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문제로 이혼, 3.5%서 14.2%로 급증

  • 이은경,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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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5-08 07:53  |  수정 2012-05-08 09:19  |  발행일 2012-05-08 제3면
성격차 이어 두번째 높아
금융위기로 이혼도 늘어
2009년 대구지역 5361건
갈 곳 없는 아이도 증가
10가구중 1가구 “한부모”
경제위기, 저출산도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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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집계한 1996년부터 2008년까지 사유별 이혼건수를 보면 가족의 해체 양상과 이유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이혼의 주 이유로 경제문제가 늘고 있는 추세다. 1996년 2천819건으로 전체 이혼사유의 3.5%에 불과했던 경제문제는 2008년 1만6천565건으로 전체의 14.2%를 차지했다. 12년 만에 10.7%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대구의 경우도 비슷하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대구지부가 지난해 이뤄진 면접상담 5천3건을 분석한 결과, 이혼 상담이 36.7%(1천834건)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 중 ‘경제 갈등’으로 인한 상담이 전체의 13.5%로 성격차이(30.0%)에 이어 두번째로 꼽혔다. 남성과 여성 모두 성격차이에 이어 경제갈등을 두번째로 꼽았지만, 여성의 경우 상대적으로 경제적인 문제가 있을 때 혼인생활을 하는 데 더 큰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혼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은 경제적 문제와 이혼이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 이혼율은 2000년대 들어 급격하게 증가했다. 1999년 11만8천건이던 이혼 건수는 2003년 16만6천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4년 이후 줄곧 감소세를 보이던 이혼 건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9년 또다시 전년 대비 7.5%의 증가세로 돌아섰다. 대구지역 이혼건수도 2008년 5천5건에서 2009년 5천361건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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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대구시 중구 북성로 신용회복위원회 대구지부에 상담을 위해 들어서고 있다. 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실직-빚-이혼 ‘사라진 울타리’

이혼, 경제난 등에 따른 가정 해체 현상이 심화되면서 가정의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아야 할 아이들은 거리로 나앉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IMF 외환위기 당시 1만800명이던 요보호아동(부모가 없거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보호자가 보호를 할 수 없는 아이)은 2001년 1만586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감소세를 보이던 요보호아동수는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9천284명으로 7년 만에 다시 상승세를 보였다. 대구지역의 요보호 아동수는 2010년말 현재 238명. 이 가운데 79.4%인 189명이 빈곤과 실직 등의 이유로 발생했다. 빈곤, 실직 등 경제적 이유로 발생하는 요보호아동의 비율은 2008년 65%에서 2009년 70%, 2010년 79.4%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요보호 아동들은 사실상 방임으로 연결되는 사례도 적지 않아 체계적인 사회보호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

대구시 가정위탁지원센터에 따르면 대구시내 가정위탁 보호아동은 2012년 3월말 현재 248명에 이른다. 또 전통적인 가족구조가 핵가족화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가족해체에 따른 아동보호기능이 상실된 것도 위기에 놓인 아이들을 갈 곳 없는 신세로 전락하게 만들고 있다. 가정위탁 보호아동 가운데 부모의 실직·빈곤, 이혼, 별거 등이 원인인 경우는 전체의 61.3%에 이른다.

사별이나 이혼 등으로 인한 한부모 가구도 늘고 있다.

한부모가구 비율은 2005년 8.7%에서 2010년 9.2%로 늘었다. 미혼·이혼으로 인한 한부모 가구비율은 1990년 18.5%에서 2005년 44.4%로 증가한 반면 사별로 인한 한부모 가구 비율은 1990년 56%에서 2010년 29.7%로 감소했다.

대구지역 한부모 가구는 2010년말 현재 1만2천144가구로 2009년보다 2.4% 늘었다. 이 가운데 한부모가족지원법 대상 세대는 4천773가구(1만1천961명)로 1년새 13.4% 늘었다. 이같은 수치는 2008년까지 감소세를 보이다가 2009년 이후 다시 급증하고 있다.

대구시 가정위탁지원센터 관계자는 “최근에는 친부모 이혼과 행방불명 등 다양한 원인으로 위탁아동이 발생하고 있다. 가정위탁은 사회 협력체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위기=가족의 위기

가족은 결혼을 통해 형성되고, 출산을 통해 확대 생산되며, 이혼을 통해 해체된다. 따라서 이혼율과 함께 출산율의 급격한 변동은 가족제도의 심각한 위험요소에 다름 아니다.

인구학적으로 출산율의 변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의 하나는 가임 연령층 가운데 얼마나 많은 여성이 결혼한(혹은 하지 않은) 상태에 있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연령별 혼인상태를 보면 출산력의 지속적인 하락과 동시에 가임 연령층의 미혼 비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인구 천명당 혼인건수를 나타내는 조혼인율은 대구의 경우 5.4건으로 광역시 가운데 최저치다. 전국평균 6.5건에도 크게 못미친다. 평균 초혼 연령도 남성이 31.8세, 여성이 29.3세로 전국평균치인 남성 31.8세, 여성 28.9세보다 높았다.

저출산 문제도 심각하다. 대구지역 여성의 합계 출산율은 2010년 1.02명으로 전국평균 1.16을 밑돌았다. 합계출산율은 1980년 1.91명에서 1990년 1.65명, 2000년 1.16명 등으로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낮은 출산율과 높은 이혼율은 전반적인 가족가치의 변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하지만 좀 더 근본적인 이유는 경제위기의 여파가 여전히 한국사회를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경제적으로는 경제위기에서 벗어났는지 모르지만 가족이라는 사회제도는 여전히 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출산율의 변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연령별 혼인 상태의 변화와 이혼율의 급격한 상승이 정확히 1997년부터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실제로 불안한 경제와 고용, 양육비와 교육비 부담 등 경제적 문제는 저출산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대구시민의 결혼과 자녀에 대한 가치관에 관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6.4%가 경제적인 이유를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가족 해체 문제는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다. 사회의 기초단위인 가족이 안정적이고 건강해야 사회도 잘 유지된다. 빚 때문에 가족해체 위기에 있는 채무자들에 대한 신용회복 지원이라든가, 근로능력이 있는 저소득층의 자활 지원, 폐업 자영업자의 패자부활 프로그램 등과 같은 생산적 복지가 중요한 까닭이다.

대구대 박충선 교수(가족학)는 “경제위기는 가족관계, 가족가치관, 기본적인 가족 기능까지 마비시켜 가족의 갈등 및 해체 현상을 불러오고 있다”며 “가족의 복지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가족중심의 복지지원체계가 복합적으로 구사돼야 한다”고 했다.

대구경북연구원 이미원 박사는 “약화된 가족의 정서적 유대를 강화할 수 있는 사회 서비스가 필요하다”며 “체계적인 가족복지상담과 치료서비스 제공 등 사회적 지원체계 마련이 시급하며 개인중심이 아닌 가족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 창출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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