄청나게 커졌고, 1971년 11월 시장 허가를 받았다. 동빈내항이 동해안의 대표적인 항구로 포항 경제를 쥐락펴락하며 성장함에 따라 죽도시장은 경북 동해안과 강원도 일대의 농수산물이 집결하고 유통되는 요충지가 되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아케이드를 설치하는 등 시장 현대화에 많은 공을 들였고 2015년부터는 청정 해수 공급 시설을 가동하고 있다. 이런 발자취를 더듬어보면 죽도시장의 역사는 100년 가까이 된다.지금도 죽도시장은 동해안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전통시장이고 포항을 찾는 관광객이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광명소다. 특히 매 주말이나 명절 시즌 또는 포항에서 큰 축제가 열릴 때면 죽도시장을 둘러싼 길은 북새통이 된다. 시장 내외부에 크고 작은 주차장들이 있지만 북새통에 얽히고 싶지 않다면 조금 떨어진 오거리공영주차장이나 평화주차장 등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죽도시장은 거대하다. 주먹 꽉 쥐고 집중해서 안내도를 숙지하여도 두세 구역만 맴돌거나 주차장을 찾지 못해 헤매기 일쑤다. 죽도시장의 에너지는 압도적이다. 설렁설렁 한량으로 돌아다녀도 어느 사이 대퇴근에 열기가 솟는다.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참고=포항시. 국내시장백과. 한국지명유래집. 공동기획 : 포항시포항 죽도어시장에서 상인들이 동해에서 갓 잡아올린 해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죽도시장은 동해안 최대 규모의 전통시장으로 횟집·먹자골목, 건어물·식품·농산물 아케이드, 젖갈·식자재·대게 회·과메기 거리 등으로 촘촘하게 연결돼 있다.포항 죽도시장 입구는 언제나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죽도시장에는 어시장 외에도 각종 곡식과 채소, 과실, 특용작물을 취급하는 농산물시장이 있다.동해에서 잡은 해산물은 동빈내항을 통해 죽도어시장 위판장으로 옮겨진다.
2023.08.03
김재욱 칠곡군수 인터뷰 "군민 늘리고 곳간 채울 것"…세일즈맨 자처 '광폭행보'
'곳간 채우고, 경제 살리고, 군민 늘리고'를 군정 목표로 내건 김재욱 〈사진〉칠곡군수는 칠곡군 세일즈맨을 자처하며 기업 유치와 국·도비 확보를 위한 광폭 행보를 이어왔다. 특히 열악한 지방재정 현실에서 국·도비 확보의 중요성과 공모사업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며 행정력을 집중했다.김 군수는 "지방의 상황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사회복지 수요가 증가하는 반면 장기간의 코로나19 대응 등에 따른 재정지출 규모 확대로 지자체마다 재정 운용이 어렵다"며 "지방소멸 위기를 맞아 공모사업을 통해 국·도비를 확보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 군수는 민선 8기 핵심 공약과 주요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정부 공모사업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공모사업팀을 신설했다. 그는 "공모사업의 대상과 범위가 갈수록 확대돼 직원들의 대응 역량이 공모사업의 경쟁력으로 곧바로 이어진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역량강화 워크숍 등을 통해 직원들의 공모사업 실무역량과 잠재력을 증진시켜 군정 현안사업과 연계한 각종 국·도비 공모사업 발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끝으로 김 군수는 "내가 변하지 않으면 세상도 변하지 않는다. 저부터 직접 발로 뛰고 칠곡을 세일즈 하겠다"며 "지속 가능한 성장공모사업 선정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이 이어질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마준영기자 mj3407@yeongnam.com
2023.08.02
칠곡 공모사업 전담팀 신설…국비 확보해 지역소멸 위기 돌파
지역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국·도비 공모사업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칠곡군은 군정 현안사업 해결을 위한 핵심 열쇠는 공모사업에 있다는 판단 아래 국·도비 공모사업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이의 확보를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군은 지난해 공모사업 추진을 통해 역대 최대규모의 국·도비 449억원을 확보했다. 이는 2021년 대비 200% 이상 증가한 금액이다.지난해 하반기부터 농림축산식품부 농촌협약과 문화체육관광부의 제4차 법정문화도시 선정 등 대규모 국비 공모사업의 연이은 선정에 따른 결과다. 올 상반기에도 대형공모사업에 이름을 올리며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경북 도내 최초 공모사업팀 신설군은 7월1일 조직개편을 통해 지역공모팀을 신설하고 공모사업 총괄관리와 사업발굴 지원체계를 마련했다. 경북도 유일의 공모사업 전담부서 신설에 따라 체계적이고 긴밀한 대응시스템을 구축했다.역점 및 현안 사업과 연계한 공모사업을 발굴해 사업 간 시너지효과를 창출하고 도시 경쟁력과 군민 삶의 질을 높여가고 있다. 모든 공모사업 접수문서를 국장 이상 공람하고 공모사업별 관리 카드를 작성해 공모사업 발굴에 나섰다.경북 최초 전담 부서 마련공모사업 문서 국장 이상 공람·관리전문가 특강 통해 직원 역량 높이고타 도시 벤치마킹해 우수 사례 연구또 응모 적정성을 검토하고 소관부서 공모사업을 신청하고 반드시 추진과정은 지역공모팀과 공유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정부 주요 공모사업을 게시판에 올리고 매월 1회 각 부서의 추진현황을 정리해 공유한다. 공모사업 역량강화 교육 및 워크숍을 통해 직원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전국단위 공모심사위원, 연구기관 전문가 등 공모사업 전문가 특강을 열고 대규모 공모사업 유치 성공사례 소개, 사업계획서 작성법을 교육하는 것은 물론 분야별 전문가 초빙 후 심화교육을 진행했다. 이밖에 공모사업 관련 정부연구기관 방문 및 타 도시 벤치마킹을 통해 우수사례를 연구한다. 군은 공모사업 우수직원을 대상으로 모범공무원 및 적극 행정공무원 선발 등 당근책도 내놨다.◆대형 공모사업 선정…도약 발판 마련칠곡군은 지난해 12월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라 문체부로부터 제4차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받았다. 공모 신청한 지자체 104곳 중 예비문화도시 선정을 거쳐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된 곳은 24개 지자체뿐이다.군은 법정문화도시 지정으로 국비·지방비를 포함한 총 150억원으로 5년간 칠곡군의 특색있는 문화자원을 활용해 문화도시를 구현하게 됐다. 평생학습을 기반으로 인문도시 칠곡의 정체성을 위한 '인문적 경험의 공유지 문화도시 칠곡'이라는 비전을 통해 도시브랜드 강화에 나섰다.농식품부가 추진하는 '농촌협약 공모사업'에도 선정됐다. 농촌협약 공모사업은 읍·면 간 인구구조 불균형 및 동·서 간 개발 불균형 해소를 위한 종합적·체계적인 농촌공간 수립을 목적으로 한다.작년 역대 최대 국·도비 확보법정문화도시·노후산단 개선사업 등2022년 449억원 확보 '전년 200% ↑'올 상반기에도 대형공모 선정 '돌풍'최대 430억원(국비 300억원 포함)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기존 대표적 농촌발전사업인 △농촌중심지 활성화사업 △기초생활거점조성사업 △시·군 역량강화사업 △농촌 신활력플러스사업을 포함해 칠곡군에서 필요한 사업을 자율적으로 구성할 수 있어 지역 맞춤형 균형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또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첨단농기계 실증 랩팩토리 조성사업'에 선정돼 4년간(2023~2026년) 국비 95억원을 확보했다. 이 사업은 설계시스템·부품제작·가공 장비구축 및 성능검사·시험분석 장비구축과 함께 소규모 야외 실증시험장까지 조성해 첨단농기계 소재 개발부터 기업지원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한다.국비 포함 총사업비 233억원을 투입해 첨단농기계 실증랩 팩토리센터(왜관읍 금산리) 조성, 장비 구축, 기업지원을 통해 농기계 첨단화를 지원한다.이와 함께 전통시장인 왜관시장이 중소벤처기업부 공모 2023년도 특성화시장육성 문화관광형 시장에 선정됐다. 이 사업은 지역의 문화·관광자원을 연계해 시장 고유의 특장점을 육성하는 상인 중심의 프로젝트로, 2년간 시장당 최대 10억원의 사업비가 지원된다. 사업 기간에 지역 특색과 연계한 시장 투어코스 개발, 문화콘텐츠 육성, 시장 대표상품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왜관시장은 이번 공모 선정으로 2022년 시작한 첫걸음 기반조성사업을 성공리에 마무리하고,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칠곡군 약목면 덕산리 1·2리와 지천면 신3리가 농식품부에서 주관하는 '2024년 농어촌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에 선정됐다. 이 사업은 취약지역 주민의 기본적인 생활수준 보장을 위해 안전·위생 등 생활 인프라 확충, 주거환경 개선, 주민역량 강화 등을 하는 사업이다. 군은 이번 사업을 통해 생활·위생·안전인프라 확충, 노후주택 정비, 주민공동체 활성화로 주민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이밖에 칠곡군 왜관1일반산업단지가 '활력 있고 아름다운 거리 조성사업'에 지난 4월 최종 선정됐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서 산단 환경개선사업으로 추진한 이 공모는 전국 487개 노후산단 가운데 22개 산단에서 신청해 유일하게 왜관1산단이 뽑혔다. 군은 사업비 14억2천만원 중 국·도비 11억3천만원을 확보했다.고용노동부가 주관한 2023년 사회적경제 지역특화사업 공모에도 선정됐다. 이에 따라 칠곡군은 ESG경영 확산과 고향사랑기부제 도입에 따른 시장변화에 대응하고 사회적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지원한다. 이번 공모 선정으로 사회적경제 로컬패키지 시그니처 상품기획·개발과 사회적경제·ESG경영을 위한 친환경 포장패키지 개선 지원, 사회적경제 설명회 및 전문가 컨설팅을 진행한다. 마준영기자 mj3407@yeongnam.com칠곡군이 군정 현안 해결을 위해 공모사업을 통한 국·도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재욱 칠곡군수가 올해 초 호국평화기념관 컨벤션홀에서 열린 2023년 칠곡군 공모사업 대응 역량강화 워크숍에 참석해 직원들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대구시 '미래세대 위한 분야별 대전환' 행정력 집중
미래 도시 '대구'는 어떤 모습일까. 홍준표 시장은 대구의 미래 50년 앞을 내다보며 그 초석을 다지는 데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누차 강조한 바 있다. 홍 시장이 구상하는 대구의 미래 청사진은 △경북도청 후적지 개발 △서대구 역세권 개발 △도심 군부대 이전 등으로 압축된다. 이들 사업의 대상 면적만 1천488만여㎡(450만평)에 이른다. 이름 하여 '도시 그랜드 디자인'이다. 대구시는 이를 통해 미래세대를 위한 주거·산업·교육·문화·관광 등 분야별 대전환과 대한민국 3대 도시 위상회복의 기틀을 마련할 계획이다.미래 신산업 선도 앵커·혁신기업존2차 공공기관 유치 고밀도산업거점R&D·ABB 육성…지역경제 새활로서대구역 경제·문화·교통 중심 전환도심 근린공원·복합환승센터 조성군부대 이전 기간 단축 투트랙 절차韓美 SOFA 과제 채택→협상 추진경북도청 후적지현재 대구시 산격청사가 들어서 있는 북구 산격동 옛 경북도청 후적지는 2차 공공기관 이전 집적지로 개발된다. 대구시는 지난 4월 경북도청 후적지 14만여㎡에 1조7천억원을 투입해 도심융합특구로 조성할 것이라고 발표했다.이곳에 2차 이전 공공기관을 적극 유치해 산업·주거·문화가 어우러진 고밀도 산업혁신거점으로 만들 계획이다. 이 일대는 2020년 12월 경북대(75만㎡), 삼성창조캠퍼스(9만㎡)와 함께 전국 최초로 도심융합특구 사업지로 선정된 바 있다. 대구시는 △산업혁신(경북도청 후적지) △인재양성(경북대) △창업허브를 축으로 하는 '트라이앵글 거점 계획'을 수립했다.경북도청 후적지는 향후 대구를 이끌어 갈 미래산업과 관련된 앵커기업과 혁신기업을 위한 공간으로 거듭난다. 크게 △앵커기업존 △혁신기업존 △글로벌R&D존 △공공기관 이전존으로 개발된다.지역의 미래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기업을 위한 공간(앵커기업존)과 미래자동차, 도심항공교통(UAM), 스마트로봇 등 미래 신산업을 위한 공간(혁신기업존)으로 개발된다, 그리고 글로벌R&D존에는 데이터 R&D센터 또는 기업 R&D센터 등을 유치한다.당초 국립근대미술관과 뮤지컬콤플렉스를 조성하려고 했던 '문화예술허브' 사업 공간은 2차 공공기관 이전으로 채울 계획이다. 미래산업 R&D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연구기관과 ABB(인공지능·블록체인·빅데이터) 산업 및 창업과 관련한 공공기관들이 유치 대상이다. 또 경북도청 후적지와 인접한 산격1동 재개발 예정지역(32만㎡)은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 도심융합특구와 연계한 미래세대를 위한 신 주거공간으로 조성할 방침이다.대구시 관계자는 "올 연말까지 특구 기본계획을 수립해 심사 및 지구 지정을 완료하고 내년 하반기에는 실시설계 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서대구 역세권 단계별 개발대구시는 그동안 서대구 역세권 개발 사업을 민·관 공동방식으로 추진해 왔다. 2030년까지 서대구역 일원(66만㎡)을 경제·산업·문화·교통의 중심지로 전환하는 사업이다. 서대구역 인근 4개의 하·폐수처리시설을 통합해 지하 공간으로 한데 모으고, 땅 위에는 도심 근린공원과 복합환승센터를 조성하는 게 골자다.그러나 민간투자가 쉽지 않은 최근 상황을 고려해 토지 소유 형태 및 개발 가능 시기 등에 맞는 방식으로 전환했다.대구시는 복합환승센터 등 역세권 개발을 위해 1차 협상대상자까지 지정하고 민·관 공동 도시개발 방식으로 추진하기 위한 행정절차를 추진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6월 민·관 공동 개발을 억제하는 도시개발법이 개정·시행되고, 부동산 경기침체 등으로 민간 투자사업 개발 여건이 급격히 악화됐다.이에 시는 기존의 사업방식에서 토지 소유의 형태와 개발 가능 시기에 따라 단계별로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공공성이 높은 복합환승센터부터 조성할 계획이다. 서대구역 남·북 측에 들어서는 복합환승센터 남측에는 청년 및 기업지원시설과 같은 공공기능을 중심으로 2025년 착공을 목표로 한다. 환승시설은 서대구역 철도와 현재 여러 곳에 분산된 버스정류장, 도심항공교통(UAM)을 포함한 미래교통과 도시철도 등을 배치해 환승 기능을 강화한다. 역사 북측에는 한국철도공사와 협의해 호텔, 오피스텔, 문화 및 상업 등 환승 지원시설을 배치할 계획이다. 향후 통합지하화시설의 처리수 중 일부는 복합환승센터에서 청소, 화장실 등에서 재이용하는 중수도 개념을 적용할 예정이다.2025년 착공을 위해 복합환승센터 지정 및 승인과 함께 도시재생 혁신지구 지정 절차를 추진해 국비와 국가정책기금이 투자될 수 있도록 한다. 2024년까지 설계 및 실시계획 인가 등 행정절차를 완료할 예정이다. 도심 군부대 7곳 통합 이전대구시는 도심 내 흩어져 있는 군부대를 통합해 이전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육군 제2작전사령부, 제50보병사단, 제5군수지원사령부, 공군방공포병학교 등 4곳과 미군 부대 3곳 등 총 7곳이다. 이들 군부대가 도심에서 차지한 면적만 665만여㎡(201만평)에 달한다. 시는 지난해 국방부에 부대 이전 협의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후 국방부, 국방시설본부, 이전 대상 부대 4곳과 관·군 협의체를 만들고 올해 1월까지 두 차례의 실무회의를 열었다.순조롭게 진행될 것 같던 사업은 올 상반기에 체결키로 했던 대구시·국방부의 양해각서가 하반기로 미뤄지면서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시는 지난 6월 최종 이전 후보지 선정을 위한 사전 이전 협의 요청서를 국방부에 제출하면서 재시동을 걸었다. 국방부는 시의 사전 이전 협의 요청서를 바탕으로 시설 기본 요구 조건과 부대 배치안을 작성 및 검토할 계획이다. 사업은 시행착오를 줄이고 과거 20년 이상 걸리던 군부대 이전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기 위해 국방부와 양해각서 체결과 행정절차를 동시에 진행하는 '투 트랙'방식으로 진행된다. 미군부대 이전은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SOFA 과제 채택'을 추진하고 있다. SOFA 과제로 채택되면 본격적으로 한·미간 'SOFA 과제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대구시는 "군부대 이적 후적지는 과거 군부대 이전 사례들처럼 단순히 주택 공급을 위한 택지개발이 아닌 도시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그래픽=장윤아기자 baneulha@yeongnam.com
일월산 일대 담수용량 전국 최대…영양, 양수발전소 최적지
경북 영양군은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7만여 명이 넘는 인구가 거주했으며, 빛깔 고운 '영양 고추'만으로 부자 군(郡)으로 불렸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는 인구 감소와 낮은 재정자립도로 인해 소멸 위기에 놓여있다. 각종 생활·교통·의료 인프라 부족으로 '육지 속 섬'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요즘 영양군민들 사이에선 조만간 인구 1만6천명 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지도에서 고향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영양군민 모두가 하나 돼 일어나기 시작했다. 지금이 '골든타임'이라는 긴박한 마음을 갖고 민간에서부터 인구 증가 필요성에 한마음을 보이면서 군정의 모든 초점도 이에 맞춰졌다. 영양군은 인구 증가 방안으로 양수발전소, 교정행정 콤플렉스 유치 등 외적 요인과 함께 농업관광 인프라 구축, 결혼지원금 지원사업 등의 처방전을 내놓았다. 그중 양수발전소 유치 사업은 지자체뿐 아니라 민간 차원의 추진위원회 구성 등 모두가 한뜻으로 도전장을 낸 상태다. ◆양수발전소 건립 절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신규 양수발전소 건설을 위한 예비후보지로 영양이 포함된 사실을 올 초 알려왔다. 영양군민에겐 엄청난 희소식이었다. 영양군에 따르면, 지난 1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제10차 전력수급 기본계획(2022~2036년)을 확정했다. 한수원은 이 계획에 맞춰 환경성, 기술성, 부지 적합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영양군 등을 예비 후보지로 선정했다. 이에 영양군은 지난 4월 양수발전소 유치를 공식 선언하면서, 일월면 용화리(항골)를 대상지로 선정했다. 오도창 영양군수는 "사실 2020년부터 양수발전소 유치에 도전해 왔다. 그간 경북도, 정부 관계부처 등을 다니며 선제적으로 노력한 부분을 보상받는 기분"이라고 했다. 한수원의 올해 대상지는 영양 외에 경남 합천군 등 두 곳이다. 또 중부발전이 경북 봉화와 전남 구례군을 후보지로 선정하고 사업을 추진 중이다. 영양군이 대상지로 선정한 일월면 항골 일대는 경북 최고봉인 일월산이 내려다보이는 곳으로 적정한 고저 차, 지역 균형발전 기여도 등을 고려했을 때 최적지로 여겨진다. 지자체와 주민 수용성이 높을 뿐 아니라 상하부지 담수용량이 국내에서 가장 크며 지역 야권에서도 건립에 힘을 보태고 있다. 영양군은 지난 6월30일 한수원에 양수발전소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1천㎿ 규모로 총사업비 2조원이 투입되는 양수발전소 건립사업은 건설기간만 14년에 달한다. 발전소 건설이 확정되면 승인고시일부터 가동기간(60년) 지역 인재 육성, 사회복지사업, 지역문화행사 지원 등 936억원에 달하는 지역 지원사업이 추진된다. ◆하나의 꿈으로 단결한 군민 양수발전소 유치를 위한 영양군의 노력은 필사적이다. 오 군수를 구심점으로 1만6천여 군민 모두가 역량을 총 결집하고 있다. 영양군 내 도로 곳곳에는 양수발전소 유치를 희망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양수발전소 유치전에 나서면서 오 군수는 군민 단합을 위한 호소문을 발표했고, 모든 기관과 단체를 대상으로 홍보활동을 전개했다. '대군민 결의대회'뿐 아니라 언론 홍보도 병행해 전방위적으로 양수발전소 유치의 당위성을 설파했다. 또 모든 군민이 가슴에 부착할 수 있는 배지, 양수발전소 소개 전단, 팸플릿 등 3만여 부가 넘는 홍보물을 제작·배포했다. 실제 영양군 내 각 읍·면·리의 경로당, 노인회관 등에서는 양수발전소 유치가 화젯거리다. 이번 유치전에는 한때 영양군이 영양댐 건설을 추진하면서 우선 순위가 높아 추진하려던 사업이 일부의 반대로 무산된 경험을 맛본 주민들이 중심이 됐다. 물론, 유치과정에서 적잖은 어려움도 있었다. 일부 주민들은 환경 보호 등을 이유로 추진반대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했지만 군의 존폐 위기 앞에서 반대 주장을 스스로 철회하고, 유치 신청에 동참하는 등 단합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나의 꿈을 위해 똘똘 뭉친 영양군민 모습에 한수원 관계자는 "기피시설인 양수발전소 유치를 위해 지자체 모든 주민이 단합하는 경우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라고 평가했다. 영양군 관계자는 "신규 양수발전소 건설 예비후보지로 영양군이 선정된 건 고무적이다. 앞으로 최종 후보지로 선정되는 날까지 군민 모두가 하나 돼 반드시 유치하겠다"고 말했다. 배운철기자 baeuc@yeongnam.com양수발전소 범군민 결의대회 영양군민이 지난 6월 영양읍에서 양수발전소 유치 결의대회를 갖고 유치에 대한 단합된 힘을 보여주고 있다. 〈영양군 제공〉
2023.08.01
성주군 '창업~성장 全단계' 기업 맞춤형 지원사업 '착착'
경북 성주군이 창업에서부터 성장까지 기업 맞춤형 지원사업을 통해 진화하는 도농 복합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성주군에는 성주1·2차 산업단지를 비롯해 성주·선남·월항 농공단지 등 1천500여 개에 이르는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이에 발맞춰 성주군은 3차 산업단지 조성사업을 조속히 추진해 기업 유치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 인구 유입 등을 통해 성주군 재도약 및 4차 산업혁명 시대 글로벌 기업 경쟁력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도농 복합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성주군의 각종 지원사업이 눈길을 끈다. 성주군은 △기업지원 종합 컨트롤타워인 성주산단 혁신지원센터 건립 △성주군 뿌리산업 제조공정 혁신기반 구축 △중소기업 경영 안전을 위한 운전자금 지원 확대 △해외 판로 개척 및 수출 지원 △스마트공장 구축을 통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제조경쟁력 강화 △국내 물류비 지원을 통한 중소 기업체 비용 절감 등을 통해 기업 성장의 기폭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우선 2021년 산단 대개조사업의 하나로 정부공모사업에 선정된 성주산단 혁신지원센터구축 사업은 관리 기본계획 변경, 건축 허가 등 사전 행정절차를 마치고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해 현재 25%의 공정률을 보인다.성주 2일반산단 내에 들어설 혁신지원센터는 내년 2월 준공을 목표로 기업의 창업과 단계별 성장을 위한 금융·기술·경영·수출 등 전 방위지원을 통해 명실상부한 성주군 기업지원의 종합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성주군의 뿌리산업인 제조공정 혁신을 위한 기반구축에도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군은 산업통상자원부 공모사업인 산업혁신기반구축 사업에 최종 선정돼 34억원의 국비를 확보함으로써 뿌리산업 기술혁신을 위한 추진동력을 확보했다.이에 △열처리분야 중소기업 뿌리공정에 관련된 첨단장비와 전문인력 배치를 통한 컨설팅 △디지털기술 지원 △공정자동화 전환 △시제품 제작 △공정프로세스 설계 △성분 및 불량원인 분석 △협업 네트워크 구축 △지적 재산권 출원 등을 수행해 지역 내 열처리분야 중소기업을 지원한다. 뿌리산업뿐만 아니라 향후 여러 업종에 다양한 기술 지원으로 지역 내 중소기업의 기업환경을 혁신적으로 바꿔 나간다는 방침이다.이와 함께 성주군은 최근 기준금리 인상과 자재비 및 인건비 상승 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지역 내 중소기업체에 대해 올해부터 기업운전자금(이차보전) 지원을 기존 2.5%에서 3%로 확대 시행하고 있다. 총융자추천액은 740억원이며, 이차보전액도 기존 15억원에서 3억원이 증액된 18억원으로 중소기업의 자금부담 해소에 더욱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성주군은 해외 판로개척 및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해외 마케팅 지원도 시행한다. 군은 전문 인력과 수출 경험이 부족한 수출 초보기업에 맞춤형 지원을 통한 해외 마케팅을 해줌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오는 10월 LA 한인 축제와 아랍에미리트(UAE)두바이에 무역사절단을 구성 및 파견해 세계시장 개척에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군은 기존 단순 참가비 지원에서 탈피해 참가 바이어와의 지속적 상호작용 기회를 제공해 참가기업의 성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다.성주군은 제품의 전 생산과정을 ICT 기술로 통합해 최소의 비용과 시간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첨단 지능형 스마트공장 구축 비용도 지원하고 있다. 2019년부터 42개 업체가 참여했으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스마트공장 확산 지원으로 제조업체 경쟁력 확보를 통한 매출 및 고용 증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최근 유가 상승으로 운송비 부담이 큰 기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국내 물류비 지원사업도 실시하고 있다. 기업체에서는 2022년 기준 연간 물류비의 일부를 지원받아 제품 생산단가를 낮춤으로써 기업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석현철기자 shc@yeongnam.com성주 산업단지 혁신지원센터 조감도.이병환 성주군수가 성주산업단지 혁신지원센터 구축사업 현장을 둘러보며 관계자들과 성공적인 건립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2023.07.31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의료개혁특위 "의료개혁 시기상 미룰 수 없는 과업…소통 통해 의견 좁힐 것"
경북대,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 '155명' 조정에 대구경북 타 대학 결정도 관심
많이 본 뉴스
오늘의운세
닭띠 4월 27일 ( 음 3월 19일 )(오늘의 띠별 운세) (생년월일 운세)
영남생생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