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미의 가족 INSIDE] 효의 역동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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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10   |  발행일 2018-05-10 제30면   |  수정 2018-05-10
부모가 효도를 받고 싶다고해도
절대로 강요할 문제는 아니다
자식의 독립성부터 보장해야
서로에 대한 교류도 일어난다
20180510
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 소장 겸 대구사이버대 교수

작년 어버이날에 자식한테서 용돈도 꽃도 받지 못해 서운한 감정을 토로하는 50대 엄마를 상담한 적이 있다. 그는 필자에게 ‘헛키웠다’ ‘그럴 수가 있느냐’는 서운함과 미움에서 “뭘 잘못했나요” “자식한테 기대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는 분노에 치닫다가 결국, 그런 자신이 하염없이 싫어지고 부끄러워지기까지한 복잡한 속내를 쏟아냈다. 자식에 대한 기대가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을 때 부정적 감정을 토로하는 엄마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된다.

과연 부모는 자식에게 어떤 존재일까? 부모를 떠올리면 즐겁고 기쁘고 보고 싶은 존재일까? 아니면 만나면 부담 되고 의무감만 남아 있는 귀찮은 존재일까? 어쨌든 분명한 것은 이젠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예전 같지만 않다는 것이다. 안타깝고 가슴이 먹먹하다. 부모와 자식 간 관계가 틀어지는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하는 것이 어긋날 때 일어난다.

도대체 기대하는 마음은 어디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일까? 원초적으로 내면에 사랑이 충분히 담겨있다면, 즉 부모로부터 충분히 사랑을 받고 자랐다면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사랑받을 것을 기대한다거나 그리 애달파하지는 않는다. 부모 스스로가 그 부모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았다면 그 부모처럼 자식을 사랑하는 그 자체로 만족했을 것이고 또한 충분했을 것이다. 더 이상 자식으로부터 받아야 할 사랑이 없다. 그러다 보니 자식에게 사랑을 달라고 하지 않는다. 기대하지도 않는다. 기대할 것도 없다. 그래서 관계가 아주 ‘쿨’하다. 자식의 독립성을 인정하고 침범하지도 않는다.

그럼 부모의 자식들은 그 부모에게 어떻게 대할까? 부모가 자신들을 대할 때와 똑같다. 그 부모를 사랑하는 게 자연스럽고, 받은 만큼 자연스럽게 준다. 부모와의 관계도 부모로부터 보장받은 독립성 그대로 ‘쿨’하다.

만약 성장과정에서 부모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이 부모가 되었다면 그 자식을 자신이 키워진 것처럼 똑같이 키울 가능성이 크다. 결국, 부모도 그 자식도 받지 못한 사랑에 고착되어 끊임없이 그 사랑을 서로에게 갈구하는 것으로 에너지를 쏟는다. 정작 서로에게 필요한, 또 서로에게서 받고 싶은 사랑을 주지도 받지도 못하는 불편한 관계로 살아가게 된다.

그럼 부모와 자식 간에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모 세대는 자식들을 독립된 개인으로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아직도 뿌리 깊다. 성인이 된 자식에게도, 결혼한 자식 부부에게도 지시·간섭하려고 한다. 자신이 충분히 받지 못한 사랑을 자식을 통해 대리충족하려고 한다. 의존심이 강하다는 의미다. 자식은 부모와 별개의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해야 하고, 특히 성인이 되었으면 경제적으로 심리적으로 독립을 시켜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초중고를 거쳐 대학을 가고 직장을 잡아도 걱정 반 간섭 반으로 어린아이 취급한다. 어쩌면 부모 스스로가 자식으로부터 독립하기가 두려운 것일 수도 있다. 부모 스스로가 내면적으로 어리니 자식 또한 자기처럼 어린애 취급할 수밖에 없는 거다. 결국 자식 문제가 아니라 부모 문제다. 마찬가지로 성인 자녀에게 생활비를 지원하거나 황혼육아를 자처하는 것도 지나치면 ‘간섭’이고 ‘침범’이다. 요즘 50∼60대 부모들이 성인 자녀에게 은행처럼 돈을 내주고, 황혼육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사회제도적 측면도 강하지만, 부모 스스로에 기인한 것도 없지 않다.

지금처럼 바쁘고 복잡한 사회 속에서 부모가 자식으로부터 효도를 받고 싶다면 절대로 강요할 문제는 아니다. 효는 진심을 다해 자연스럽게 행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자식과의 적절한 거리감, 적정한 독립성부터 보장되어야 한다. 그래야 자식은 부모에 대한 마음의 여유가 생기게 되고, 서로에 대한 감정적 교류도 일어난다. 그 속에서 부모와 자식 간 갈등 없이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되며 진정한 효를 다할 수 있게 된다.

<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 소장 겸 대구사이버대 교수 songyoume@d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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