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영양서 솔바람 마시며 계곡물 샤워·별빛 야행 즐겨요"

  • 배운철
  • |
  • 입력 2023-08-04 07:31  |  수정 2023-08-04 07:32  |  발행일 2023-08-04 제10면
'생태관광 1번지 영양군' 팬데믹시대 웰빙 여행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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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하계곡 야외 수영장에서 가족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하며 무더위를 식히고 있다. <영양군 제공>
경북 영양군은 남이 장군의 얼이 깃든 선바위를 비롯해 역사적 가치를 지닌 수많은 명소와 다양한 스토리를 가진 곳이다. 그러나 관광지로서의 경쟁력과 인지도는 낮았다. 가장 큰 이유는 '육지 속의 섬'이라고 불리는 것처럼 접근성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가는 길'이 불편하니, '오는 사람'이 있을 수 없는 구조였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영양에 대한 인지도를 높였다. 코로나 사태로 청정하고 안전한 관광지를 찾으려는 수요가 늘면서 영양이 새삼 주목받았다. 여전히 숙지지 않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잘 알려지지 않던 숨은 명소가 속속 드러나면서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영양군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영양엔 때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청정함이 살아있다. 삶에 지친 현대인에게 최고의 웰빙 여행지라 할 만하다. 사람과 자연, 천혜의 환경에서 자란 제철 음식 등을 테마로 한 멋진 휴식과 힐링의 장소다. 이 같은 영양의 매력을 즐기려면 지금이 최적기다.

영양은 하늘, 바람, 별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영양을 찾은 이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감정이다. 빛 공해가 없고, 굴뚝 산업이 없어 마실 수 있는 맑은 공기는 덤이다. 찾는 이들이 감탄을 자아내는 영양의 숨은 명소, 어떤 곳이 있을까.

아늑한 주실마을 시인 조지훈 생가
이문열의 광산문학관 찾아 문향 음미

바닥이 보일 듯 투명한 '수하계곡'
언덕 위 숲속 광장엔 새들의 합창
밤엔 반딧불이 춤추고 별빛 수놓고…
검마산 자작나무숲 거닐며 심신 힐링도


◆문향(文鄕)인 영양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영양은 예부터 이름난 문인의 고향이었다. 시인 조지훈, 국민작가 이문열은 영양의 자랑이다. 조지훈 생가인 호은종택이 있는 일월면 주실마을은 400여 년이 넘는 세월을 이어온 아늑한 분위기로 관광객을 매료시킨다. 마을 한복판에 자리 잡은 호은종택뿐 아니라 옥천종택과 같은 숱한 문화자원은 찾는 이의 발길을 절로 멈추게 한다.

이문열의 고향인 석보면 두들마을은 석계 이시명 선생과 그 후손인 재령 이씨의 집성촌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문열 외에도 항일 시인인 이병각, 이병철이 이 마을 출신이다. 또 조선시대 양반가 음식조리서인 음식디미방을 저술한 정부인 장씨의 자녀 교육과 덕행에 대한 이야기들도 전해내려 오는 곳이다.

낙산 오씨가 400여 년을 살아온 감천마을(영양읍 감천리)에는 마을 한가운데 웅장한 44칸 기와집이 자리한다. 전통가옥의 예스러움과 함께 양반가의 과거 영화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항일시인으로 알려진 오일도 또한 이곳 출신이다.

문향의 고장인 영양을 체험하기 위해 안성맞춤인 곳은 단연 영양 산촌박물관(입암면 연당리)이다. 선조의 생활 모습을 볼 수 있는 실내·야외전시장이 있다. 이곳의 자연생태체험장은 저수지를 중심으로 다양한 수생동식물과 야생화를 관찰할 수 있는 자연관찰 코스가 있다. 투방집과 너와집 등 조선시대 산촌마을의 생활상을 체험할 수 있는 문화체험 코스도 있다. 문학에 관심이 있다면 지훈문학관과 이문열의 광산문학관을 찾아 며칠 머물며 문학에 흠뻑 빠져볼 만하다.

죽파리 자작나무숲
피서객이 자작나무 숲길을 걸으며 사색의 시간을 갖고 있다. <영양군 제공>
◆숨은 명소 '수하계곡'과 '밤하늘공원'

수하계곡(수비면 수하2리)은 '청정 영양'을 상징하는 명소다. 하천변을 따라 무성한 솔숲과 물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계곡물이 큰 특징이다. 꺽지, 수달이 살고 은어떼도 물길을 거슬러 올라온다. 이슬을 머금은 반딧불이의 영롱한 자태와 수많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별이 풍기는 아름다움 또한 빛난다.

수하계곡은 태백산맥 남쪽의 일월산, 울렬산, 금강산 등에 둘러싸인 깊은 계곡의 땅이다. '물 깊은 마을'로 불리는 지푸내(深川)부터 오동나무 무성한 '오무마을'까지 20㎞의 물길이 장관을 이룬다.

이끼 하나 없는 차디찬 계곡물의 가장 큰 특징은 투명함이다. 탁하지 않고 물속이 훤히 보인다. 하얀 화강암으로 이뤄진 크고 작은 소(沼)와 물살에 씻겨 반드러워진 돌들이 그 청정함을 한눈에 보여준다. 기암은 물 밖으로 불쑥 고개를 내밀고 반짝이는 모래톱과 부드러운 자갈밭은 가까운 뭍으로까지 이어진다. 천변의 벼랑 위에는 솔숲이 무성하다. 울창한 숲의 내음이 계곡 전체에 잔잔히 퍼져 있다. 숲 내음 마시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계곡 초입에는 생태숲과 생태공원이 자리한다. 언덕 위로 꽤 넓은 공간에 꾸며놓은 생태숲에는 수생식물 관찰장, 음지식물원, 반딧불이 광장, 숲속 광장, 하늘광장, 솔바람 전망대가 조성돼 있다. 반딧불이는 해가 진 후에야 볼 수 있지만, 여름 한낮의 산책 또한 놓치기엔 아깝다. 생기로운 수목 사이로 이어지는 산책로엔 새들의 지저귐이 멈추지 않는다.

최근 이곳은 사계절 캠핑 명소로도 주목받고 있다. 영양군 청소년수련원 캠핑장은 총 34면으로 구성돼 있다. 오는 10일까지는 예약이 가득 찰 정도로 인기다. 이곳은 캠핑장 데크사이트 증설을 비롯해 샤워장·북카페 등 편의시설도 조성됐다. 30m 길이의 야외 수영장은 가족단위 피서객에게 안성맞춤이다.

이곳 전체가 아시아 유일 '밤하늘보호공원'이다. 불빛이 자취를 감추면 나타나는 수하의 밤하늘은 은하수를 비롯해 천체의 아름다움을 맨눈으로 볼 수 있다. 반딧불이가 수놓은 장관은 자연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영양의 명품 '자작나무 숲'

1993년 조성된 자작나무 숲(수비면 죽파리 검마산)은 국유림 중 최고의 명품 숲이다. 축구장 40여 개에 달하는 총면적 30ha에 빽빽이 들어선 20m 크기의 자작나무 숲은 보고, 느끼는 것만으로 힐링 기회를 준다.

자작나무 숲은 죽파리 장파경로당에서 입구까지 약 4.8㎞의 임도다. 도보로 1시간, 차량으로는 15분 정도가 소요된다. 임도를 이용해 차량이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약 1.6㎞ 정도이며 나머지 3.2㎞ 정도는 도보로 이동해야 해 부담이 적지 않다. 최근 영양군은 이곳에 도로 확장, 전기차 배치 등 관광객 편의 제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북도와 영양군은 자작나무 숲을 국내 최고의 힐링 숲으로 가꾸기 위해 앞으로 자작나무 숲에 힐링센터, 체험원, 안내센터 등 편의시설 확충과 함께 등산 지도사 배치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전통문화체험은 '음식디미방'

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석보면 두들마을)은 전통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전국적인 명소다. 350년 전 음식을 맛보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이곳은 다도·서예·연날리기 등의 전통문화도 즐길 수 있다.

전통문화체험관광지 10선에 2년 연속 선정된 이곳은 본격 운영에 들어간 2018년 이후 지난해까지 10만명이 넘는 유료 체험객이 다녀갔을 정도다. 전통음식체험공간·전통휴양공간·장계향문화체험교육공간 등으로 나뉘어 있다. 음식, 전통주 만들기와 함께 예절 교육 등도 가능하다.

잘 알려진 것처럼 영양은 산나물의 고장이다. 일월산에서 자란 50여 종의 산나물은 연중 식탁에 오른다. 영양군 어디에서나 4계절 산나물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영양 산나물 조리의 비법은 음식디미방에서 나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운철기자 baeu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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